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차은우 사건과 이재명 대통령 지적이 가리키는 것

오피니언 | 안효건  기자 |입력

차은우씨 사건과 남궁견 회장, 권한 가깝고 책임은 멀다 이재명 대통령 중복상장 지적도 본질이 유사, 대안은 존재

차은우씨 탈세 의혹 사건과 이재명 대통령 중복 상장 지적 사이 본질이 일치하는 모습이다.
차은우씨 탈세 의혹 사건과 이재명 대통령 중복 상장 지적 사이 본질이 일치하는 모습이다.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최근 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화제는 차은우씨 탈세 의혹 사건과 이재명 대통령 중복 상장 지적이다. 전혀 다른 두 사건이 가리키는 본질은 같다. 권한과 책임 간 연결이다.

● 차은우씨 모친 법인 용역, 남궁견 회장 반대하면 불가능한 구조

먼저 차은우씨 사건을 보자. 핵심은 차은우씨 소득을 모친과 가족 법인으로 돌려 탈세했다는 의혹이다. 법인세 최고 세율이 소득세보다 낮아 법인을 통할 때 세금 감소 효과가 생긴다.

이 의혹으로 코스닥 상장사인 소속사 판타지오 소액 주주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차은우씨라는 브랜드는 판타지오가 보유한 가장 비싼 지적재산권(IP)이었다. 그가 흔들리는 와중 회사 주가도 흔들렸다. 지난해 11월 28일 535원까지 올랐던 판타지오 주가는 지난 29일 455원으로 15%가량 떨어졌다.

여기서 중요한 인물이 남궁견 남산물산 회장이다. 남 회장은 자본금 2100만원인 식료품 기업 남산물산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관련 기업 가치는 최소 3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하단에 판타지오가 있다. 남궁정 판타지오 이사도 남 회장 아들이다.

차은우씨 모친 법인과 맺은 계약은 판타지오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판타지오 동의는 남 회장이 반대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판타지오 소액 주주가 남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차은우씨 사건에서 판타지오 책임과 남 회장 인지를 확인한다고 해도 실제 남 회장 책임까지 연결하기는 어렵다.

남 회장은 복잡한 순환 출자 구조로 요새를 구축한 상태다. 핵심 지주 역할인 코스피 상장사 미래아이앤지와 남 회장 사이에도 법인 셋이 껴 있다. 모두 감사보고서도 공시하지 않는 비상장사다.

이사회에 책임을 물어도 이사를 교체하면 그만이다. 권한과 책임이 비례하지 않는다. 애초 국세청 조사도 원래 남 회장을 겨냥하다가 차은우씨까지 내려갔다는 관측이 다수 제기된다.

남궁견 남산물산 회장을 중심으로 순환 출자를 형성한 그룹 지배구조.
남궁견 남산물산 회장을 중심으로 순환 출자를 형성한 그룹 지배구조.

● 중복 상장도 핵심은 권한과 책임, 오너 가치와 주주 가치 충돌

이재명 대통령 중복상장 지적도 본질이 다르지 않다. 중복상장은 모회사 오너와 경영진이 권한을, 소액 주주가 책임을 갖는 구조다.

최대주주 A 지분이 50%인 대기업 B가 100% 자회사인 C를 상장시키는 사례를 가정해보자. B는 C 상장으로 C 공모 주주와 지분을 50%씩 나눠 가졌다. 이후 C 주가가 2배 상승했을 때 그 가치가 B 주주들 주가에 온전히 반영될까? 그렇지 않다는 게 시장과 학계의 정설이다. B회사 주주가 감내해야 하는 이른바 모회사 디스카운트다.

그렇다면 B 최대주주인 A 손익은 어떨까. 공모자금 유입으로 C에 대한 A 실질 지분율은 25%로 떨어진다. 그런데도 지배력은 100% 자회사일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B 경영권을 통해 B가 가진 지분 전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A는 B 지분 50%를 통해 확보한 경영권으로 B가 갖는 C 지분 50%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 권한 크기는 두 기업 실체를 같게 봐 재무제표를 연결하는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A는 자회사 상장으로 그룹 덩치를 키우면서도 지배력을 유지한다. 다른 지분에 없는 경영권 프리미엄 가격으로 모회사 디스카운트도 상쇄한다. 손실은 소액 주주 뿐이다.

중복 상장과 자회사 상장이 완전히 같은 말도 아니다. 분리 상장은 중복 상장과 다르다. 다시 B 자회사 C 사례로 돌아가 보자. C는 B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B 지분 구성을 복붙할 수 있다. B처럼 최대주주 A가 50%, 소액주주가 50%를 갖도록 C 지분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

이때 C가 기존처럼 상장하면 지분 구조는 A 25%, B 소액 주주 25%, C 공모 주주 50%로 바뀐다. B 소액 주주도 자회사 가치 상승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다. C 공모 주주는 C 경영이 모회사 B 이익에 따라 휘둘릴 우려를 덜 수 있다. A만 기존보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감소하고 주주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들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이런 분리 상장이 흔하다. 이베이에서 분리한 페이팔도 같은 방식을 썼다. 지난 2024년 IBK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중복상장 비율은 18.32%로 일본(4.38%), 대만(3.18%), 미국(0.35%) 등보다 월등히 높다.

권한과 책임이 비례해야 한다는 명제는 상식이다. 자본시장이 원하는 명제도 상식이다. 그간 코리아디스카운트에는 많은 이유가 거론됐다. 북한 위협을 줄여야 한다,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등이 대표적이다.

남북 정상회담과 금융투자세 철회 등이 실현됐을 때 코스피는 5000은커녕 4000도 넘보지 못했다. 주주들은 자신이 투자한 만큼 책임질 수 있을 때 비로소 국장에 마음을 열었다.

이젠 당국이 상식에 답할 때다. 규모가 큰 대기업 집단에서는 순환 출자가 끊어지기 시작한 지 오래다. 중견·중소 시장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중복 상장도 마찬가지다. 2021년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수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다.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대통령보다도 느리다. 상식은 지각생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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