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D현대중공업은 보안감점 연장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효력 정지를 요청했다
- 법원은 오는 9일 전까지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 사안의 핵심은 감점 연장 처분이 절차적·법적 하자가 있는지다.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한 방위사업청의 보안감점 부과 연장 조처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효력 정지를 신청했다. 방사청은 감점 연장 적용이 타당하다고 맞서고 있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건조 사업이 법원의 판단에 따라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특히 이번 사안은 단순한 감점 논란을 넘어 보안감점 적용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과 방산 조달 평가의 기준을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또한 전문가들은 사업자 선정에서 기술력과 수행능력 등 사업 목적에 직접 연결되는 요소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HD현대重, 방사청 감점 연장 조처 '부당' 주장
2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 심리로 열린 가처분 신청 심문기일에서 HD현대중공업은 방사청의 감점 연장 조처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HD현대중공업 측 대리인은 “방사청이 감점 관련 규정의 해석을 바꾼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감점 연장의 효력을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방사청은 지난해 9월 군사기밀 유출 사태로 HD현대중공업에 취한 보안감점 조처를 올해 12월까지로 1년 연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런데 적용 감점이 달라졌다. 우선 감점의 이유는 지난 2013년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군사기밀유출 사건이다.
당시 총 9명이 기소돼 8명은 2022년 11월에 판결이 확정됐다. 이어 나머지 1명에 대한 판결은 2023년 12월에 확정됐다.
방사청은 당초 두 판결을 같은 사건으로 보고 작년 11월까지 3년간 보안감점을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이후 두 판결은 별개라고 입장을 바꿔 보안감점도 따로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은 작년 11월까지 기존 1.8점 감점을 적용받았고 올해 12월까지 1.2점 감점을 적용받는다.
법원 심리에서 방사청 측 대리인은 “먼저 확정된 8명의 판결과 나중에 확정된 1명의 판결을 별개 사건으로 보고 그에 따라 감점을 적용하는 게 타당하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결국 채무자(방사청)의 규정 해석이 재량권과 신뢰보호 법칙을 벗어났는지가 쟁점일 것 같다”고 전하며 9일 전까지 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안감점, 빈도는 낮지만 파장은 커
HD현대중공업과 방산업계에서 유독 이번 사안에 주목되는 것은 방산 입찰에서 보안 감점의 무게가 작지 않기 때문이다.
대형 방산사업 평가 여러 평가 기준을 종합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1점대 감점은 특정 기업의 유불리를 넘어 사업자 선정 결과와 향후 방산 조달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방위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사건이 빈번한 범죄 유형이 아니라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스마트투데이가 정보공개청구로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연도별 ‘방위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송치건수는 총 5건에 불과하다.
△2021년 1건 △2022년 0건 △2023년 3건 △2024년 1건 △2025년 0건 △2026년(3월까지) 0건이다.
이렇듯 보안감점의 발생 빈도는 낮지만 파장은 작지 않다.
한 번의 보안사고가 형사처벌을 넘어 입찰 감점과 기업 신뢰도 문제로 장기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방사청 절차상 하자 지적도…얽히고설킨 KDDX 사업 어쩌나
격화하는 보안 감점 논란을 지켜보는 방위산업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린다.
우선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KDDX는 사업이 크고 보안 감점이 평가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 각자의 위치에서 대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안 감점은 특이한 예외 사항이다. 이에 HD현대중공업이나 방사청 중 누가 맞다 틀리다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HD현대중공업은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라는 입장이다. 이미 보안 감점 처벌을 받았는데 (방사청이) 재차 보안 감점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니 HD현대중공업 측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방사청 입장에선 사실 처음부터 보안사고가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감점 논란이 아닌 방사청의 절차상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방사청이 보안 감점 적용 사실이나 분리 적용 방침을 공식적인 공문이나 절차를 통해 명확히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서다.
최기일 교수는 “보안 감점에 대한 벌점이 부여되면 행정기관은 해당 기관에 행정고지를 하고 통보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추가 보안 감점을 HD현대중공업에게 통보하지 않고, 이에 절차상에 과오가 생긴 것”이라며 “가령 경찰에도 '미란다 원칙'이 있듯이, 보안감점 부여를 하는데 해당 기업에게 고지를 하지 않은 건 절차상 하자로 나중에 법정 시비거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을 보안감점의 절차 문제와 함께 방산 조달 평가의 본질을 되짚는 계기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종 사업자 선정에서는 기술력과 전문성, 수행능력 등 사업 목적에 직접 연결되는 요소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 이사장은 “기술력, 전문성 등 근본적 역량에 비중을 두고 합목적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게 중요하다. 결정적으로 중요하지는 않은 요소가 큰 영향을 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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