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디코드

‘강남 유일 경쟁구도’ 압구정5구역서 현대-DL 수주戰 과열

DL이앤씨 ‘도촬’로 입찰 박탈되면 재입찰 갈 수도 DL “구청 유권해석 기다리는 중”, 현대 “잘잘못 가릴 것”

건설·부동산 | 김종현  기자 |입력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서울 강남 재건축 사업 중 대어(大魚)급으로 분류되는 압구정5구역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다. 경쟁사 간 글로벌 건축설계사와 협력은 물론 수십곳의 금융기관과 자금 지원 협약을 맺으며 조합원 마음 사로잡기에 나선 와중에 불법 경쟁 논란이 일었다.

시공사 입찰 마감 현장서 DL이앤씨 직원이 ‘볼펜 몰카’로 현대건설 입찰 서류를 촬영하다 현장서 적발된 건이 알려지며 선정 작업이 중단된 것.

압구정5구역은 기존 한양 1·2차를 지하 5층~지상 68층 8개 동 1397가구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현재 서울 강남구 재건축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건설과 DL이앤씨의 경쟁 입찰 구도가 형성된 단지다.

입찰서류 도촬 논란까지... ‘과열 경쟁’

1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압구정5구역 수주 경쟁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의 이슈는 DL이앤씨가 현대건설의 입찰 서류를 몰래 촬영하다 현장서 적발된 건이다.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10일이다. 입찰 마감 현장에 있던 DL이앤씩 직원이 초소형 카메라가 달린 볼펜으로 현대건설 서류를 촬영했다.

압구정5구역 재건축 조합. 출처=김종현 기자
압구정5구역 재건축 조합. 출처=김종현 기자

해당 사실을 접한 조합은 ‘문제의 불펜은 밀봉해 보관하고 입찰은 유지한다’는 조건 하에 별다른 조치 없이 넘어갔다. 강남구청의 ‘입찰에 문제없다’는 검토 의견도 임시로 받았다.

하지만 사건 발생 4일 뒤 현대건설은 DL이앤씨의 행위에 ‘강경 대응’하겠단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현대건설 측은 “경찰 고발 등을 통해 DL이앤씨의 잘잘못을 가릴 것”이라고 했다. 조합도 ‘DL이앤씨의 사후 대처가 미흡했다’는 판단을 다시 내리며 강남구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강남구청 판단에 따라 이번 입찰의 유무효가 판가름나게 된 것이다. 또 구청 판단에 따라 입찰 무효가 확정되면 조합은 재입찰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행 도시정비법은 시공사를 정할 때 경쟁 입찰이 원칙이고, 2회 유찰시에만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강남구청은 조합에 ‘유권해석 결과 통보 전까지 입찰 서류 개봉 등 시공사 선정 작업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해당 사안에 대해 DL이앤씨 관계자는 “강남구청 유권해석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촬영 직원을 해당 사업팀에서 배제했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 임직원들이 압구정 5구역 수주전에 나서며 입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 임직원들이 압구정 5구역 수주전에 나서며 입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현대 “자산관리 특화 점포 유치” vs DL “조합원 맞춤형 금융상품”

이런 양측의 갈등은 일견 예견된 상황이었다. 두 회사는 입찰 전부터 신경전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먼저 현대건설은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전면에 내세웠다. 영국 건축설계사 RSHP(Rogers Stirk Harbour + Partners)와 협력해 하이테크 건축을 접목한 설계를 추진하는 안도 밝혔다. 한강 조망을 극대화하고 도시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프리미엄 주거단지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RSHP는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와 영국 런던 로이드빌딩을 설계한 건축사무소다. 기술성과 디자인을 결합한 혁신적 건축물을 짓고 있단 평을 받는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압구정5구역 한강변 입지의 상징성과 희소성을 살려 차별화된 하이엔드 주거 공간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자산관리 특화 점포 유치 계획도 밝혔다.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을 포함한 8개 금융사 자산관리 특화 점포를 단지 내에 유치한다. 입주민 전용 ‘원스톱 자산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압구정5구역 내 한양1차 아파트 단지. 출처=김종현 기자
압구정5구역 내 한양1차 아파트 단지. 출처=김종현 기자

자산관리센터는 고액 자산가 및 법인 등 프리미엄 고객을 위한 종합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금융투자, 부동산, 세무, 증여, 상속, 승계 등 관련 전문가들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부유층이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 단지 조합원의 금융 편의성을 높여 시공사 선정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림수로 풀이된다.

조합원 이주를 돕기 위한 금융상품도 제공한다. 17개 금융사와 업무협약을 맺은 ‘H-금융 솔루션’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H-금융 솔루션은 △사업비 △이주비(추가이주비 포함) △중도금 △조합원 분담금 △입주시 잔금 등 재건축 단계별 최적의 금융상품을 지원하는 안이다. 자금조달 구조도 제시해 투명성을 높인다.

DL이앤씨도 하이엔드 브랜드 ‘아크로’(ACRO)로 맞불을 놨다. 또 초고층 구조 설계 분야서 명성(名聲)있는 영국 기업 에이럽(ARUP), 골조 시공 제어 분야 선도 기업인 오스트리아 도카(DOKA)와 협업 계획을 밝혔다.

안전성과 시공 효율성을 극대화한 기술력을 투입하기 위함이라고 사측은 설명했다.

 배수훈 DL이앤씨 부사장(오른쪽 세 번째)이 설계안 최종 점검을 위해 압구정5구역에서 글로벌 설계 전문가와 지형을 살피고 있다. 출처=DL이앤씨
배수훈 DL이앤씨 부사장(오른쪽 세 번째)이 설계안 최종 점검을 위해 압구정5구역에서 글로벌 설계 전문가와 지형을 살피고 있다. 출처=DL이앤씨

ARUP은 초고층빌딩협의회(CTBUH) 인증 초고층 건물 설계 실적 세계 1위 기업이다. 영국 런던 ‘더 샤드’,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무라바 베일’ 설계를 맡았다. DOKA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메르데카 118’, 미국 뉴욕 ‘432 파크 애비뉴’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특히 DL이앤씨는 압구정5구역에 ARUP이 개발한 인공지능(AI) 기반 생성형 설계 프로그램 ‘오바바투스’를 적용한다. 오바바쿠스는 건축 계획을 기반으로 방대한 양의 컴퓨터 모의 실험(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화한 구조 평면을 도출하는 프로그램이다. DOKA의 초정밀 자동 계측 시스템을 기반으로 초고층 건축 기술력의 안정성을 극대화한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압구정5구역을 세계적 랜드마크로 구현하기 위해 세계 전문가들과 준비했다”며 “초고층 건축 기술력의 새 지평을 열 것”이라고 자부했다.

금융 부문에선 ‘조합원 맞춤형 서비스’를 내세웠다. 10개 금융사와 ‘압구정5구역 하이엔드 협약’을 맺어 자금 조달 안정성을 키우고,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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