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대해 이례적인 경고 메시지를 냈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운용사의 상품임에도 구조적 위험성을 지적하며 투자를 멈출 것을 권고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배 대표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상품의 수익률 훼손 가능성을 언급했다. 배 대표가 올렸던 경고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이 같은 경고는 시장의 주목을 받았으나, 역설적으로 그가 과거 국내에 레버리지 ETF를 처음 도입한 인물이라는 점이 함께 부각되고 있다.
배 대표는 해당 게시글에서 개별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ETF에는 투자하지 말라며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기초자산인 원주가 일정 시간이 지나 원래 가격으로 회복하더라도, ETF 가격은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현재처럼 원주의 가격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구조적으로 매일 손실이 누적된다고 설명했다. 당초 예상했던 수준을 뛰어넘는 시장의 잦은 급등락이 상품의 위험성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국내 최초 레버리지 도입 주역의 역설적 비판
이 같은 배 대표의 발언이 눈길을 더욱 더 끄는 이유는 그가 과거 레버리지 ETF 시장을 직접 개척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2010년 삼성자산운용 재직 시절 아시아 최초로 코스피 200 지수를 2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를 도입했다. 당시 이 상품은 국내 ETF 시장의 외형을 크게 성장시키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KODEX 레버리지 론칭 이후 삼성자산운용은 2015년 12월에 코스닥 시장의 변동성을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성공적으로 상장시켰다. 해당 ETF 상장 시점에 배재규 대표는 삼성자산운용 ETF 부문에서 임원을 역임하고 있었다.
최근 배 대표가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대상은 지난 5월 상장된 'ACE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등이다. 이 상품들은 지수가 아닌 개별 기업의 주가를 2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상장 초기 단기 수익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몰렸으나, 최근 반도체주 하락으로 인해 수익률이 크게 악화했다. 배 대표는 자사에서 직접 운용 중인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공개적으로 멈춤을 권고했다.
레버리지 ETF가 지닌 위험성의 핵심은 일일 수익률의 복리 효과에서 발생한다. 운용사는 레버리지 배수를 유지하기 위해 기초자산 가격이 오를 때 매수하고, 내릴 때 매도하는 기계적 매매를 수행해야 한다. 이러한 매매 구조는 본주의 가격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가가 일정한 박스권에서 등락만 반복해도 ETF의 순자산가치는 지속적으로 깎여나가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다.
과거 그가 도입한 지수형 레버리지는 시장 전체를 추종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분산된다. 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특정 기업의 악재에 직접 노출되어 변동성이 극대화된다. 배 대표 역시 이 같은 차이를 인지하고 단일종목에 한정해 비판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레버리지 고유의 매매 구조가 지닌 근본적 취약성은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금융당국 신규 상장 중단 조치와 엇갈린 업계 반응
금융당국 역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유발하는 시장 교란 우려에 대응하고 나섰다. 당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해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와 함께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해당 상품들의 광고를 금지하는 등 보완 대책을 내놓았다. 이들 상품의 본질적인 매매 구조가 최근 국내 증시의 잦은 변동성을 야기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배 대표의 이례적 행보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자사 상품의 판매를 스스로 막아선 것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책임감 있는 조치라는 평가가 있다. 반면, 레버리지 시장을 선도했던 인물이 시장 팽창에 일조한 뒤 뒤늦게 위험성을 지적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운용사들이 외형 경쟁에 치중해 고위험 상품을 무분별하게 출시해 온 관행 자체가 문제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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