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석유 기업, 이른바 '빅 오일'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 변화에 대처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2020년 짐사 석유 가격이 폭락했을 당시 세계 최대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은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진지하게 모색했다. BP는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약속했고, 셸은 순제로(net-Zero)로 가겠다고 밝혔다. 엑손모빌은 해조류를 연료로 전환하는 데 투자하겠다며 대외적으로 공언했다.
그러나 최근 몇 주 동안 거대 석유 회사들이 앞서 약속했던 친환경 계획들을 줄줄이 중단시키기 시작했다. BP는 2030년까지 배출량을 35% 줄이겠다는 목표를 수정해 20~30%로 낮췄다. 그리고 셸은 올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출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엑손은 10년 동안 해조류에 대한 자금 지원을 철회했다.
유가가 올라 이익이 개선되면서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지난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BP는 280억 달러, 셸은 40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등 지난해보다 약 2배가량 이익을 올렸다. 재생 에너지에 가장 열의가 없었던 엑손은 훨씬 더 좋은 성과를 보고했다. 무려 560억 달러로 전년보다 143%나 기록적으로 증가했다. 엑손의 CEO인 대런 우즈는 화석연료 생산 중단에 저항한 회사의 노력을 칭송했다.
환경 단체들은 빅 오일들이 그린 워싱(녹색 위장)을 노골적으로 벗어나고 있다고 비판한다. 기후와 지역 사회를 희생시키면서 화석연료의 지속적인 개발과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 옹호론자들은 빅 오일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투자자들과 규제 당국이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빅 오일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늦추는 이유는 고유가로 인한 단기 수익성과 에너지 안보를 우려하는 정치권의 보호막이다. 풍부한 현금흐름에 고무된 경영진들이 장기적인 재생에너지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
빅 오일 경영진 일부는 그들의 후퇴에 대해 솔직하게 말한다. BP의 CEO 버나드 루니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회사는 가치 창출에 의해 주도될 것"이라며 현재 석유가 고수익을 안겨주고 있는데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투로 말했다.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 트레이 코완 애널리스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유럽과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수입 중단을 틈타 BP 등 빅 오일들이 에너지 안보를 명분으로 석유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최근 인터뷰에서 루니는 BP의 목표는 단순히 깨끗한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하고 안전한 에너지 공급’이라고 주장했다
셸의 CEO 와엘 사완은 이달 실적 발표 후 “회사가 천연가스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며 올해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출을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셸의 저탄소에 대한 자본 지출은 35억 달러로 전년 대비 거의 50% 증가했지만, 석유와 가스가 거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내일의 잠재적인 청정에너지 수익은 사업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사완의 설명이다. 그는 컨퍼런스 콜에서 "낮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물론 계속해서 더 낮은 탄소 발생을 추구하고 싶지만, 수익성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엑손은 조류로부터 저탄소 바이오 연료를 만드는 실험에 지난 10년 동안 3억 5000만 달러를 투입했다. 그 중 약 절반은 광고비였다. 그러나 최근 엑손의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조류를 이용한 연료 생산은 여전히 많은 작업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회사는 대신 탄소 포획과 수소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인플레이션감소법이 관련되어 있다. 탄소를 저장하고 포획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세금 공제를 제공하는 법안을 빅 오일들이 활용하는 것이다. 화석연료로 탄소를 계속 배출해 돈을 벌면서, 탄소를 가두고 보관하는 것에 대한 세금 공제도 받을 수 있다. 빅 오일들로서는 일석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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