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롯데칠성의 역성장 “안 마셔서가 아니라, 한국 술이 안 팔리는 것”

산업 | 황태규  기자 |입력

주요 주류기업, 2025년 매출∙영업이익 감소…수익성 악화 업계 부진 원인으로 저도수∙무알콜 선호 등 ‘절주 트렌드’ 지목 日 주류 수입은 역대 최대, “맛 경쟁력 회복해야” 지적도

|스마트투데이=황태규 기자| 국내 주류업계의 보릿고개가 계속되고 있다. 주류업계 ‘빅2’ 하이트진로∙롯데칠성이 2025년 나란히 역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일본 주류의 국내 침투가 늘어나자 “한국 술의 문제는 맛에 있다”라는 지적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조4986억원, 영업이익 172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3.9%, 영업이익은 17.3% 줄며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후퇴한 실적이다. 

롯데칠성음료 역시 부진을 피하지 못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3조9711억 원, 영업이익은 1672억 원으로 집계됐다. 주류 부문만 놓고 보면 매출 7527억 원, 영업이익 282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7.5%, 18.8% 감소했다. 

국내 맥주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는 지난해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다. 다만, 모회사인 AB인베브는 지난해 상반기 실적 발표에서 “한국 시장에서 한 자릿수 후반대(7~8%)의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그간 국내 주류업계는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경기 침체와 ‘절주 트렌드’를 지목해 왔다. 사회의 회식·유흥 문화가 예전만 못한 데다, MZ세대(1980~2010년생)를 중심으로 저도수·무알코올 주류 선호가 확산했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하지만 작년 일본산 주류 수입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주류업계 실적 부진에 대한 새로운 설명이 필요해졌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관세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주류 수입액은 총 1억3739만달러(약 1987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1억2149만달러) 대비 약 13% 증가한 수치다.

세븐일레븐이 추성훈과 협업해 선보인
세븐일레븐이 추성훈과 협업해 선보인 '아키 그린' 사케. (사진=세븐일레븐)

일본산 맥주, 사케 수입 증가가 전체 주류 수입액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6745만달러) 대비 17.3% 증가한 7915만달러였다. 같은 기간 사케도 역대 최대치인 2784만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전년도(2296만달러)에 비해 21.2% 급증한 규모다. 사케 수입량은 2021년 1416만달러에서 4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소비자가 술을 안 마시는 게 아니라, 국내 브랜드를 덜 마시는 것”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절주 트렌드 탓만 하기엔 일본·수입 주류 성장세가 너무 가파르다”며 “소비가 빠진 것이 아니라 취향이 옮겨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산 주류 강세 배경에는 ‘맛’과 ‘스타일’에서의 차별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수입 크래프트 맥주, 과일향 하이볼, 다양한 온도·잔을 즐기는 사케 문화가 젊은 세대의 경험 욕구를 자극한 반면, 국내 대형사들은 소주·국산 라거 위주의 한정된 포트폴리오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한 식음료 컨설턴트는 “같은 가격이면 더 맛있고 재미있는 술을 찾는 게 요즘 소비자”라며 “국내 주류는 여전히 ‘단골 메뉴’에 안주한 면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주류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류업계에서는 도수를 줄이거나, 새로운 맛을 첨가한 다양한 신메뉴를 출시하고,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 등을 통해 실적 향상을 노리고 있다”라며 “노력을 통한 맛 경쟁력의 회복과 성장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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