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송아지론’이 놓친 진실…뱃속에 가두면 공멸한다

오피니언 | 심두보  기자 |입력

|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LS그룹의 중복 상장 이슈를 지목한 직후, 자본시장의 시계(視界)는 흐려졌다. 금융당국은 즉각적인 심사 강화로 화답했고,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기조는 사실상의 ‘동반 상장 불허’로 선회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결단이라 평가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는 자본시장의 자금 순환 기능을 마비시키는 ‘동맥경화’의 시발점이다.

당장 타격을 입은 곳은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시장이다. 투자금 회수(exit) 경로가 불투명해지면,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는 보수적인 집행 모드로 전환한다. 모험자본의 유입이 끊기면 혁신 기업의 성장 동력은 상실된다. 우리는 이미 과도한 상장 규제가 가져온 참사를 목격한 바 있다. 바로 ‘바이오 윈터(Bio Winter)’다.

과거 금융당국이 기술특례상장 요건을 보수적으로 강화하자, 바이오 섹터는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당시 거래소는 기술성 평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며 신약 개발 기업들의 상장 문턱을 대폭 높였다. IPO를 통한 자금 수혈이 막히자, 임상을 진행 중이던 유망 기업들은 연구개발비(R&D)를 감당하지 못해 파이프라인을 중단하거나 핵심 특허를 싸게 해외로 넘겨야 했다. VC들은 바이오 투자 검토 자체를 중단했다. 규제가 옥석을 가리기는커녕, 밭 자체를 갈아엎어 버린 선례다.

대통령의 발언은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이 모회사 주주가치를 희석시킨다는 ‘더블 카운팅(Double Counting)’ 논리에 기반한다. 그러나 이는 기업을 정적인 자산의 합으로만 파악하는 단편적인 시각이다. 기업 금융(Corporate Finance)의 핵심은 자본 재배치를 통한 가치 창출에 있다.

자회사의 분할 상장은 독립적인 자금 조달 창구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필수적인 재무 전략이다. 대규모 설비 투자(Capex)나 R&D가 필요한 신사업 부문을 모회사의 내부 현금흐름만으로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외부 자본 유치 없이 모회사의 부채 비율을 높이거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것이야말로 주주가치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현재의 규제 담론은 LG에너지솔루션 분할 상장 당시의 트라우마가 과도하게 투영되어 있다. 특히 2차전지, 반도체, 방산 등 국가 전략 산업은 글로벌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조 단위의 투자가 시급하다. 이때 자회사 상장은 리스크를 분산하고 대규모 자본을 신속하게 조달하는 효율적인 수단이다. 상장 금지는 곧 ‘투자 지연’을 의미하며, 이는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직결된다.

미국 자본시장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는 ‘카브아웃(Carve-out)’을 원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 인텔의 모빌아이 상장이나 제너럴일렉트릭(GE)의 헬스케어 분사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시장은 자본 조달의 자유를 보장하되, 사후적인 책임 소재를 묻는 방식을 택한다.

무엇보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되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이는 경영진이 모회사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방식의 분할 상장을 강행할 경우, 주주들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강력한 근거가 마련되었음을 의미한다.

해결책이 입구 규제(IPO 차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상법 개정의 취지를 살려 이사회가 주주가치 훼손 여부를 치열하게 고민하게 만들고, 필요시 주식매수청구권 강화나 의무 공개매수 등 실질적인 주주 환원책을 제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여론에 편승해 기업의 자금 조달 창구를 봉쇄하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규제 환경에서는 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고 나스닥행을 택할 유인이 커진다. 쿠팡의 사례에서 보듯,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뿐만 아니라 자본 조달의 유연성 부족이 ‘코리아 엑소더스’를 부추기고 있다.

IB 업계에서는 이미 시리즈 A, B 단계의 초중기 투자가 실종되었다고 토로한다. 이제 시리즈 C, D, 그리고 프리 IPO 단계의 중후기 투자도 ‘송아지론’의 직격탄 앞에 놓였다. 회수 시장(IPO)이 막히면 투자 시장도 느려진다. 자본의 흐름이 막히면 기업은 도태되고, 그 피해는 결국 경제 주체 모두에게 돌아간다.

LS의 중복 상장 이슈는 개별 기업의 징벌적 제재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한국 자본시장이 포퓰리즘적 규제 리스크에 갇혀 퇴보할 것인지, 아니면 합리적인 제도 운영을 통해 선진 시장으로 도약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명문화된 이상,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은 명분을 잃었다. 법적 안정성 위에서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사후적인 책임 추궁을 통해 규율을 잡는 것이 선진 자본시장의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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