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적 부문으로 자금을 유도해 지속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이항용 한국금융연구원장이 밝혔다.
- 508조 원을 투입할 금융지주가 이중 규제에 직면했다고 윤여준 PWC 컨설팅 상무가 분석했다.
- 최대 2.5% 추가 자본 부과 대안을 연구 중이라고 황준하 금융감독원 은행리스크감독국장이 밝혔다.

|스마트투데이=김한솔 기자|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줄이고 혁신 산업으로 금융 자본을 유도하는 '생산적 금융'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은행권은 동시에 글로벌 자본 규제인 바젤Ⅲ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구조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어, 생산적 자원 배분과 금융 시스템 안정성 간의 제도적 조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0일 은행회관에서 '금융기관 건전성 규제와 생산적 금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과 시스템의 안정성이라는 두 가치의 균형점을 모색하기 위한 학계와 업계, 정책 당국의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이날 이항용 한국금융연구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은행권 자금이 부동산업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GDP에서 건설업 및 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조업보다 낮음에도 자금 배분은 부동산업에 집중된 비효율성이 존재한다"고 짚으며, "자금 흐름을 부가가치가 높은 생산적 부문으로 유도해 경제 성장률과 장기 지속 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바젤Ⅲ 규제 본격화와 자본 비율 하락의 구조적 한계
이러한 방향성에도 불구하고 바젤Ⅲ 최종안 도입에 따른 실무적 제약이 생산적 금융을 제약하는 주요 한계로 지적됐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젤Ⅲ 최종안이 위험가중치를 세부적으로 설정하는 표준 방법을 강제함에 따라, 은행들이 위험가중치가 낮은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익스포저를 늘릴 유인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내부등급법 산출 결과가 표준 방법 결과의 일정 비율을 하회하지 못하게 하는 '표준방법 하한(Output Floor)' 규제가 2024년 60%에서 시작해 2027년 70%, 2028년 72.5%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될 예정이어서, 향후 은행들의 자본 비율 하락 압력은 점차 커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대안으로 김 연구위원은 해외의 유연한 규제 운영 사례를 제시했다. 영국의 경우 감독 당국(PRA)의 허가하에 무등급 기업 익스포저를 투자등급(65%)과 비투자등급(135%)으로 차등 적용하는 위험 민감 방식을 도입해 리스크 민감도를 높이고 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윤여준 PWC 컨설팅 상무는 지주회사 관점에서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그는 국내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생산적·포용 금융에 합산 약 508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로드맵을 발표했으나, 지주 연결 BIS 비율 규제와 함께 증권(NCR), 보험(K-ICS) 등 자회사 업권별 규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이중 규제 구조에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시스템적 중요 금융기관(D-SIFI)에 적용되는 자체정상화·부실정리계획(RRP)의 위기 징후 임계치가 평상시 가용할 수 있는 자본 버퍼를 실질적으로 축소시켜 자금 공급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금융 현장의 실무적 제약과 인프라 개선 요구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는 생산적 금융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금융권의 구체적인 애로사항과 의견이 개진됐다.
배창욱 하나은행 리스크관리 그룹장은 "생산적 금융을 위해 국민성장 펀드 10조 원, 그룹 자체 모험 자본 10조 원 등 총 100조 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나, 펀드의 캐피탈 콜(자금 집행) 시점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워 평상시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애로가 있다"고 토로했다. 언제 자금이 집행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은행은 막대한 자본을 미리 쌓아두고 대기해야 하는 실무적 고충을 겪고 있는 셈이다.
강유석 딜로이트 안진 전무는 규제 조정의 실효성을 지적하며, "주담대 리스크 하한을 올렸다고 해서 200조 원에 달하는 은행권의 전체 RWA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 생산적 금융 확대로 당장 직결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강 전무는 "생산적 금융 확대 시 필연적으로 발생할 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유동화 시장이 필수적인데, 유동화 자산의 국내 AAA 등급이 일반 회사채 AAA보다 훨씬 높은 리스크량을 산출받는 '등급 매핑의 불이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정확히 평가하기 위한 정보 인프라 확충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문영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신용보증기금이나 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이 보유한 다수 투기 및 무등급 중소기업의 평가 기록을 공공 주도로 DB화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제안하며, 정보 비대칭 해소를 통한 실질적인 부실 위험 경감 방안을 강조했다.
당국의 글로벌 스탠다드 유지 원칙 및 거시적 대안
금융당국은 자본 규제의 글로벌 정합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은행의 자본 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거시적 대안을 제시했다.
황준하 금융감독원 은행리스크감독국장은 "한국 은행들이 바젤 규제 이행 평가에서 기준 미준수 평가를 받으면 대외 신인도에 걷잡을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며 자의적인 규제 완화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논란이 된 국내 AAA 등급 매핑 불이익에 대해서도 "과거 적격 외부신용평가기관 지정 당시 하위 등급의 실측 부도율 변동성이 바젤 레퍼런스 기준과 편차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매년 매핑을 변경할 경우 은행 자본 비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황 국장은 "은행들이 내부 모형을 고도화하고 재승인을 받아 RWA 결괏값을 스스로 낮춰 자본 여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권장한다"고 조언했다.
배수환 금융위원회 사무관은 건전성 관리와 자금 공급 기능이 상호 보완적인 가치임을 역설했다.
배 사무관은 "현재 다수 은행이 통신·납세 정보 등 대안신용평가를 활용한 '전략 모형'으로 우량 차주를 발굴해 대출을 심사하고 있으나, 자본을 산출하는 '내부등급 규제 모형'에는 이 정보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아 여전히 높은 위험가중치를 적용받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