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스닥 꿈꾸는 ‘코스닥 소설가들’

오피니언 | 안효건  기자 |입력

실적보다 서사의 시대, 시장 분위기 '후끈' '검증 문턱'은 거래소와 금감원, 틈새 점검 필요 사후 검증보다는 사전 예방으로 관점 전환해야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2025년이 코스피의 시간이었다면 2026년은 코스닥의 시간이라는 기대가 크다. 정치적 불안에 억눌렸던 상상력은 현실을 넘기 시작했다. 실적(펀더멘탈)보다 서사(네러티브)가 눈길을 끌고 AI와 우주처럼 상상력을 자극하는 혁신·성장 기업이 시장을 달군다.

정부도 코스닥을 코스피 하위 호환보다는 미국 나스닥 같은 성장주 성지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전제는 코스닥 체질 변화다. 기업 가치를 제대로 검증한 종목을 상장해야 지속 가능한 지수 상승이 가능하다.

●단타에 빠진 코스닥 공모주, 거래소·감독원이 검증 보루

코스닥 공모 시장은 가치 검증이 유독 어렵다. 우선 원매자 가격 검증 기능이 마비 상태다. 판매자가 원하는 희망가 최상단에 가격이 사실상 고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검증 문턱이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이다. 거칠게 표현해 거래소가 가치 평가를, 금감원이 근거를 검증한다.

붕어빵에 비유해 보자. 거래소는 붕어빵을 제대로 만들어 다른 가게보다 과도하지 않은 가격대에 파는지 살핀다. 금감원은 붕어빵 원재료와 성분을 제대로 표시했는지 점검한다. 과거 금감원도 카카오페이와 크래프톤 등에서 가치 평가를 검증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에는 회계 근거와 전망을 더 세밀하게 요구한다.

이 구조에는 틈새가 있다. 거래소 심사가 먼저고 금감원 증권 신고서 검증이 뒤다. 근거가 잘못됐다면 평가 가치를 바꿔야 하는데 가치 범위를 정한 뒤 더 엄격한 근거 검증이 뒤따른다. 붕어빵에 팥이 없어도 가격을 못 바꾸는 격이다.

●관행 된 신고서 정정, 풀어진 긴장감

요즘 코스닥 공모 시장은 신고서를 몇 번 정정해도 “으레 하는 일이라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애초 정정에 따른 일정 연기에 대비해 신고서 제출 이후에도 상당 기간 기업설명회를 잡지 않는다. 공모 일정은 중요한 기재 정정이 있을 때만 밀린다. 중요 내용을 틀릴 수 있다는 전제를 처음부터 깔고 간다.

금감원 정정 요구로 근거 수치가 깎이는 수준까지 가도 마찬가지다. 부정확한 실적과 비교기업을 바꿀 때 할인율이라는 지우개를 들면 된다. 자의적 할인율 축소로 최종 공모가를 사수할 수 있다. 고의가 아니라는 해명은 단골이다.

할인율은 아직 시장에서 검증하지 않은 공모가 불확실성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다. 부실한 가치 평가가 드러났을 때 원하는 공모가를 지켜내기 위한 보험이 아니다. 금감원 업무가 탁월할수록 뒷맛이 쓴 이유다. 훌륭한 검증이 투자자 보호로 온전히 이어지지 못한다.

●딥테크 물결 속 구조적 실적 허상

미래 실적은 허구에 가까운 낙관적 기재가 업계 기본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30일 2022~2024년 코스닥 상장사 추정 실적 달성 현황을 공개했다. 전체(105종목) 94.3%가 상장 당해 추정 실적도 달성하지 못했다. 순익을 709.5% 틀린 종목도 있다. 709억 순익을 예상했다고 한다면 몇 달 뒤 1억원으로 발표하는 식이다. 금감원은 주관사별 실적 괴리율을 주기적으로 공개해 자율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이 지적한 문제의식은 적확해 보이는데 대안이 실효적인지는 의문이다. 실적 과대 추정과 고평가 기록은 IPO 투자금에만 관심 두는 공모 기업에는 오히려 가점 요인이다. 상장 뒤 주가가 뛰는 성장 기업을 발굴해도 저평가 주관이라는 평을 들을까 조심하는 주관사도 있다.

애초 기존 신고서에도 주관사 주가 성적표가 공개돼 있다. 이미 주가 급락 이력이 있는데 급락 원인인 실적 괴리율을 더 서술한다고 변화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수 기관투자자 목표도 3개월 내 단기 엑시트다. 해를 넘긴 추정치 검증은 공모 성패에 영향 주기 어렵다.

●사후 대책보다는 사전 예방

사후 대책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 ‘안 걸리면 그만, 걸려도 고치면 그만’이라면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할인율 변경에는 합리적 설명이 있어야 한다. 중요 기재 누락에 대해서는 고의 여부를 더 적극 해석할 필요가 있다. 신고서 정정과 실적 괴리, 상장 초반 급락이 유독 자주 겹치는 주관사에는 풋백옵션(환매 청구권) 의무 같은 실질적 페널티를 고려해 볼만하다.

당국은 2023년 파두 사태 이후에도 풋백옵션으로 부실 종목을 특례 상장시킨 주관사 책임을 강화한 바 있다. 최근 3년 내 상장시킨 종목이 2년 안에 관리종목 지정 등을 받으면 주관사가 다음 특례 상장을 주관할 때 6개월 풋백옵션 의무를 강제로 지게 했다.

자본시장 꽃이라 불리는 IPO는 혁신 성장 기업이 가장 많은 자금과 관심을 받는 순간이다. 적절히 검증하지 못하면 거품 상장을 노리는 불투명한 부실기업이 기회를 얻는다. 국민 종잣돈으로 모은 모험자본이 부실기업 상장폐지와 청산비로 쓰이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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