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위해 증언했을 뿐인데’…두 아이 엄마, 직장 내 괴롭힘 '눈물 호소'

사회 | 이재수  기자 |입력

|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임신 중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후배를 위해 증언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이후 본인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겪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는 현재 직장 내 괴롭힘 2차 재조사와 산업재해 조사가 동시에 진행 중임에도, 충분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인 30대 여성 A씨는 6일 “임신 중 후배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증언자로 협조한 이후 반복적인 업무 압박과 불리한 대우를 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조기 양수 파열이 두 차례 발생하는 등 의료진의 긴급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A씨에 따르면 회사 인사팀은 직장 내 괴롭힘을 엄정하게 조사할 책임이 있음에도,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과 이메일 내용을 공유하는 등 중립성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재조사와 산업재해 조사가 동시에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가해자와의 분리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 보호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사업장은 국내 상장 대기업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이다. A씨는 직장 내 괴롭힘을 인사팀에 신고했으나, 인사팀이 해당 내용을 가해자 및 사내에 공유한 뒤 ‘불성립’으로 사건을 종결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고용노동부가 진정을 받아들이면서 현재 직장 내 괴롭힘 2차 재조사가 개시됐고, 피해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 악화와 관련한 산업재해 조사도 함께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공식 조사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회사가 유급병가나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고, 무급휴가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의료기관의 진단서를 제출하며 치료와 회복을 위한 유급 보호 조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육아휴직과 연차휴가를 모두 소진한 뒤 현재는 무급휴가 상태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복귀 과정에서도 논란은 이어졌다. A씨는 인사팀과 복귀 의사를 타진하는 과장에서 기존 근무지였던 과천 코오롱타워 6층이 아닌, 회사와 직접적 업무 연관성이 없는 4층에 별도의 사무공간을 마련해 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A씨는 이를 보호 조치가 아닌, 조사 기간 중 피해자를 조직적으로 고립시키는 불이익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A씨는 또 회사가 최근 합병 이후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문제 제기 이력과 조사 진행 사실로 인해 복귀 시 구조조정 대상이 되거나 보복성 인사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내부에서도 동료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진술을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돼 증언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전언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코오롱그룹 인사 조직이 육아휴직 후 복귀한 여성 근로자나 저성과자로 분류된 근로자에게 별도의 근무 공간을 마련하고 사실상 퇴사를 압박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는 이야기가 업계에 돌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사 기간 동안 피해자에 대해 근무 장소 변경이나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재조사와 산재 조사가 동시에 진행 중임에도 유급병가나 유급휴가가 부여되지 않고, 오히려 고립 근무가 검토되는 현실을 보여주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A씨는 “회사의 경영지원업무를 총괄하는 분이 여성임원이라 믿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조사 기간 동안 생계와 건강, 회복은 모두 개인이 감당해야 했다”며 “이 구조는 임신·출산·육아를 경험한 여성 노동자에게 사실상 침묵을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오롱글로벌 측은 “해당 사안은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LSI 합병 이전에 발생한 사건”이라며 “현재 노동청 진정에 따라 재조사가 진행 중이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근거해 관련 절차를 준수하며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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