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심두보, 안효건 기자| 한국의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시리즈 B 브릿지 라운드에서 아마존과 AMD라는 글로벌 거인들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들은 수십억원대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적인 벤처캐피털(VC) 유닛이 아닌, 각 사의 본사(HQ)가 직접 자금을 집행하는 전략적 투자(SI) 형태로 진행된 이번 딜은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이번 투자를 주도한 주체는 각 기업의 '기업 개발(Corporate Development)' 팀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투자 수익률(ROI) 회수보다는 자사의 생태계 확장과 경쟁 우위 확보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다. 즉 아마존과 AMD는 업스테이지의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자사의 클라우드 및 반도체 생태계 내에 유망한 기술 파트너를 깊숙이 편입하려는 것이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인 AWS는 이번 투자를 통해 업스테이지를 자사 플랫폼인 '아마존 베드락(Amazon Bedrock)'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로 낙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에 비해 생성형 AI 모델 라인업 확보가 시급했던 아마존에게, 성능과 효율성을 검증받은 업스테이지의 '솔라(Solar)' 모델은 기업 고객을 AWS에 묶어두는(Lock-in) 무기가 된다.
아마존 투자의 더 깊은 내막에는 '탈(脫) 엔비디아' 전략도 숨어 있다. 아마존은 자사가 직접 개발한 AI 칩인 '트레이니엄(Trainium)'과 '인퍼런시아(Inferentia)'의 사용처를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번 투자의 반대급부로 업스테이지는 자사의 모델을 AWS의 자체 칩에 최적화하여 구동하게 되는데, 이는 아마존 칩의 성능을 시장에 증명하는 중요한 레퍼런스가 될 전망이다.
AMD의 투자 참여는 하드웨어 경쟁력을 뒷받침할 소프트웨어 우군 확보 차원에서 해석된다. 엔비디아의 GPU가 시장을 독점하는 상황에서, AMD는 자사의 AI 가속기인 '인스팅트(Instinct)' 시리즈가 실제 AI 모델 구동에 있어 엔비디아 못지않은 성능을 낸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AMD에게 업스테이지는 자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ROCm'의 완성도를 높여줄 테스트 베드이자 ‘기술 정찰’의 대상이다. 업스테이지의 고성능 sLLM(소형언어모델)이 AMD 칩 위에서 원활하게 구동된다면, 이는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AMD 칩으로도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이 된다.
빅테크들이 오픈AI 같은 거대 모델 개발사가 아닌 업스테이지를 선택한 배경에는 '효율성'이라는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있다. 파라미터 수가 적으면서도 높은 성능을 내는 'sLLM'은 기업들이 도입하기에 비용 효율적이다. 아마존과 AMD는 기업 간 거래(B2B) 시장 공략을 위해 가장 '잘 팔릴 만한' 모델을 가진 파트너를 선택한 셈이다.
업스테이지가 보유한 독보적인 문서 처리(OCR 및 Document AI) 기술 또한 투자의 핵심 요인이다. 금융, 보험, 의료 등 아마존과 AMD의 주요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은 방대한 문서를 디지털화하고 분석하는 수요가 크다. 업스테이지의 기술은 이러한 고객들의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이다.
이번 투자는 '돈은 주되, 그 돈을 다시 우리에게 쓰게 만드는' 생태계 투자의 전형을 보여준다. 업스테이지는 투자금을 활용해 모델을 고도화하지만, 그 과정에서 AWS의 클라우드 인프라와 AMD의 칩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스타트업 관점에서 이번 투자는 기술력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함을 입증받은 쾌거다. 단순히 'K-스타트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글로벌 빅테크의 핵심 전략인 클라우드와 반도체 생태계를 지탱하는 필수 파트너로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댓글 (0)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