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안효건 기자| HLB그룹이 간암 신약의 세 번째 미국 식품의약국(FDA) 보완요구서한(CRL) 사유를 해소했다고 밝혔으나, 완제의약품 공장을 비롯한 전체 생산망의 규제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해소 발표가 세 번째 CRL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던 원료의약품 시설 문제에만 국한됐기 때문이다.
HLB그룹은 15일 간암 신약의 세 번째 FDA CRL을 촉발한 리보세라닙 원료의약품 제조시설 문제가 해소됐다고 발표했다. FDA가 지난 4월 항서제약 진차오 사이트에서 실시한 일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실사를 자발적 시정 조치(VAI)로 최종 종결한 데 따른 결과다.
HLB는 “사실상 CRL 사유가 즉시 해소됨에 따라 FDA와 신속히 협의해 신약 승인 절차가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 7월 3일 별도 실사를 받은 리보세라닙 완제의약품 제조시설은 Form 483에 따른 보완 작업을 진행 중이다.
4월 원료공장 실사가 세 번째 CRL 촉발
완제의약품 제조시설의 리스크가 상존하는 가운데, 이번에 해소된 원료의약품 공장 문제는 지난 4월 실시된 FDA 실사에서 비롯됐다.
FDA는 지난 4월 15일 리보세라닙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항서제약 진차오 사이트에 대한 일반 cGMP 실사를 마치고 Form 483을 발부했다. 이에 항서제약은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답변서를 제출했지만, FDA가 7월 9일까지 해당 시설의 cGMP 준수 여부를 확정하지 않으면서 세 번째 CRL이 발행됐다. 항서제약이 보완자료를 냈지만 FDA가 7월 9일까지 해당 시설의 규정 준수 상태를 승인 가능한 수준으로 확정하지 못하면서 CRL이 발행된 구조다.
HLB그룹은 미국 현지시간 7월 9일 세 번째 CRL을 수령했고, 국내에서는 7월 10일 이를 자율공시했다. CRL에는 해당 시설이 cGMP를 준수하는 상태에 도달했는지 FDA가 판단해야 하며, 필요하면 재실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HLB그룹은 FDA가 CRL을 통해 “해당 제조소의 지적사항이 해소되고 cGMP 기준 준수가 확인될 때까지 리보세라닙 NDA를 승인할 수 없다”며 “cGMP 문제가 해소된 이후에도 필요하면 사전승인실사(PAI)가 추가될 수 있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리보세라닙 실사가 아닌데도 승인 막힌 이유
4월 진차오 사이트 실사 당시 리보세라닙이 직접적인 점검 대상이 아니었음에도 신약 승인 전체가 보류된 배경에는 항서제약과 FDA 간의 원료의약품 시설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항서제약은 4월 실사가 리보세라닙 허가를 위한 PAI가 아니라 미국에서 판매 중인 기존 제품을 대상으로 한 일반 cGMP 점검이었다고 판단했다.
HLB그룹은 지난 14일 열린 주주 간담회에서 HLB그룹은 항서제약이 “원료의약품 시설에 대한 일반 cGMP 실사는 리보세라닙 허가와 직접 관련된 실사가 아니었고, Form 483에도 리보세라닙이 언급되지 않아 계약상 공유 의무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실제 CRL에도 실사에서 확인된 지적사항이 엘레바의 허가 신청과 직접 관련된 사항이 아닐 수 있다는 문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적사항이 리보세라닙 제품 자체에서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허가 보류 처분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cGMP 실사가 이뤄진 진차오 사이트가 리보세라닙 NDA에 등록된 원료의약품 제조시설인 만큼, FDA는 개별 지적사항의 발생 제품과 무관하게 해당 제조시설 전체의 cGMP 준수 여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결국 항서제약은 리보세라닙을 직접 점검했는지를 기준으로 정보 공유 여부를 판단한 반면, FDA는 리보세라닙 NDA가 해당 시설을 제조소로 참조하는지를 기준으로 승인 여부를 결정했다. 이 같은 판단 차이가 결국 세 번째 CRL이라는 악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7월 3일 완제공장 Form 483은 별도 변수
원료의약품 시설 외에 완제의약품 생산시설인 항서제약 동진 사이트에서 발생한 추가 실사 역시 승인 가도에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HLB그룹은 FDA가 지난 7월 3일 항서제약의 완제의약품 제조시설인 동진 사이트에 대한 일반 cGMP 실사 이후 지적사항이 발견되어 Form 483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HLB그룹은 완제의약품 제조시설에서 확인된 지적사항이 앞서 VAI로 종결된 원료의약품 시설의 지적사항과 유사한 범주라고 설명했다.
