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책임준공 확약은 그렇다 쳐도 대안설계 인허가 책임 확약서 제출까지 요구하는 것은 너무한 것 같습니다. 제대로 지으라는 취지를 인정한다 해도 모든 책임을 시공사에게 떠넘기는 듯한 조건은 경쟁입찰 성사 가능성을 낮출 수 밖에 없습니다.”
압구정4구역 인근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최근 공개된 입찰지침 주요 조항들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공개된 조항들 중에서도 대안설계 인허가 책임 확약서 제출은 건설사에 게 지나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책임준공 확약을 아예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경쟁입찰 성립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는 현장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잇다. 기자가 방문한 인근 공인중개사 5곳 중 4곳은 이번 입찰지침 조항들에 대해 ‘지나친 요구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사자인 건설사는 침묵하는 분위기지만, 공인중개사를 비롯한 현장 관계자들은 “경쟁입찰을 성사시키려면 요구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 ‘책임준공확약’은 독이 든 성배...건설사 부담 커져
2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4구역 조합 대의원회를 통해 공개된 입찰지침들이 정비업계의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의원회 안건 부결로 입찰지침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논란을 산 조항은 책임준공확약과 대안설계 인허가 책임 확약서 제출 조항이다. 건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리스크에 대한 책임을 건설사에게 지도록 한 것이다.
책임준공확약은 시공사가 정해진 기간 내에 건물을 완공하고 사용승인까지 하겠다고 약속하는 조항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시 금융기관의 리스크(위험)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제출된다. 이 확약서에 따르면 천재지변, 국가 비상사태 등 불가항력적 사유가 아닌 이상 정해진 기간 내에 공사를 완수해야 한다. 시공사가 손해배상은 물론 시행권 인수 책임을 져야 하고, 공사가 늘어난 기간 만큼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이주비나 주거비도 시공사가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건설사에게 책임준공확약은 ‘독이 든 성배’로 비유된다. 경쟁이 과열된 지구에서 건설사가 승기를 잡기 위해 꺼내는 ‘마지막 히든 카드’로 비유되기도 한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 수주 과정서 B 경쟁사와 ‘책임준공확약’을 둔 갈등에 대해 “서로 피 보는 싸움을 하는 격이다. 고통분담이라 보면 된다”고 털어놨다. A사와 경쟁관계인 B 건설사는 “A사는 책임준공확약을 하지 않겠지만 우리는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대안설계 인허가 책임까지… “창의성 막는 조항” 비판
대안설계 인허가 책임 확약서 제출도 논란이다. 대안설계는 시공사 등이 발주자가 제시한 원안설계에 기능과 효율을 보강한 설계안이다. 일부 사업장에서 대안설계로 인허가가 늦어져 사업이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자,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 조합도 한때 입찰지침에 ‘대안설계 금지’ 조항을 두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관련 조항이 시공사 권한을 지나치게 위축시켜 창의적 설계를 막는 것이라고지적한다. 압구정4구역의 경우 대안설계 인허가로 인해 사업이 지연되면 시공사가 지체 보상금을 물어야 한다.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봉쇄하는 것이리는 비판이다.
이밖에도 시공사 부담 논란을 산 조항은 더 있다. 굴토공사 시 지질상황이 조합이 제공한 지질조사보고서와 다른 경우, 혹은 이로 인한 공법 변경 시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수 없다. 1000억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 경쟁입찰 성사시키려면 조합 기대수준 낮춰야
현장 부동산 전문가들도 금번에 공개된 입찰지침 조항들에 대해 ‘너무하다’는 평을 내놨다. C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은 책임준공확약을 하지 않는 대표적인 건설사”라며 “개포우성7차 수주 과정에서도 책임준공확약을 하지 않았다. 경쟁사인 대우건설이 책임준공확약을 하며 삼성물산을 비난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선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D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바라는 ‘삼성물산 참전’을 성사시키려면 조합도 건설사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대안을 내놔야 한다”며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건 좋지만, 지나친 부담을 지우게 하는 건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입찰지침 논란에 대해 말을 아꼈다. 확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합의 미움을 사지 않으려는 행보로 읽혀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입찰지침 조항들이 확정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입장을 표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DL이앤씨 관계자는 “현 단계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입찰지침 확정 후에 말씀드리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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