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2위 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 사태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뱅크(SVB) 사태의 전염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칫하면 무너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고객들은 이탈하고 있다. SVB 사태와 더불어 유럽과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66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CS는 지난 몇 년간 문제가 많았다. 반복되는 스캔들과 임원 교체, 재정적 손실 등은 은행에 타격을 입혔다. 중동에서 투자를 유치했지만 고객들은 계속 이탈했다.
내부의 흔들림이 외부 균열로 나타난 건 연간 재무보고서 발표 지연이 계기가 됐다. CS는 14일(현지시간) 재무보고서를 뒤늦게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내부 통제 등이 효과적이지 못했다고 털어 놓은 것.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1년물 신용디폴트스와프(CDS)는 이날 835.9bp(베이시스포인트·1bp=0.01%p)를 기록했다. UBS그룹의 18배, 도이치뱅크의 9배에 달한다.
혼란에 빠진 투자자들을 달랠 수 있는 재료도 없었다. 오히려 최대주주인 사우디내셔널뱅크의 아마르 알 쿠다이리 회장은 15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투자를 늘릴 생각이 없다"고 선언했다. 사우디내셔널뱅크는 CS 지분 9.9%를 갖고 있는데 지분율이 10%를 넘으면 새로운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알 쿠다이리 회장은 "우리는 새로운 규제 체계에 들어갈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당국이 나섰다.
스위스중앙은행(SNB)과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은 이날 늦게 공동 성명을 내고 "CS는 주가 폭락 이후 위기에 처한 대출자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유동성 지원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떤 종류의 유동성을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제공하지 않았다.
당국은 "현재 미국 은행 시장의 혼란이 스위스 은행권에 직접적으로 전염되고 있다는 위험 징후는 없다"고 언급했다. 뉴욕증시에서 CS 외국인예탁증서(ADR)는 장중 30% 폭락했다가 스위스 당국의 발표 이후 낙폭을 줄여 14% 하락 마감했다.
고객들은 지난해 CS에서 1230억스위스프랑(약 1330억 달러)을 인출했으며, CS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인 연간 73억스위스프랑(약 79억 달러)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10월 9000명의 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고 투자은행을 분사하고 자산관리에만 집중하는 급진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했지만 이것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모닝스타의 유럽 은행 분석가인 요한 숄츠는 "CS가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엄청나게 비싸졌기 때문에 올해 손실을 흡수할 충분한 자본이 더 이상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나 유럽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 앤드류 케닝엄은 "(CS는) 미국을 포함한 스위스 외부의 여러 자회사와 훨씬 더 글로벌하게 연결되어 있다"면서 "CS는 스위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CS는 유럽 외에도 아시아 전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으며, 미국 시장이 실적에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데니스 M. 켈러허 베터마켓 최고경영자(CEO)는 "오늘의 사건들은 미국과 글로벌 금융시스템에 다양한 규모의 수많은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ABN암로의 은행 리서치 책임자 주스트 보몬트는 "CS 주가 하락은 투자자들이 이 은행을 구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면서 "감독 당국이 CS 사태를 잘 처리하지 못하면 이는 전 부문에 충격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설상가상으로 미국과 유럽 모두 은행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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