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삼성자산운용이 중국 AI 반도체 섹터에 투자하는 ETF를 준비하고 있다.
4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은 ‘KODEX 차이나AI반도체TOP10’ ETF 출시 준비에 한창이다. 이 ETF는 2~3월 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자산운용이 중국 반도체 시장에 다시금 주목하는 것은 미·중 기술 패권 전쟁 속에서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AI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상품 출시는 기존 중국 테마 ETF 시장의 판도를 바꿀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상장된 중국 반도체 ETF는 범용적인 반도체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상품이 주를 이뤘으나, ‘AI 반도체’라는 특정 테마를 뾰족하게 겨냥한 상품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핵심 AI 기업들에 집중 투자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 기존 중국 반도체 ETF와의 차별점은?
국내 ETF 시장에서 중국 반도체 투자의 대표 주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이다. 2021년 8월 상장한 이 상품은 꽤 오랜 기간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에서 중국 기술주 투자의 핵심 역할을 해왔다. 지난 3일 기준 순자산은 2308억원이다.
이 ETF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밸류체인을 골고루 담고 있다. 2월 3일 기준 하이곤(Hygon Information Technology)이 10.6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국 최대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SMIC(9.15%)가 그 뒤를 잇는다. 이 외에도 장비 업체인 나우라테크놀로지(9.03%)와 기가디바이스(8.82%)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은 팹리스(설계), 파운드리(생산), 장비 등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분산 투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특정 세부 섹터의 부침이 있더라도 산업 전체의 성장을 따라가는 구조인 셈이다. 이는 안정성 측면에서는 장점이 있지만, AI라는 폭발적인 성장 테마에 집중하고 싶은 투자자에게는 다소 아쉬움을 남길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삼성자산운용이 준비 중인 KODEX 차이나AI반도체TOP10은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ETF는 소수의 1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즉, 핵심 종목에 대한 '압축 투자' 성격이 짙다. 범용 반도체나 레거시 장비 기업의 비중을 줄이고, AI 가속기와 고성능 컴퓨팅(HPC) 관련 기업의 비중을 대폭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기존 TIGER ETF의 보유 종목 중에서도 AI와 직접적인 연관이 깊은 하이곤(Hygon)이나 캄브리콘(Cambricon Technologies) 같은 종목이 KODEX ETF에서는 훨씬 더 높은 비중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즉, 중국 반도체 시장 전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중국판 엔비디아'가 될 수 있는 챔피언 기업만 골라 담겠다는 전략이다.
● 중국 AI 굴기의 핵심, 잠재적 포트폴리오 기업은?
KODEX 차이나AI반도체TOP10가 주목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 속에서도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곳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으로 캄브리콘은 중국 내에서 엔비디아의 AI 가속기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또한 하이곤 역시 주목해야 할 핵심 기업이다. 하이곤은 x86 기반의 CPU와 AI 연산에 필요한 DCU(Deep Learning Processing Unit)를 설계하는 기업으로, 중국 서버 시장의 국산화를 이끌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공 기관과 국영 기업의 컴퓨터를 자국산으로 교체하는 '신창(Xinchuang)' 정책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며, AI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와 맞물려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이다.
메모리 인터페이스 칩 분야의 강자인 '몬타지테크놀로지(Montage Technology)'도 빼놓을 수 없다. AI 서버에는 고성능 메모리가 필수적인데, 몬타지테크놀로지는 CPU와 메모리 사이의 데이터 병목 현상을 줄여주는 핵심 칩을 설계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어, 중국 내수뿐만 아니라 기술 자립의 핵심 고리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기업들은 단순히 반도체를 만드는 것을 넘어, 중국의 국가적 과제인 'AI 주권'을 수호하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미국의 제재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정부의 천문학적인 보조금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생존을 넘어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
● 미국 테마에 대한 피로감, 중국으로 눈 돌리는 자산운용사
이번 상품 출시는 단순히 개별 운용사의 전략을 넘어, 2026년 ETF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025년은 '미국 테마 ETF'의 전성시대였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퉈 미국 빅테크, 미국 반도체, 미국 방산 등 미국 중심의 산업 테마 ETF를 쏟아냈고, 투자 자금 역시 미국으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해가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다수의 테마가 이미 소비되면서 신선함이 떨어졌고, 미국 증시가 고점 부담과 경기 둔화 우려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누적되기 시작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미국 기술주들이 조정을 받으면서, '무조건 미국'을 외치던 투자 심리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자산운용사들은 ‘포스트 미국’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미 오를 대로 오른 미국 시장보다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부각되면서도 강력한 정책 모멘텀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데, 그 교집합에 바로 중국이 있다.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고 첨단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중국 테마형 ETF가 시장의 주목을 받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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