동진 사이트에 발부된 Form 483에 대한 항서제약의 답변 기한은 오는 7월 24일이다. 이에 따라 항서제약은 기한 내에 답변서와 시정·예방조치(CAPA) 계획을 FDA에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 10일 자율공시 당시에는 원료공장과 완제공장의 세부 내용 구분 없이 ‘cGMP 실사 과정에서의 시설 결함’으로만 뭉뚱그려 기재됐으나, 두 사안은 별개로 나누어 보아야 한다. 이번 3차 CRL을 직접 유발한 핵심 원인이 4월 진차오 원료공장의 Form 483이었다면, 7월 3일 실사가 종료된 동진 완제의약품 공장에 발부된 Form 483은 향후 재심사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별개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공시·IR 자료마다 보완 시점 달라…정보 제공도 혼선
HLB그룹은 원료의약품 제조시설의 Form 483 대응 시점도 자료마다 다르게 안내했다. 7월 10일 공개한 블로그 공지에서는 항서제약이 진차오 원료의약품 시설의 지적사항에 대해 “6월과 7월 초에 보완 답변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흘 뒤인 14일 주주간담회 질의에서는 같은 시설에 대해 “4월 Form FDA 483을 받은 뒤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답변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두 설명 모두 4월 진차오 원료의약품 시설 실사 이후 제출한 두 차례의 답변서를 가리키는 것으로 읽히지만, 제출 시점은 각각 한 달씩 차이가 난다. 회사가 서로 다른 자료를 지칭한 것인지, 기존 공지의 시점을 정정한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제출 시점은 FDA가 보완자료를 검토할 수 있었던 기간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준다. 답변서가 5월과 6월에 제출됐다면 FDA는 두 번째 자료를 최소 수주간 검토한 뒤 CRL을 발행한 셈이다. 반면 6월과 7월 초에 제출됐다면 마지막 보완자료가 CRL 수령 직전에 제출된 구조가 된다.
완제의약품 시설 관련 정보도 단계적으로 공개됐다. 7월 10일 자율공시에는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시설의 실사 일정과 Form 483 발부 사실이 구체적으로 구분되지 않았다. 회사는 이후 블로그를 통해 동진 완제의약품 시설의 실사가 7월 3일 종료됐고, 별도의 지적사항이 발생했으며 답변 기한이 7월 24일이라고 밝혔다.
세 번째 CRL이 제조시설 실사와 정보 공유 실패에서 발생한 만큼, 제조시설 상태뿐 아니라 회사가 투자자에게 관련 일정을 얼마나 정확하고 일관되게 제공하는지도 향후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VAI 종결이 ‘중요 사유 해소’의 근거
이 같은 다중 규제 리스크 속에서도 HLB그룹이 중요 사유 해소를 자신하는 근거는 최근 확보한 진차오 원료의약품 시설의 실사 최종 분류 결과(VAI)다. HLB그룹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는 지난 14일 항서제약으로부터 진차오 시설의 실사 결과가 VAI로 종결됐다는 서한을 전달받았다.
VAI는 실사 과정에서 일부 미흡한 점이 발견됐으나 행정 조치까지 권고할 수준은 아니라는 등급 분류다. 지적사항이 전혀 없었다는 무결점 판정은 아니지만, 허가 보류 사유를 방어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FDA가 보낸 실사 종결 서한에 “VAI 분류 결과는 해당 제조시설과 연계된 현재 진행 중인 허가 신청에 대한 FDA의 평가에 직접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됐다는 설명이다.
HLB그룹은 이를 근거로 “신약 승인 절차에서 문제가 됐던 핵심 사안들이 대부분 해소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사실상 CRL 사유가 즉시 해소됐다”고 밝혔다. 3차 CRL에서 핵심 문제로 지목된 진차오 시설 실사가 VAI로 최종 마감된 만큼, 회사 측의 중요 사유 해소 발표에는 객관적인 근거가 실렸다는 분석이다.
다만 동진 완제의약품 시설의 Form 483 소명 절차와 이에 대한 FDA의 최종 등급 분류가 여전히 남아 있다. 리보세라닙 제조시설 전반의 규제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혔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NDA·BLA 재제출 불가피…재심사 기간은 FDA 판단
HLB그룹은 3차 CRL 수령으로 일시 중단된 간암 신약의 허가 심사를 재개하기 위해 리보세라닙 NDA와 캄렐리주맙 BLA의 재제출 절차에 돌입한다. 진차오 원료의약품 시설의 VAI 판정으로 직접적인 허가 보류 사유는 해소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실질적인 재심사 개시 시점과 구체적인 심사 기간은 향후 FDA와의 협의 결과에 따라 정해질 전망이다.
