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심기 건드렸나..배재규 한투운용 대표 "레버리지 투자 말라" 글올렸다 삭제

증권 |김세형 기자 | 입력 2026. 07. 21. 08:16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사진=배재규 대표 페이스북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사진=배재규 대표 페이스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의 대표가 해당 상품에 투자하지 말라는 글을 올렸다가 게시글을 삭제하는 일이 발생했다.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레버리지 ETF에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 보완대책을 내놓은 뒤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서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5월27일 레버리지 ETF 출시 당시 'ACE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 2종의 레버리지 ETF를 내놨다. 16종의 ETF 가운데 2종이 한투운용 상품이다. 다만,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압도적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 한투운용의 상품 거래는 크지 않은 편이다.

배 대표는 "개별종목 레버리지 ETF를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 대표로서 이런 말씀을 드려 죄송하다"며 "결론은 개별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2배 ETF에는 투자하지 말라는 이야기"라고 썼다.

배 대표는 기초자산 가격이 회복되더라도 ETF 가격이 같은 수준으로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른바 음의 복리 효과를 언급했다.

그는 "시간이 흘러 원주가 제자리에 와도 ETF 가격은 제자리에 오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원주의 변동성이 지금처럼 크면 매일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라고 썼다.

그는 "누구도 변동성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 예상을 못한 탓"이라고 덧붙였다.

배 대표는 SK하이닉스 본주 주가 하락률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손실률의 차이를 그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5월 2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SK하이닉스 주가는 224만3000원에서 184만2000원으로 17.9% 내렸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47.5% 하락했다.

기초자산 하락률을 단순히 2배로 계산하면 이론상 손실률은 35.8%지만, 실제 손실률은 이보다 11.7%포인트 높았다.

그렇다고 인버스 ETF가 이익을 본 것도 아니었다. SK하이닉스 원주 하락을 기준으로 보면 SK하이닉스 단일종목 인버스 ETF는 이론적으로 35.8% 수익을 내야 하지만 실제로는 31.1% 손실을 냈다.

원주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ETF 원금 자체가 줄어드는 '음의 복리' 효과가 실제로 작동했다는 분석이다.

자신들이 내놓은 상품에 대해 공개적으로 투자 자제를 요청한 사례는 흔치 않다. 특히 배 대표는 '한국 ETF의 아버지'라고 평가받는 인물이다.

삼성자산운용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02년 국내 첫 지수형 ETF 'KODEX 200' 상장을 주도했다. 해당 상품의 현재 시가총액은 23조4942억원에 달한다.

이 글을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이 파는 상품을 저격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보완 혹은 개선책도 제안해야할 것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이 글은 SNS에서 내려간 상태다.

한편 당국은 지난 16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주재로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레버리지 ETF 상품 보완방안을 내놨다.

당국은 해외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 국내투자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고, 국내 자본시장 매력도와 다양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도입했고 실제 해외 투자 수요를 완화하는 효과가 있었다면서, 전세계적으로 확대된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 관련 주식 가격 변동성이 추가로 증가하고 투자자 손실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다양한 우려와 보완 필요성 제기에 따라 보완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했다.

이에 시장 내 과열경쟁 완화를 위해 시장 안정화까지 단일종목 상품 관련 신규상장 잠정 중단 및 광고를 금지키로 했다.

또 괴리율 관리 등 투자자 보호 체계 개선 차원에서 증권사(LP)·운용사의 괴리율 관리 책임을 제고하고, 투자자 위험안내 및 사전교육(해외 포함)을 강화키로 했다.

무엇보다 기본예탁금 상향과 매매단위 상향이 이번 대책의 골자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관련 기본예탁금을 현재 대용증권 포함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이고, 매매단위는 현재 1좌에서 20좌로 높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일반 개인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린다는 계획이다. 기본예탁금 상향은 8월5일부터 우선 금액을 올리고, 대융증권 미인정 조치도 8월19일 시행키로 했다. 매매단위 조정은 11월부터 시행한다.

이같은 보완대책 발표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20일 레버리지 ETF 거래는 오히려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닥권 인식에 더해 기본예탁금 상향을 앞두고 개인투자자가 몰린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정부의 부인 속에서도 '레버리지 ETF 출시를 주도한 당국자'로 굳어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9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폐지 주장과 관련해 “이미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있고 상품 규모도 10조원 이상 형성돼 있다”며 “상장폐지를 하게 되면 그 자체가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기 때문에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상장폐지를 하면 그 매물을 시장이 모두 받아내야 한다”며 “폐지 자체가 또 다른 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발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보완대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당국이 많은 논의를 거쳐 그동안 시장에서 제기됐던 문제를 상당 부분 수용해 대책을 마련했다”며 “기본예탁금 상향과 거래 단위 조정 등이 시행되면 지적됐던 부작용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레버리지 상품은 하락장에서 영향력이 두 배로 커지는 특성이 있다”며 “시장 충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당국과 자산운용사, 증권사가 추가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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