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판까지 흔드는 중동전쟁 리스크…”공사비 2배 올려달라” [정비사업 디코드]

건설·부동산 | 김종현  기자 |입력

페인트·실리콘·본드 등 석유 파생제품 생산 차질 서울 정비사업지 ‘도미노 공사비 인상 요구’ 우려

정비사업 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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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미국-이란 전쟁 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가 건설업까지 미치는 모양새다. 아파트를 짓는 데 필요한 원자재 중 석유화학 파생 제품이 많은 탓에 다수 사업장에서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약속한 대금의 2배를 지불하지 않는 이상 공사를 이어갈 수 없다며 엄포를 놓는 시공사도 생겨나고 있다.

조합에 공사비 75.6% 인상 요구한 건설사도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도시정비사업지서 시공사가 조합에 공사비 인상을 요청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31일 마천4구역 재개발조합에 도급 공사비를 기존 3834억원서 6733억원으로 75.6%(2899억원) 증액해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평(3.3㎡)당 공사비는 584만원서 959만원으로 64.2%(375만원) 인상을 요구했다. 공사기간(공기)도 기존(34개월)보다 10개월 증가한 44개월로 요구한 상태다.

현대건설은 은평구 대조1구역, 강서구 등촌1구역 조합에도 추가 공사비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이번 중동 사태가 도급계약서상 공기 연장 사유인 ‘불가항력’에 해당된다”는 내용이 적혔다. 현대건설은 대조1구역 조합에 지난해 공사비 2566억원, 올해 2월 222억원 추가 증액을 요청한 이력이 있다.

트럭이 공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트럭이 공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수도권에서도 공사비 인상 요구 조짐이 본격화되고 있다. 2027년 말 준공이 예정된 경기 과천시 모 대단지 아파트 시공사가 조합에 공사비 인상을 요청했다.

다른 사업장에서도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만 해도 3군데서 공사비 인상 요청이 있었다.

이밖에도 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도급(컨소시엄)은 지난 1월 31일 서울 구로 고척4구역 재개발 조합에 3.3㎡당 713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다. 2020년 계약 당시 공사비(447만원)보다 59.5% 증가한 규모다.

삼성물산-아이파크(IPARK)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도 서울 송파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3.3㎡당 공사비 823만원을 요구했다. 이는 첫 계약 당시 공사비(510만원)보다 61.3%(313만원) 증가한 금액이다.

현대건설 계동 본사 사옥. 출처=김종현 기자
현대건설 계동 본사 사옥. 출처=김종현 기자

반포주공 재건축 단지서도 공사비 인상 이슈가 터졌다. 현대건설이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재건축 조합에 3.3㎡당 829만원의 공사비를 요청했다. 2019년 5월 3.3㎡당 548만원에 계약한 것과 비교하면 57%(281만원) 올랐다. 공기도 34개월서 44개월로 늘었다.

중동發 원가 상승... 최악 불경기 건설사 타격할 수도

이처럼 주요 건설사가 일제히 시공비 인상을 요구한 것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 탓이 거론된다. 주요 원자재 가격이 최근 수년간 지속해서 오르던 와중에 지난 2월말 터진 중동 사태는 이런 상승세에 불을 붙인 꼴이 됐다.

우선 지금처럼 원유가 원활하게 국내에 공급되지 않으면 여러 파생상품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시공사가 아파트 등을 건설하기 레미콘 혼화제, 아스팔트, 플라스틱(배관, 창호 단열재 등), 페인트, 실란트(실리콘), 접착제(본드)가 필요하다.

이들 모두 원유를 활용해 만드는 제품이다. 석유가 공급되지 못하면 이들 자재를 만들 수 없고, 공사를 이어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실제 도장용 본드와 욕실 천장재 등 일부 품목은 공사 현장 수급이 중단됐다고 한다.

서울 시내 노후 주택 단지. 본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출처=김종현 기자
서울 시내 노후 주택 단지. 본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출처=김종현 기자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량이 줄자 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에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선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대금을 줘야 한다. 시공사들은 조합에 많게는 2배 가까운 공사비 인상과, 공사기간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하는 배경이다.

최악의 불경기 터널을 관통하고 있는 건설사도 비상이 걸린건 마찬가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올해 2월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는 62.5로 2024년 5월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공 실적도 악화일로다. 국가데이터처 1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건설업체 국내 시공 실적(건설기성)은 지난해 12월 대비 11.3% 급감했다.

또 국가데이터처 2월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건설업 취업자는 최근 1년새 4만명 감소했다. 일용직 근로자 일자리는 5만 5000개가 없어졌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수가 23만 4000명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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