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백기사'신동국회장의 변심과 한미약품의 '지배구조 비용'

오피니언 |심두보 기자 | 입력 2026. 08. 0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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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심두보 기자| 한미사이언스의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오너 일가의 갈등을 넘어 상장사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주요 주주 사이의 연합과 대립이 반복되면서, 한미사이언스의 기업가치를 판단하는 투자자들은 본업의 성과 못지않게 지배구조의 다음 변화를 살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 과정의 중심에는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있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2020년 8월, 임성기 창업주의 갑작스런 사망과 함께 시작됐다. 창업주의 타계 이후 유족에게 부과된 5000억원대 상속세는 그룹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 원인으로 작용했다.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을 두고 외부 자본 유치를 모색한 창업주 미망인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장녀) 측과 이에 반대한 두 아들 임종윤(장남)·임종훈(차남) 형제 측이 서로 다른 대안을 추진하면서 이견이 구체화됐다. 지분 활용과 경영권 확보 방식에서 비롯된 시각차는 결국 주주총회에서의 모녀 vs. 형제로 갈린 가족간 표 대결로 이어지며 볼성사나운 가족간 경영권 분쟁의 회오리속으로 빠져들었다.

신 회장은 2024년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주주총회에서 OCI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던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 등 이른바 모녀팀의 대척점인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을 지지했다. 형제 측이 추천한 이사 선임안이 가결되면서 OCI와의 통합 절차는 중단됐다. OCI와 한미간 통합 무산을 신 회장 한 사람의 결정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그의 지지가 표 대결의 균형을 바꾼 핵심 변수였던 점은 분명했다.

3개월 만의 연합 재편과 주주간계약 체결

이로부터 약 3개월 뒤인 2024년 7월, 신 회장의 선택은 달라졌다. 신 회장과 그가 대주주로 있는 한양정밀은 송 회장·임 부회장(모녀측) 지분 일부를 주당 3만7000원에 매수하기로 했고, 지분 6.5%를 대상으로 한 거래 구조를 마련했다. 이들은 이사회 구성과 의결권 공동행사, 우선매수권과 동반매각참여권 등을 담은 주주간계약도 체결했다. 애초 형제 측과 잡았던 손을 뿌리치고 이번엔 모녀 측의 손을 맞잡으며 공동행동의 틀을 짠 것이다.

이후 라데팡스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 킬링턴까지 참여한 주주간계약이 2024년 11월과 2025년 1월에 잇따라 체결됐다. 이른바 ‘4자 연합’은 이사회와 의결권, 지분 처분의 원칙을 계약으로 묶었다. 주주간계약은 갈등 국면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계약은 신뢰를 보완할 수는 있어도 신뢰 자체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그 한계는 시니어케어 사업을 둘러싼 갈등에서 암덩이처럼 불거지기 시작했다. 2025년 6월, 시니어 헬스케어 사업을 위한 타법인 출자 안건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송 회장·임 부회장·킬링턴 측은 신 회장이 추진 동의를 철회해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신 회장 측은 사업의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동의를 철회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 사안은 결국 법정으로 옮겨갔다. 송 회장·임 부회장·킬링턴은 2025년 7월 신 회장 재산에 가압류를 걸고, 같은 해 9월 600억원 규모의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가압류 규모는 한남더힐 아파트 100억원과 한미사이언스 주식 120억원을 합한 220억원이었다.

최근 상황은 분쟁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신 회장은 지난달 중순 장남 임종윤 전 사장의 배우자 홍지윤씨 등 7명과 한미사이언스 주식 360만4799주를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장이 모녀측 우호세력인 나우IB측에 보유지분을 넘긴 지 불과 이틀만의 재빠른 추가 지분 매입 결정이다. 현재 신 회장 개인 지분은 28.15%로 높아지고, 한양정밀 지분까지 합한 신 회장 측 지분은 약 35.1%가 된다.

신 회장도 최근 장녀 임 부회장을 상대로 100억원 상당의 한미사이언스 주식 가압류를 받아냈다. 이는 신 회장이 주장하는 위약벌 채권 중 일부를 보전하기 위한 별도 조치다. 같은 주주간계약을 근거로 양측이 서로 책임을 묻고 자산 보전에 나선 셈이다. 경영 안정의 장치로 설계된 계약이 새로운 분쟁의 근거가 된 모습이다.

예측 가능성 상실이 초래한 기업가치 훼손

이 과정에서 한미사이언스가 치르는 비용은 단순히 소송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가치는 미래 현금흐름뿐 아니라 그 현금흐름을 만들어낼 의사결정의 예측 가능성에도 영향을 받는다. 주요 주주의 연합이 언제든 바뀔 수 있고, 이사회 안건이 계약 해석의 대상이 되는 구조라면 투자자는 더 높은 지배구조 위험을 기업가치 평가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한미약품그룹의 본업인 제약 및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신약 개발과 연구개발 투자는 장기적인 안목과 막대한 자본, 그리고 안정적인 경영진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지배구조 불안정은 이러한 대규모 투자의 의사결정 시기를 지연시키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최고경영진의 공백과 리더십 부재는 치명적인 기회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일반 소액주주들이다. 대주주 간의 이면 계약과 지분 거래 내역은 시장에 뒤늦게 공개되는 경우가 많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둔 거래가 오가는 동안 일반 주주의 가치 제고 방안은 논의의 뒷전으로 밀려났다. 주가 변동성이 극대화되는 가운데 소액주주들은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내리기 위한 근거를 잃어버렸다. 자본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이는 결국 상장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본시장이 상장 기업에 요구하는 핵심 가치는 예측 가능성과 합리성이다. 반복되는 입장 번복과 소모적인 법적 공방은 단기적인 지분 경쟁에서는 유리할지 몰라도 장기적인 기업 가치 창출에는 기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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