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 유증] ② 미국·이란 전쟁 버틸 체력 있었는데...'이 선택'이 갈랐다

증권 | 안효건  기자 |입력

전쟁 이슈에도 튼튼한 반도체 자회사, 유리기판 기대감도 뒷받침 문제는 본업, 한 치 앞 못 본 화학·2차전지 전환에 현 시계도 흐릿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SKC가 꾸렸던 화학·2차전지 포트폴리오가 최근 유상증자 최대 위험 요인으로 부상했다. 알짜로 꼽히는 반도체 유리기판과 달리 미국·이란 전쟁 악영향을 고스란히 받으면서다. 기존 사업에 발목 잡힌 주가가 유증 조달금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C 주가는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9만9800원에 마쳤다. 유증 기준 주가 11만3115원 대비 11.7% 낮다. 이날 종가가 유증 발행가액 결정 시점까지 이어지면 목표했던 조달금 약 1조원이 883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주가 하락 자체는 코스피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쟁 직전이었던 지난달 27일 회사 주가는 기준 주가와 유사한 11만3200원이었다. SKC 주가가 추락하는 동안 코스피 역시 6244.13에서 5532.59로 11.4%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사업별로 주가에 미친 손익이 뚜렷하게 갈린다. 반도체 유리기판 밸류체인 사업은 전쟁 이슈에도 낙폭이 제한적이었다. SKC가 지분 48.49%를 보유한 코스닥 상장사 ISC 주가는 19만2800원에서 18만5600원으로 3.7% 감소에 그쳤다.

ISC는 반도체 테스트 부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북미 주요 빅테크 대상 양산용 소켓 시장 침투와 그룹 내 시너지 등으로 기대받는다. SKC 핵심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유리기판 사업은 아직 상용화 전 단계로 테스트 수요가 높다. 이후 품질 유지 등 측면에서도 시너지가 이어질 수 있는 구조다.

이번 유증에서 5000억원 이상 자금을 투입하는 유리기판 자회사 앱솔릭스에도 기대감이 높다. 해당 기대감이 SKC 주가 하락을 일부 방어한다는 평이 많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증 발표 전이었던 지난달 10일 리포트에서 앱솔릭스 EV를 2조9800억원 수준으로 평가했다. 타 기판 관련 업체 대비 100% 프리미엄을 부여한 가격이다. SKC 시가총액 3조7700억원에 비해 상당한 규모다.

문제는 화학과 2차전지다. 지난해 SKC 매출에서 화학은 59.3%, 2차전지는 27.5%를 차지한다. 두 산업 모두 공급과잉 상태로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마진 축소를 고객에 전가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타격은 석유가 원재료인 화학 산업에서 타격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과 2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LG그룹의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주가도 나란히 급락했다. 지난달 27일 대비 이날 주가는 LG 화학 25.5% 내린 31만1000원, LG에너지솔루션 14.0% 하락한 36만7000원이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에너지·화학 보고서에서 “(이번 전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에너지 시장에 더 큰 충격”이라며 “전쟁이 2주 이상 이어지면 점진적인 글로벌 공장 가동 중단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유증을 하는 이유와 또 실패할 수 있는 이유 모두 화학·2차전지에서 나오는 셈이다.

1년 앞 못 본 경영 판단이 근본 원인, 현재 대안도 '흐릿'

SKC가 이런 구조를 구축한 결정적 시점은 약 5년 전인 2021년 전후다. SKC는 2020년 전기차(EV) 소재 핵심인 동박 제조사 KCF테크놀로지스(현 SK넥실리스) 지분을 100% 인수했다. 동시에 주력 사업이었던 화학 부문을 물적분할해 SK PIC글로벌을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지분 49%를 쿠웨이트 PIC에 매각했고 SK바이오랜드 등 비핵심 사업도 정리해 자금을 '영끌'했다. 2022년에는 40년 간 회사 뿌리였던 필름 사업을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이 시기는 SKC 안정성을 화학이, 성장성을 2차전지가 맡은 시점이다. 이는 불과 1년 앞을 못 본 선택으로 드러났다. 화학과 동박 사업은 중국산 제품, 전기차 캐즘과 글로벌 경기 침체를 맞아 돈 먹는 하마로 변했다. 2023년 화학 부문은 684억원, 2차전지는 1104억원 순손실로 전환했다. SKC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2350억원으로 떨어졌다. 두 사업은 이후에도 회사 자금 빨아들이는 구멍을 키웠다.

시장에서는 SKC 신용과 주가 부양 핵심으로 두 사업의 현황 타개를 꼽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SKC가 그간 내놓은 메시지에는 뾰족한 돌파구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화학 산업은 철수할 수도, 육성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SKC는 최근 불거진 화학 사업 매각설에 "지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유증 명분을 설명하는 과정에서는 AI 데이터센터용 고효율 냉각시스템 진출로 독자 생존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2차전지 사업에는 조삼모사식 버티기 성격이 짙다. 수익성은 공장 가동 비중에서 국내를 줄이고 말레이시아를 늘려 생산 비용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전체 가동률 회복 전략보다는 국내 물량을 비용이 값싼 말레이시아로 돌리는 전략이다. 이는 국내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해당 자산 가치가 감소하는 문제를 수반한다. SKC는 지난해에도 EV 시장 수요 둔화에 따른 판매 부진 지속을 이유로 3151억원 유형자산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SKC 동박 매출 확대도 시장 구조 변화 없이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다. 지난해 2차전지 부문 매출은 3182억원에서 5060억원으로 59%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1505억원에서 1746억원으로 확대됐다.

SKC 관계자는 화학 철수 가능성이 이번 사태로 변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중장기 사업 계획에 변동은 없다”고 답했다. 2차전지 부가 가치 확대와 관련한 구체적 전략에는 “연초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동박 판매량 50% 성장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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