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한국판 챗GPT’ 기업 업스테이지 기업공개(IPO) 시계가 안개 속에 들어선 모습이다. 자신보다 덩치가 큰 포털 ‘다음(Daum)’을 인수할 수 있다는 설이 나오면서다. 벌크업으로 기업가치(Valuation)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숨 고르기’일지 업계가 주목하는 상황이다.
23일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다음 운영사 에이엑스지(AXZ) M&A가 이뤄질 경우 상장 시점이 예정보다 늦춰질 수 있다”고 전했다. 에이엑스지 정도 대규모 딜이면 사업 실체, 지배구조, 주주가치 전반에 영향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재 거론되는 인수 시나리오는 업스테이지가 에이엑스지 지분 100%를 가져오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업스테이지는 AI 스타트업에서 복합 플랫폼 기업으로 완전히 다른 기업이 된다.
업스테이지 별도 재무제표와 에이엑스지 합병 후 연결 재무제표도 다른 회사 장부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업스테이지 매출은 139억 원으로 카카오 포털 비즈 3321억 원에 비해 크게 낮다.
한국거래소는 과거 실적을 토대로 미래에도 유사한 경영 성과 등이 유지된다는 가정으로 상장 예비심사를 진행한다. 실질적인 영업 활동 기간으로는 3년을 요구한다.
지배 구조 관련해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장에 퍼진 인수설 시나리오는 카카오가 업스테이지에 에이엑스지 지분을 주고 업스테이지 지분을 받아오는 방식이다. 업스테이지가 카카오에 줄 지분을 마련하려면 대규모 증자를 해야 한다. 22.65%에 불과한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지분이 더 희석되는 것이다.
이후 카카오가 업스테이지 주요 주주로 부상하면 중복 상장 논란이 일 수 있다. 에이엑스지 가치가 업스테이지 20%에 불과하다고 해도 회계상 업스테이지를 카카오 계열사로 묶을 수 있는 수치다.
업스테이지 지분 구조상 경영권 획득 시도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스테이지는 카카오의 AI 자회사로까지 비춰질 수 있다. 카카오로부터 에이엑스지가 물적 분할한 만큼 사업 연관성에 따른 높은 검증 강도도 감수해야 한다.
업스테이지 정체성 유지 역시 그 자체로 딜레마다. 업스테이지가 다음과 사업적 연관성이 떨어져 카카오 자회사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면 상장 직전 M&A가 ‘상장용 몸집 불리기’로 비춰질 수 있다. 단순히 밸류를 높이기 위해 급하게 붙인 딜이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심사가 훨씬 깐깐하고 길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상장 전 최대주주 지분 변동과 신규 주요주주 등장은 경영 안정성 측면에서도 거래소 평가에서 불리할 수 있는 요소다.
카카오와 업스테이지가 최적의 비율로 적정 지분만 거래하더라도 치러야 할 절차가 만만찮다. 업계에서는 인수 후 통합(PMI)과 기업가치 평가 등 측면에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가 80여명 규모 에이엑스지를 인수하면 인사, 재무, 회계 시스템을 하나로 통합하는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이 필수적이다. 거래소가 “합병한 지 얼마 안 된 회사에서 과연 내부 관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겠느냐?”는 의심을 품을 수 있다.

댓글 (0)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