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케이뱅크 기업공개(IPO)가 구주 매출 50%라는 '회수 중심' 구조와 특정 주주 대상 현금 보상안으로 거버넌스 리스크 정점에 섰다. 과거 KT 공정거래법 위반이 초래한 우회 지배구조가 결국 소액주주 희생을 담보로 한 재무적 투자자(FI) 탈출구로 IPO를 변질시켰다는 평가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한 정부 상법 개정 취지와 충돌하며 시장 밸류업 기조에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 재무적 투자자 사모펀드가 움켜쥔 IPO
20일 케이뱅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베인캐피탈 등 FI 지분에 따른 악영향은 공모 구조 전반에서 확인된다. 공모가는 기업가치보다 FI 수익률이 기준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키웠다. 케이뱅크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하단 8300원은 사실상 FI 내부수익률(IRR) 8%에 맞는 하한선이다. 하단 자체로는 IRR 8%를 충족시키지 못하지만, 대주주 BC카드가 그 차액을 1100억원 한도로 보전키로 했다. 즉, 8300원이라는 하단 가격은 1100억원 차액 보전을 감안했을 때 IRR 8%에 들어맞는 숫자가 된다.
애초 케이뱅크는 지난 2024년 10월 수요예측에서 현재 희망 공모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8500원으로 당시 IRR이 8%에 근접했는데도 상장을 철회했다. 현재 공모가 하단이 현실화하면 약 1년4개월 전보다 기업가치가 더 낮아진다. FI 수익률 요구의 영향으로 벌어진 결과인데도, 해당 FI는 현금 보상을 받는 반면 다른 주주들은 좋은 기회를 놓친 셈이 됐다.
시장에서는 재무 체력 강화와 코스피 호황에도 케이뱅크가 몸값을 낮춘 배경에 대해 올해 7월로 약속한 FI 회수 시점을 지목한다. 밸류를 낮추더라도 일단 상장해 계약 조건을 맞추고 차후에 BC카드 현금으로 차액을 보상하는 전략이다.
구주 50% 공모 물량 역시 다른 주주에게 손실을 주는 요소다. 케이뱅크 상장 구조는 공모 자금 절반이 회사로 유입되지 않고 FI 호주머니로 들어간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가 상장 당시 물량 100%를 신주 발행해 성장 자금을 대거 확보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IPO 시장에서 높은 구주 매출 비중은 기존 주주들이 현재 공모가를 '기업 가치 고점'으로 판단한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한다.
● 원인은 다른 주주에게 없는 결정권 특혜
FI가 행사하는 IPO 결정권은 다른 주주에게 없는 특혜다. 케이뱅크가 신고서에 기재한 FI 권한은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 동의권, 회사 정보에 대한 접근권, 사외이사 후보 추천권, 드래그얼롱(동반매각 청구권), 풋옵션(매수청구권) 등이다.
케이뱅크는 이와 관련 "주주 평등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는 조항들"이라며 "IPO가 완료되면 삭제하도록 변경했다"고 알렸다. 이는 IPO가 완료되지 않으면, 기존 주주들이 계속 불리한 위치에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 BC카드가 FI의 수익률 미달 시 제공하는 현금 보상도 다른 주주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조건이다.
상장 결정권을 쥔 케이뱅크 이사회에도 이들 FI가 추천한 사외이사 4인이 참여하고 있다. FI가 BC카드와 함께 구성한 사내 위원회 역시 권한이 막강하다. 케이뱅크는 해당 위원회에 대해 "IPO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 시작은 KT 불공정, 정부 정책 지원 못 살려
이 구조가 만들어진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KT는 정부 은산 분리 완화에 힘입어 케이뱅크 경영권 인수를 추진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KT는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른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공공분야 전용회선 입찰 담합 사건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KT 자금 투입이 암초에 부딪히면서 케이뱅크는 대출 영업이 중단되는 고사 위기에 처했다. 결국 KT는 자회사 BC카드를 동원해 대신 최대주주에 앉히는 우회 수단을 택했다. 이후 2020년 7월에야 케이뱅크가 영업을 정상화할 수 있었다.
KT 불공정 행위가 유발한 BC카드 동원은 또 다른 불공정으로 이어졌다. KT 자금 투입 지연으로 케이뱅크에 발생한 막대한 재무 부담 등은 새로 경영권을 쥔 BC카드가 해결해야 했다. 2021년 FI로부터 7250억원이라는 막대한 투자금을 끌어온 배경이다.
애써 유치한 투자금은 케이뱅크 사업에 온전히 활용할 수 없었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자금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은행은 자본을 바탕으로 대출을 일으켜 수익을 내는 데 7250억원이라는 자본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금감원은 해당 투자금이 언젠가 돌려줘야 할 부채 성격이 짙다고 판단했다. 기존 케이뱅크 주주에는 은행 사업에 활용하기 어려운 자금을 받으면서 지분이 희석되는 결과가 됐다.
● 화살은 자회사와 소액주주에, 상법 개정 취지 충돌
자회사 및 소액주주와 달리 KT는 사업적 이익을 가장 많이 얻었다. 2022~2025년 3분기까지 KT와 그 계열사들은 케이뱅크로부터 810억원 매출을 올렸다. 반면 케이뱅크가 이들에게 거둔 매출은 9억5000만원 뿐이었다. BC카드는 케이뱅크로부터 697억원 매출을 거두고 케이뱅크 매출 824억원을 책임졌다.
결국 최대주주인 모회사와 일부 주주 이익을 위해 자회사와 소액주주가 희생하는 구조다. 이는 최근까지 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화두였던 정부·여당 상법 개정 취지와 충돌하는 이슈다.
당국은 상법 제382조의3 개정을 통해 기존 '회사'로 한정했던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했다. 이사회가 일부 주주에만 유리하게 결정하면 배임 또는 손해배상에 해당하도록 책임 범위를 넓힌 것이다. 법 개정 전 거래에 소급 적용할 수는 없지만 거버넌스 개선 대책에 대한 지적을 강화하는 변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 동의 없이 다른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하는 투자 유치는 문제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자기 자본 대신 LP 자금으로 투자한 금융기관이 있다면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선관주의 이슈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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