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투데이=우세현 기자|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가 가시화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공모 규모뿐 아니라 상장 이후에도 일론 머스크에게 의결권이 집중되는 지배구조에 맞춰지고 있다. 최대 2조 달러 안팎의 기업가치와 8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 전망이 초대형 IPO 기대를 키우는 가운데, 이번 상장은 공개시장 자금 조달과 창업자 중심 경영권 유지가 결합된 구조라는 점에서 논란도 함께 낳고 있다.
스페이스X는 5월 20일(현지시간) S-1 보고서를 공개하며 기업공개 절차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 S-1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하는 상장신고서로,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사업 내용과 재무 정보, 지배구조 등을 공개하고 IPO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현재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가 이르면 6월 12일 상장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S-1 보고서 공개 이후 로드쇼와 수요예측 일정을 계산하면 가능한 가장 빠른 시나리오라는 설명이다.
2조 달러 기업의 데뷔전

스페이스X IPO가 주목받는 첫 번째 이유는 규모다. 현재 거론되는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조7500억~2조 달러 수준이다. 이 전망이 현실화되면 스페이스X는 상장 직후 단숨에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10위 안에 오를 수 있다.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할 자금도 750억~800억 달러까지 언급된다.
이 정도 규모의 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면, 스페이스X에 직접 투자할 생각이 없는 투자자라도 무시하기 어렵다. 대형 IPO는 해당 기업 하나의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시장의 유동성, 기관투자가의 자금 배분, 관련 산업의 투자 심리까지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록 참여설이 중요한 이유
이번 IPO에서 또 하나 주목받는 이름은 블랙록이다.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이번 스페이스X IPO에 50억~100억 달러 규모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공모 규모가 750억~800억 달러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블랙록이 상당한 물량을 받아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블랙록 같은 대형 기관투자자의 참여는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공모 물량을 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초대형 IPO에서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이 많은 물량을 누가 받아줄 것인가”다. 기업이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시장에 한꺼번에 대규모 주식이 풀리면 수요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IPO 과정에서는 기관투자가의 수요를 미리 확인해 공모가와 배정 물량을 정하는데(북빌딩), 이때 블랙록 같은 대형 기관이 참여하면 주관사 입장에서는 공모 물량을 배정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둘째, 다른 투자자에게 일종의 신호가 될 수 있다. 대형 운용사가 높은 기업가치를 전제로 IPO에 참여한다면,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해당 거래를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는 기업가치가 적정하다는 보증이라기보다, 초대형 IPO의 수요 기반을 넓히는 요인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머스크가 상장을 꺼렸던 이유
스페이스X 상장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머스크가 오랫동안 상장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는 과거 화성 이주 목표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전까지는 스페이스X를 기업공개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그 배경에는 상장사의 구조적 특성이 있다. 비상장사는 외부 주주의 압박을 상대적으로 덜 받기 때문에 창업자나 경영진이 장기 목표를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쉽다. 반면 상장사는 공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분기 실적 공시와 주주 요구, 각종 규제와 감시를 받아야 한다.
스페이스X의 사업은 단기 실적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영역에 있다. 재사용 로켓, 위성 인터넷, 화성 이주 프로젝트는 모두 장기간의 기술 개발과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사업이다. 머스크가 상장을 꺼렸던 이유도 공개시장에 들어갈 경우 단기 실적과 주가 흐름이 회사의 장기 전략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와 맞닿아 있다.
자금 조달은 상장사처럼, 지배는 비상장사처럼
그럼에도 스페이스X가 상장을 추진하는 배경은 이번 IPO 구조에서 드러난다. 스페이스X는 주식을 클래스 A와 클래스 B로 나누는 방식의 지배구조를 택했다. 같은 회사의 주식이라도 의결권이나 거래 방식에 차이를 두는 구조다. 의결권은 주주가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에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주식 한 주에는 한 표의 의결권이 붙지만, 차등의결권 구조에서는 특정 주식에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다. 이번 구조에서는 클래스 A와 클래스 B의 의결권 차이가 1대 10으로 설계돼, 클래스 B 한 주가 클래스 A 한 주보다 10배 큰 의결권을 갖는다.
이처럼 창업자나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에 더 강한 의결권을 부여하면, 경제적 지분보다 더 큰 경영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S-1 보고서 기준으로 머스크는 경제적 지분으로는 스페이스X의 42.4%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클래스 B 주식을 통해 의결권 기준으로는 약 85%의 영향력을 갖는 구조다.

즉 스페이스X는 상장을 통해 외부 투자자를 받아들이지만, 상장 이후에도 주요 의사결정 권한은 머스크에게 집중된다. 공개시장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창업자 중심의 경영 구조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장기 경영 안정성과 주주 견제 약화가 함께 제기
이 구조를 두고 시장에서는 '장기 경영 안정성 확보'와 '주주 견제 약화'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일각에서는 스페이스X처럼 장기 기술 개발이 중요한 기업에는 단기 주가 흐름에 흔들리지 않는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있다. 화성 이주와 같은 장기 목표를 추진하려면 분기별 실적 압박보다 일관된 전략 집행이 중요하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 같은 안정성이 일반 주주의 견제권 약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상장 이후 스페이스X의 투자자 기반은 넓어지지만, 의결권 대부분은 머스크에게 집중된다. 이에 따라 일반 주주가 이사회 구성이나 주요 경영 판단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이 지점에서 주주권 보호 문제가 제기된다. 성장성이 큰 기업이라도 경영진을 견제할 장치가 약하면, 투자자는 사업 성과뿐 아니라 창업자의 판단에 대한 의존도까지 함께 감수해야 한다. 연기금 등 일부 대형 기관투자자가 이번 구조를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이 구조가 반드시 시장의 외면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머스크의 장기 비전에 동의하는 투자자라면, 강한 창업자 지배구조를 스페이스X의 전략적 일관성을 유지하는 장치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주주권과 독립적 이사회 기능을 중시하는 투자자라면, 같은 구조를 리스크로 판단할 수 있다. 같은 지배구조를 두고도 투자자 성향에 따라 평가가 갈릴 수 있는 셈이다.
개인 투자자 배정 확대도 변수
이번 IPO에서는 개인 투자자 비중도 관심사다. 시장에서는 전체 공모 물량의 약 30%가 개인 투자자에게 배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반적인 IPO에서 개인 투자자 배정 비중이 5~10% 수준인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편이다. 여기서 개인 투자자는 소액 투자자만을 뜻하지 않는다. 고액 자산가, 패밀리오피스, 대형 개인 투자자도 포함된다.
스페이스X가 개인 투자자 비중을 높이려는 배경에는 머스크에 대한 강한 대중적 관심과 투자자 팬덤이 있다. 테슬라 사례에서 확인됐듯 머스크 관련 기업은 개인 투자자의 참여도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스페이스X가 최근 5대 1 액면분할을 진행한 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액면분할은 주식 수를 늘려 한 주당 가격을 낮추는 조치다. 기업가치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주당 가격이 낮아지면 투자자가 더 작은 금액 단위로 접근하기 쉬워진다. IPO 단계에서는 소수점 거래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한 주당 가격을 낮추는 조치는 개인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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