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한때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국내 전기버스 시장에 빠르게 침투했던 중국산 브랜드의 기세가 꺾이고 있다. 올해 들어 국산 전기버스 신규등록이 많이 늘어났지만 중국산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다.
배터리 성능과 주행거리 등을 따지는 보조금 기준이 강화되면서 중국산의 최대 무기였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다만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중국 업체의 양산·원가 경쟁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어서 최근의 국산 약진을 국내 전기버스 산업의 구조적인 경쟁력 회복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中에 밀리던 전기버스…신규등록 판도 역전
27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스마트투데이에 제공한 전기버스 신규등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전기버스는 5035대, 중국산은 1943대가 새로 등록됐다. 전체 6978대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27.8%였다.
올해 들어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1~7월 국산 전기버스의 신규등록은 1만6028대로 집계되었지만 중국산은 439대에 그쳤다. 신규등록 차량 가운데 국산 비중은 97.3%에 달한다. 2023년 국내 중대형 전기버스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54% 수준에 달한 것에 비해 몇 년 사이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셈이다.
최근까지 전기버스 시장에서는 중국산 브랜드가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왔다. 이는 중국이 대규모 내수시장과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전기버스 보급과 실증 경험을 쌓으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해외시장 영향력을 확대해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조금 기준 높이자…中 가격 우위 약화
최근 전기버스 시장의 판도를 바꾼 주요 변수로는 보조금 제도 변화가 꼽힌다.
서울 등 준공영제 지역에서는 운수회사가 제조사와 차량 구매 계약을 맺지만, 이에 앞서 정부·지자체의 친환경 차 및 버스 구매 지원 규모가 정해지고 사실상 배정된 물량 범위 안에서 버스를 도입한다. 이후 지원 대상과 물량이 확정되면 운수업체가 제작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버스 구매 구조상 정부 보조금 정책은 운수업체의 차종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올해 정부는 전기버스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단순 보급 중심에서 차량 성능과 안전성 등을 따지는 방식으로 개편하고 있다. 전 차종의 배터리 에너지밀도 기준을 높였으며 대형 전기승합차의 경우 배터리 에너지밀도 530Wh/L 초과 기준 등을 적용한다.
앞서 주행거리와 배터리 성능, 사후관리 등을 반영한 보조금 차등도 강화됐다. 상대적으로 에너지밀도가 낮은 LFP 배터리를 주로 탑재한 중국산 차량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구조다.
황경수 미래지교통과학원 원장은 “중국산 전기 버스가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시장을 거의 휩쓸었다. 이에 보조금도 중국이 다 받아 가게 됐고 국내 전기버스 회사인 현대라든지 KGM커머셜, 우진산전 등이 고사 직전까지 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는 안 되겠다고 해서 정부에서 칼을 빼 들었고, 배터리 에너지 밀도 등 국내 버스 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기 쉽게 기준이 바뀌었다. 이에 중국산 전기버스가 타격을 입었다”고 덧붙였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가격 차이가 없어지면 사업자는 국산을 산다”며 보조금 제도 변화로 국산과 중국산 간 실구매가격 차이가 좁혀진 점을 국산 확대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이에 국내 버스 생산업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권용주 교수는 “국산 전기버스가 많이 팔리면 현대차와 우진산전, KGM커머셜 세 곳은 공장 생산량이 늘어나 일자리를 잘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산 ‘반격’했지만…中 경쟁력 무시 못 해
다만 최근의 흐름을 중국산 전기버스의 경쟁력 약화로 해석하는 데에는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업체의 근본적인 강점인 생산 규모와 원가 경쟁력이 여전해서다.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을 역임한 이항구 평택대 특임교수는 중국 업체와 국내 업체의 가장 큰 차이로 양산 규모를 꼽았다. 이항구 교수는 “중국 업체는 대규모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출 수 있지만 국내 버스업체는 생산 물량이 적어 원가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 업체의 질적 경쟁력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지적하며 “중국 업체들이 해외 진출을 확대하면서 과거보다 양산과 서비스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이 가격뿐 아니라 성능과 품질까지 함께 비교해야 하는 경쟁자로 올라섰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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