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금융당국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및 인버스 ETF 16종의 출시를 허용했다. 오는 27일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8개 자산운용사가 동시에 상품을 상장한다. 하지만 정작 상장을 앞두고 금융사들의 마케팅 활동에는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제도를 직접 열어주고도 시장의 흥행은 경계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해외 직구' 막으려 빗장 풀었지만…0.09%대 '저가 수수료 경쟁'
이번 상품 도입의 핵심 배경에는 이탈하는 국내 투자 자금이 자리 잡고 있다. 해외 주식시장으로 떠나는 투자자들이 홍콩이나 미국 등 해외 증시에 상장된 레버리지 상품에 대거 몰리자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자본시장의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 수요를 내부로 흡수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해외 시장과의 규제 격차를 해소하겠다며 금지되었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출시를 허용했다.
당국의 제도적 허용에 힘입어 8개 자산운용사는 초기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상품 출시를 준비했다. 기초자산과 구조적 설계가 사실상 동일한 상품이 동시에 쏟아지면서 운용사 간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차별화가 어려운 상품 특성을 고려해 총보수를 크게 낮추는 가격 전쟁이 벌어졌다. 그 결과 자산운용사들이 ‘삼전닉스 2배 ETF(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ETF &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로 유의미한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적 환경이 조성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다.
실제 홍콩 증시에 상장된 CSOP자산운용의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의 연간 비용은 2% 수준에 달한다. 당국은 이처럼 비싼 수수료를 지불하며 해외로 향하는 투자자들을 국내로 돌리려 했으나, 정작 국내 운용사들은 점유율 확보를 위해 출혈 경쟁을 감내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도는 열어주었으나, 업계의 수익성은 뒷전이 된 상황이다.
국내 ETF 점유율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상장하는 8개 사 중 가장 낮은 연 0.0901%의 총보수를 제시했다. 이에 맞서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 하나자산운용은 보수를 연 0.0910%로 통일하며 전면전에 나섰다. 미래에셋과의 격차를 단 0.0009%포인트로 좁히며 연 0.09%대의 초저보수 진영을 형성했다. 신한자산운용과 한화자산운용은 연 0.1000% 수준의 보수 라인업을 구성했다. 신한자산운용은 SK하이닉스 레버리지와 인버스 모두에 연 0.1000%를 적용했으며, 한화자산운용은 삼성전자 레버리지에는 연 0.1000%를, 인버스 2X에는 연 0.4900%를 책정했다. 연 0.1000%의 총보수는 1000억원의 운용자산(AUM)이 발생했을 때, 자산운용사가 가져가는 돈이 1억원에 그친다는 의미다. 심지어 이 1억원 중 일부는 신탁사 등 ETF 운용을 돕는 외부업체에게 넘어간다.
이찬진 원장 한마디에 '올스톱'…증권·운용사 연쇄 백기 투항
자산운용사들이 극한의 보수 경쟁을 벌이는 사이, 증권사들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공격적인 사전 마케팅에 돌입했다. KB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사전교육 이수자를 대상으로 현금성 혜택과 경품을 경쟁적으로 내걸었다. 고가의 전자제품부터 대규모 기프티콘, 수강료를 보전하는 현금 지급까지 다양한 방식이 동원되었다. 진입 장벽을 낮춰 투자자들을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모객 행위는 금융당국의 즉각적인 제동에 부딪혔다. 고위험 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사전교육 의무가 증권사의 판촉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과도한 빚투와 레버리지 투자를 부추기는 행위에 높은 수준의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라고 엄중히 지시했다. 이는 사실상 증권사들의 마케팅 경쟁을 즉각 중단하라는 경고였다.
당국의 단호한 방침에 주요 증권사들은 일제히 백기를 들었다. KB증권은 당사 사정을 이유로 이벤트를 조기 종료하고 연계된 ETF 거래 행사도 취소했다. 키움증권 또한 선제적으로 진행하던 이벤트를 예정보다 일찍 마감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당국의 과열 방지 지침을 수용해 이벤트를 전면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세 곳 모두 동일하게 판촉 활동을 접으며 지침에 순응했다.
마케팅 금지령은 자산운용업계로도 번졌다. 삼성자산운용이 레버리지 사전교육 연계 이벤트를 선제적으로 접었고, 행사 지속을 검토하던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레버리지 관련 이벤트를 조기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 단기 급등 속 '음의 복리' 폭탄 우려
당국이 마케팅에 이토록 예민하게 반응하는 핵심 배경에는 반도체 투톱의 압도적인 시장 영향력과 최근의 주가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21일 오전 11시 13분 기준 데이터를 살펴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거래대금 규모는 국내 증시에서 확고한 1위와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두 기업의 최근 6개월 기준 거래대금은 각각 612조원과 528조원에 달한다. 두 종목에 몰리는 자금의 규모는 타 종목을 압도하며, 이들의 주가 변동은 곧장 국내 증시 전체의 변동성으로 직결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최근 6개월 동안 이 두 기업의 주가가 매우 가파르게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6개월 전 10만원이던 주가가 29만원으로 올라 약 190%의 상승률을 보였다. SK하이닉스의 경우 57만원 전후이던 주가가 189만원으로 상승하며 대략 230% 올랐다. 인공지능(AI) 산업 랠리와 업황 회복 기대감에 힘입어 단기간에 상승폭이 크게 확대된 것이다. 주가가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언제든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며 조정을 받을 수 있는 위험 구간이라는 시장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 시점에 대중 투자자들이 2배 레버리지에 대규모 자금을 동원해 진입할 경우 손실 위험성은 커진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는 주가가 일정한 박스권에서 오르내리기만 해도 계좌 잔고가 감소하는 음의 복리효과를 동반한다. 만약 시장 둔화 신호로 반도체 투톱의 주가가 꺾인다면, 개인 투자자들은 복구하기 힘든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도 있다.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현실화될 경우 그 화살은 결국 금융당국을 향하게 된다. 관(官)이 해외 자금 유출을 막겠다며 직접 해당 상품의 론칭을 허용하고 주도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을 때 제도를 열어준 주체에게 비판을 가하는 경향이 짙다. 당국 입장에서는 상품 도입을 주도했다는 사실 자체가 향후 거대한 정치적 부담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 상황이다.
국내 한 자산운용사의 관계자는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당국은 미리 시장 과열에 선을 그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마케팅 금지령은 향후 발생할지 모를 손실 책임론에서 한 발 벗어나기 위한 사전 포석이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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