HLB그룹은 일반적으로 FDA로부터 CRL이 발부되면 기존 심사 사이클은 공식 종료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진차오 원료의약품 시설의 VAI 결과 획득 여부와 무관하게 허가 심사를 다시 시작하려면 FDA 규정에 맞춰 NDA와 BLA를 재제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HLB그룹 관계자는 “이번 CRL로 기존 심사 사이클은 종료됐다"며 “VAI 결과를 반영해 재신청을 최대한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Type A 미팅과 별도로 FDA에 공식 질의를 진행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재심사 기간이 얼마나 소요될지는 서류 접수 이후 FDA가 지정할 Class 1(단기 심사) 또는 Class 2(심층 심사) 분류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그 중에서도 동진 완제의약품 시설의 CAPA(시정·예방조치) 평가 결과와 이에 따른 추가 재실사 여부가 향후 재심사 기간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캄렐리주맙 문제 끝내자 리보세라닙 시설서 변수
지난 2024년과 2025년 HLB그룹이 수령한 CRL 두 건은 주로 병용 약물인 캄렐리주맙의 제조 및 화학·제조·품질관리(CMC) 결함이 중심이었다. HLB와 항서제약은 이를 보완해 올해 1월 리보세라닙 NDA와 캄렐리주맙 BLA를 다시 제출했고, FDA는 통상 6개월의 심사기간이 적용되는 클래스 2 재심사로 분류해 심사를 진행해왔다.
HLB그룹은 이번 심사에서 캄렐리주맙 관련 이슈는 사실상 일단락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CRL에서 캄렐리주맙과 관련해 보완이 요구됐던 사항에 대해서는 FDA가 ‘특별한 이슈 없이 검토를 종료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주주간담회에서도 “항서제약으로부터 캄렐리주맙은 미해결 사항 없이 심사를 마쳤고 리보세라닙 결과만 남아 있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수신했다”고 밝혔다.
3차 CRL에서는 캄렐리주맙 고비를 넘기자마자 리보세라닙 원료와 완제 제조시설에서 새로운 변수가 불거진 셈이다. 신약의 임상적 유효성이나 안전성 자체에는 이견이 없음에도, 세 차례에 걸친 허가 지연이 파트너사의 생산시설 규정 준수 및 정보 공유 미흡 등 품질 관리 영역에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HLB그룹 역시 주주 간담회에서 “과거 항서제약이 FDA로부터 VAI를 받았을 때 지적됐던 사항 중 일부가 이번 실사에서도 다시 언급됐다는 점”을 우려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당장은 항서제약 유지…HLB제약·미국 CMO 추가 검토
제조 공정의 취약점이 잇따라 노출되고 있으나, HLB그룹은 당장 생산처를 교체하는 대신 기존 제조소의 조속한 정상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인 현 단계에서 생산처를 변경하면 기술이전과 공정 검증, 안정성 자료 확보, 신규 제조소 등록 및 FDA 평가가 추가되어 승인 일정이 더욱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캄렐리주맙은 항서제약이 전량 생산하고 있으며, 리보세라닙은 항서제약 진차오 사이트와 동진 사이트가 각각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생산을 맡고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리보세라닙 생산을 HLB제약으로 이관하고 미국 CMO를 추가하는 등의 다변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HLB그룹은 간담회에서 “현재 문제는 항서제약과 함께 해결하되,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CMO를 활용한 별도 생산기지 확보까지 포함해 투트랙 전략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LB제약의 유상증자에 대해서는 리보세라닙의 생산권 이관을 위한 설비 투자 목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HLB그룹은 "리보세라닙 생산을 HLB제약이 조기에 넘겨받으려면 생산설비 구축을 위한 증자를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작년 봄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 승인 직전의 증자가 주주 부담을 키울 수 있어 1년 넘게 결정을 미뤄왔으나 더 늦추면 생산 이관 자체가 장기간 지연될 수 있다고 판단해 결국 증자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HLB제약의 유상증자는 당장 항서제약을 교체하기 위한 단기 대책이라기보다 향후 국내 생산을 위한 선제적 투자 성격이 짙다. 미국 CMO 검토 역시 기존 항서제약 생산망을 즉각 대체하기보다 글로벌 시장 공급을 위한 백업 생산기지를 추가 확보하려는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주가 변수는 항서제약 제조망의 추가 cGMP 문제
향후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히는 것은 동진 완제의약품 시설의 최종 등급 분류와 항서제약 제조망 전반의 추가 cGMP 규제 여부다. 세 차례의 CRL이 모두 제조 및 품질관리 문제와 맞물렸다는 점에서, 향후 주가 흐름을 결정할 핵심 변수 역시 동진 시설의 최종 분류와 항서제약 제조망 전반의 규제 관리 역량이 될 전망이다.
만약 오는 24일 제출이 예정된 동진 완제의약품 시설의 CAPA(시정·예방조치)가 불충분하다고 판정되거나 FDA가 재실사를 요구할 경우 재심사 일정은 다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캄렐리주맙 제조시설 문제를 겨우 보완하자마자 리보세라닙 원료와 완제 시설에서 연이어 품질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 심리에는 여전히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양사 간 정보 공유 체계의 미흡함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HLB그룹은 간담회에서 엘레바 대표가 항서제약에 “4월 실사 내용을 왜 공유하지 않았느냐. 계약 위반일 수도 있다”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 역시 “앞으로 10년 이상 판매해야 하는 제품인 만큼 동일한 제조시설 리스크를 반복해서 안고 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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