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서울 동작구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분양가상한제(분상제)가 적용되는 강남3구 아파트 분양가를 넘어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동작구 일대 재개발 단지들이 3.3㎡당 8500만원에 육박하는 고분양가를 책정하면서 분양가가 주변 시세마저 웃도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흑석 써밋더힐' 평당 8500만원
정비업계에 따르면 흑석11구역을 재개발한 '흑석 써밋더힐'은 3.3㎡당 약 8500만원 수준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전용 84㎡ 기준 약 28억원, 59㎡는 21억원에 달하는 가격이다. 이 곳은 사업 초기부터 '서반포'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반포 생활권과의 연계성을 강조해 왔다. 단지는 지상 최고 16층, 30개 동, 총 1515가구 규모이며 이 중 420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흑석 써밋더힐의 분양가는 분상제가 적용된 강남3구 주요 단지들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이거나 오히려 높은 가격이다. 서초구 서초동에 들어서는 '아크로 드 서초'는 분상제 적용으로 3.3㎡당 약 7800만원에 분양가가 책정됐고, 전용 59㎡의 분양가는 18억6000만원대에 그쳤다. 지하 4층~지상 39층, 아파트 16개 동, 총 1161가구 규모의 대단지임에도 규제 탓에 분양가가 인위적으로 억제된 것이다.
같은 서초구 잠원동에서 포스코이앤씨가 이달 분양을 앞두고 있는 '오티에르 반포' 역시 분상제 적용 단지다. 신반포21차를 재건축한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20층, 2개 동, 총 251가구 규모로 일반분양 물량은 86가구에 불과하다. 포스코이앤씨의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가 처음 적용되는 상징적 단지이지만, 분상제 적용으로 전용 84㎡ 예상 분양가는 약 27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된다. 7호선 반포역 초역세권으로 반포자이와 메이플자이 사이에 위치한 황금 입지임에도, 규제 탓에 주변 시세(반포자이 전용 84㎡ 기준 약 48억원)보다 20억원 가까이 낮게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클래스트'(5002가구, 일반분양 1832가구)도 분양을 앞두고 있어, 강남권 분상제 단지의 로또 청약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반면 비강남권인 동작구 흑석·노량진 단지들은 분상제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분양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는 강남3구·용산구에만 분상제가 적용되는 현행 규제 구조의 역설적 결과다.

노량진 뉴타운도 국평 25억대
흑석동과 함께 노량진 뉴타운에서도 고분양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노량진6구역을 재개발한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은 전용 84㎡ 기준 약 25억8000만원, 59㎡는 21억원 안팎으로 분양가가 책정됐다. GS건설과 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시공하는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27층, 총 1499가구 규모로, 이 중 369가구가 일반분양된다. 청약은 다음 달 진행될 예정이며 입주는 2028년 11월로 계획돼 있다.
작년 10월에는 동작구 사당동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이수역 센트럴'은 최고가 기준으로 전용 84㎡가 22억7000만원대에 공급됏다. 당시 고분양가란 논란이 있었지만 1순위 76가구 모집에 2만 4832건이 접수되며 평균 326.74대 1의 경쟁률로 흥행에 성공했다.
동작구 분양가 급등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입지경쟁력이 눈에 띈다. 노량진 뉴타운은 지하철 1·9호선 환승역인 노량진역과 7호선 장승배기역을 통해 여의도·강남 등 서울 전력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흑석동 역시 한강 조망과 강남 접근성을 동시에 갖춰 오래전부터 '서반포'로 불려왔다.
재개발 조합의 고분양가 책정도 시세 상승의 원인으로 꼽힌다. 흑석동 한강변에 위치한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의 호가는 최근 30억원대까지 올라 분양가 상승 유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이어진 자재비·인건비 등 건설 원가의 상승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공사비 부담이 크게 늘었다. 이는 조합이 원하는 수준의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양가를 높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는 "입지 경쟁력은 분명하지만, 분양가 부담이 커 완판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번 분양 결과가 서울 분양시장 전반의 가격 기준을 결정짓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에 대한 규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가운데, 고가주택 대출 한도는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서울 전역)에서는 15억원 초과 주택의 담보대출 한도가 사실상 0원으로 제한될 만큼 금융 규제도 강화됐다.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분양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분상제 비적용 단지에서 분양가와 인근 시세 간 격차가 좁혀지면서, 당첨되더라도 과거만큼의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분상제 적용 강남 단지는 여전히 로또지만, 비적용 지역에서는 분양가 자체가 이미 시세에 근접하거나 일부 초과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청약 시장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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