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바이오 투자, '기술 중심'서 '시장 중심'으로 구조적 재편

증권 | 김나연  기자 |입력

한국엔젤투자협회, '2026 TIPS 밋업 바이오헬스케어' 개최 이태규 스케일업파트너스 대표 "연구자 중심 '벤처 특권' 시대 끝났다"

이태규 스케일업파트너스 대표 | 사진 = 김나연 기자
이태규 스케일업파트너스 대표 | 사진 = 김나연 기자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바이오 헬스케어 투자 시장이 단순 침체기를 넘어 시장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하는 구조적 재편 단계에 진입했다. 과거 유동성에 의존하던 '기술 중심' 창업 시대가 저물고, 시장의 미충족 수요를 데이터로 증명한 기업에 자본이 쏠리는 '증명 게임'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2026년을 정부의 대규모 자금 투입과 규제 완화가 맞물려 준비된 기업이 유니콘으로 도약하는 기점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엔젤투자협회는 29일 강남에서 ‘2026 TIPS 밋업 바이오헬스케어’를 열고 IR 데모데이를 진행했다. 이날 키노트 강연자로 나선 이태규 스케일업파트너스 대표는 ‘바이오·헬스케어 산업의 투자 동향’을 주제로 데이터에 기반한 시장 분석을 제시했다.

이태규 대표는 현재의 바이오 투자 환경을 단순한 불황이 아닌 '산업 성숙에 따른 정상화 과정'으로 규정했다. 이태규 대표는 “전체 투자 중 바이오·의료 비중이 21%에서 16%대로 하락했으나, 이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일 뿐 자금이 마른 것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데이터를 살펴보면 초기 단계 투자는 반토막이 난 반면, 매출 가시성과 임상 데이터가 확보된 중·후기 단계 투자는 이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하며 자본의 '선택과 집중' 현상이 뚜렷해졌다.

연구자 중심 창업의 한계는 명확했다. 이태규 대표는 “과거에는 기술 하나로 연구 과정을 밟아가는 '테크놀로지 푸시' 방식이 통용됐으나, 이제 자본시장은 낮은 사업화 확률을 용인하지 않는다”며 “현재 시장의 어려움은 유동성 한계 속에서 실체 있는 기업만을 남기는 필연적인 주기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2026년 바이오 기업의 생존 키워드로는 ‘역산’이 제시됐다. 이태규 대표는 단순히 상장 요건을 맞추는 수준을 넘어, 자본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데이터와 논리를 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규 대표는 "자본과 소통하며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사업 전략이 되어야 한다"며 "IPO나 M&A 시점의 마일스톤을 현재의 사업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마켓 풀(Market-Pull)’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팀 구성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연구자의 경험만으로는 복잡한 시장 규제의 벽을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태규 대표는 "초기 단계부터 규제와 상업화 과정을 정확히 이해하는 전문 인력이나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투자 유치의 결정적 포인트"라고 조언했다.

정부 R&D 과제 선정 기준의 변화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KDDF) 등 주요 기관들이 단순 기술 개발이 아닌 구체적인 사업화 논리를 요구하면서, 투자자와 창업자 간의 대화는 과거의 막연한 열정 대신 정형화된 툴과 논리로 무장한 ‘전략가들의 대결’로 변모했다는 분석이다.

이태규 대표는 2026년 투자 시장의 4대 키워드로 △보수적 기조 유지 △투자 양극화 △M&A 전략 강화 △매출 가시성을 꼽았다. 특히 '매출 가시성'은 AI 및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투자의 전제 조건으로 강조됐다. 신약 개발 기업의 경우 매출보다는 임상이나 라이선싱 등 '데이터'가 핵심 지표인 반면, AI 기업은 병원 시스템의 실질적 생산성 향상(ROI)을 숫자로 증명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태규 대표는 “단순히 AI를 도입했다는 것만으로는 투자를 받을 수 없다”며 “병원의 효율성을 얼마나 높였는지 실질적인 매출 베이스의 가시성을 보여주지 못하는 AI 기업은 무의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경고했다.

희망적인 전망도 제기됐다. 정부는 올해 바이오 분야에 조 단위 이상의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민간 투자의 빈자리를 채우는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이태규 대표는 “글로벌 빅파마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찾는 산업 특성상, 연구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자본시장의 언어로 소통할 준비가 된 기업에는 거대한 기회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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