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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게이트'의 빈칸…미래에셋, 수익도 독점도 없었다

오피니언 |심두보 기자 | 입력 2026. 09. 0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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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논란을 ‘이재명 정권 ETF 게이트’로 규정했다. 김용범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자녀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재직한다는 점, 김 전 실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호텔 회동 의혹, 개인투자자들의 54조원대 손실 추정치 등을 근거로 들었다.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 필요성도 주장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정책은 충분히 비판받을 수 있다. 고위험 상품이 빠르게 도입됐고, 상장 직후 시장 규모가 예상보다 빠르게 커졌다. 금융당국은 출시 약 7주 만에 신규 상장과 광고를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높이는 등 규제 강화에 나섰다. 사전 투자자 보호가 충분했는지, 정책 도입 속도가 적절했는지는 검증해야 할 문제다.

그러나 정책 실패와 권력형 비리는 같은 말이 아니다. ‘게이트’라는 표현을 사용하려면 특정 기업의 청탁, 정책 당국자의 개입, 경쟁사와 구별되는 특혜, 그에 따른 대가라는 연결고리가 확인돼야 한다.

54조원 손실과 ‘미래에셋 특혜’의 빈틈

장 대표가 제시한 54조원은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가 개인투자자 계좌를 집계해 산출한 확정손실액이 아니다. 해외 증권사의 트레이딩 전략 담당자가 한국 자산을 기초로 한 레버리지 ETF의 시가총액 감소 등을 토대로 추정한 수치다. 더욱이 여기에는 2026년 새로 도입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뿐 아니라 기존 코스피200 레버리지 상품의 시가총액 감소분도 포함됐다.

시가총액 감소와 투자자의 실제 손실도 동일하지 않다. ETF 시가총액은 가격 하락뿐 아니라 환매와 자금 유출에 따라 줄어든다. 투자자의 매수 시점과 매도 여부에 따라서도 손익은 달라진다.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컸다는 방향성은 인정할 수 있지만, 54조원을 곧바로 새 정책이 만든 확정손실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미래에셋을 정책의 최대 수혜자로 보는 시각도 실제 시장 결과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미래에셋자산운용 한 곳이 아니라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한 여러 운용사가 동시에 출시했다. 시장점유율과 순자산 규모에서도 삼성자산운용이 미래에셋자산운용보다 앞섰고, 운용보수 수익 역시 삼성이 더 많이 가져간 것으로 추정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규제 완화를 먼저 제안했을 가능성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그렇다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실제 정책을 건의했는지, 다른 운용사보다 먼저 정보를 얻었는지, 경쟁사와 다른 혜택을 받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가 필요하다. 현재 드러난 경제적 결과만으로는 ‘미래에셋 맞춤형 특혜’라는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

왜 미래에셋인가…수익보다 인적 관계에 현미경

그럼에도 장 대표가 미래에셋을 콕 집은 이유는 수익 규모보다는 인적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과 이 원장의 자녀가 미래에셋자산운용에 재직한다는 사실에 박 회장과 김 전 실장의 호텔 회동 의혹이 더해졌다. 여기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ETF를, 미래에셋증권이 관련 ETN을 출시했다는 사실이 하나의 서사로 결합됐다.

그러나 가족의 재직 사실과 정책 특혜 사이에는 별도의 입증 과정이 필요하다. 미래에셋 측은 두 사람이 2022년 공개채용으로 입사했고, 논란이 된 ETF 관련 부서에서 근무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해명은 독립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부모가 현재 직위에 오르기 전 입사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자녀 재직 자체를 정책 대가로 보기는 어렵다.

호텔 회동 의혹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는 정확한 날짜와 참석자, 회동 목적, 정책 발표와의 선후관계 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설령 만남이 있었다고 해도 그 자체가 로비를 의미하지 않는다. 특정 정책을 요청했고, 그 요구가 실제 제도에 반영됐으며, 정상적인 절차를 뛰어넘은 특혜가 있었다는 추가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미래에셋그룹 전체 실적을 ETF 수익과 연결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ETF 운용보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받고, ETF 매매 중개수수료와 ETN 수익은 미래에셋증권의 영역이다. 증권사 전체 순이익에는 해외투자와 자기자본운용, 평가이익 등 여러 수익원이 포함된다. ‘미래에셋’이라는 그룹 이름 아래 법인별 수익을 하나로 묶으면 실제 정책 수혜 규모를 과장할 수 있다.

‘게이트’라면 특혜와 대가부터 보여야 한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결국 미래에셋이 다른 금융회사와 무엇이 달랐는가 하는 점이다. 자녀의 재직과 기업인의 회동 의혹은 조사할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권력형 비리를 주장하려면 미래에셋만 받은 경제적 또는 제도적 혜택이 무엇인지부터 제시해야 한다.

현재까지 확인된 시장 결과에서는 미래에셋이 독점적인 권리를 얻은 것도 아니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시장의 최대 운용 수혜자였던 것도 아니다. 여러 운용사가 같은 조건으로 참여했고, 증권사들도 높은 거래량에 따른 중개수수료 수익을 나눠 가졌다. 이런 구조에서 미래에셋만을 게이트의 중심에 놓으려면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차별적 접근을 보여줘야 한다.

조사할 의혹이 존재한다는 것과 게이트가 이미 확인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이다. 정책 실패에는 정책 실패의 증거가 필요하고, 권력형 비리에는 권력형 비리의 증거가 필요하다. 미래에셋이라는 이름이나 ‘게이트’라는 강한 단어가 그 빈칸을 대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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