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대한민국 인터넷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포털 ‘다음(Daum)’이 생성형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의 품에 안긴다. 업스테이지는 포괄적 주식 교환 방식으로 다음을 운영하는 에이엑스지(AXZ)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딜이 성사되면, 업스테이지는 에이엑스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에이엑스지의 주주였던 카카오는 업스테이지의 일부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 M&A 추진의 결정적 이유는 ‘데이터’
이번 M&A의 핵심 추진 동력이 ‘데이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동안 국내 AI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빅테크나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에 비해 가질 수밖에 없었던 태생적 한계는 바로 양질의 한국어 데이터 부족이었다.
하지만 다음(Daum)을 품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음은 1997년 한메일 시작 이후 뉴스, 다음카페, 티스토리(블로그), 아고라 등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한국어 텍스트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티스토리의 전문적인 블로그 콘텐츠와 카페의 구어체 데이터는 LLM(거대언어모델) ‘솔라’가 한국어의 맥락과 최신 트렌드를 학습하는 데 있어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다.
여기에 지난 20여 년간 사용자들이 쌓아온 ‘검색 로그(Search Log)’는 업스테이지에게 천군만마와 같다. 사용자가 어떤 의도로 무엇을 검색하고, 어떤 결과를 클릭했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AI의 ‘의도 파악’ 능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핵심 열쇠다.
업스테이지의 이번 인수 추진을 두고 ‘한국판 퍼플렉시티(Perplexity)’가 등장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구글과 네이버가 장악한 검색 시장은 사용자가 키워드를 입력하면 수많은 ‘파란색 링크’를 나열해 주고, 사용자가 일일이 클릭해 정보를 찾아야 하는 구조다. 반면 업스테이지를 등에 업은 다음(AXZ)은 ‘AI 네이티브 포털’을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AI가 실시간으로 문서를 검색·요약하여 완성된 ‘답변(Answer)’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 사업적으로는 윈-윈 구조…교환 비율은 관건
이번 M&A는 사업적으로 윈-윈 구조다.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 3% 밑으로 떨어지며 존재감을 잃어가는 다음은 업스테이지를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업스테이지는 별도의 앱을 깔게 할 필요 없이, 이미 다음을 이용하고 있는 수천만 명의 사용자에게 즉각적으로 자사의 AI 기술을 노출할 수 있다.
업스테이지의 IPO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업스테이지는 기술력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여느 AI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GPU 운영 비용과 R&D 투자로 인해 수익성 증명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에이엑스지는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을 내고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딜이다. ‘계륵’ 같았던 포털 사업을 떼어내 체질 개선을 이루는 동시에,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업스테이지의 주요 주주로 남음으로써 향후 업스테이지 상장 시 막대한 투자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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