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꺼져가는 불씨라도 살리자”…롯데장학재단이 나전칠기 공모전 연 이유

첫 ‘신격호 롯데 나전칠기 공예품대전’에 127점 출품 장혜선 "교육 기반 약화에 후속 지원도 검토"

산업 |최아랑 기자 | 입력 2026. 08. 14. 12:36

|스마트투데이=최아랑 기자| “꺼져가는 불씨라도 하나라도 살려보자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년 신격호 롯데 나전칠기 공예품대전’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아랑 기자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년 신격호 롯데 나전칠기 공예품대전’ 시상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아랑 기자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13일 서울 종로구 마루아트센터에서 열린 ‘2026년 신격호 롯데 나전칠기 공예품대전’ 시상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나전칠기 수요가 줄고 전문 교육 기반마저 축소되는 가운데 롯데장학재단이 전통 기술의 명맥을 잇기 위해 올해 처음 공예품대전을 연 것.

13일 롯데장학재단에 따르면 이번 공모전에는 전통 나전칠기와 현대 나전칠기 2개 부문에서 총 127점이 출품됐다. 1차 온라인 심사와 2차 실물 심사를 거쳐 14점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으며 별도로 5점이 입선작에 이름을 올렸다.

전통 나전칠기 부문 대상은 배광우 작가의 ‘나전칠 국화당초문 팔각합’이 받았다. 현대 나전칠기 부문에서는 윤상희 작가의 ‘수리수리 신(神)수리(Red eagle)’가 대상을 차지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1000만원이 수여됐다.

배 작가의 작품은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에 제작된 나전 국화당초문 팔각합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수㎜ 크기의 자개를 배열하고 금속선을 더해 고려 나전 특유의 세밀한 표현을 살렸다.

배 작가는 “고려 미술에서 중요하게 보는 세밀함에 초점을 맞췄다”며 “화려하지만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도록 전체적인 톤을 낮추고 세월의 흔적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2026년 신격호 롯데 나전칠기 공예품대전’ 전통 나전칠기 부문 대상을 받은 배광우 작가의 ‘나전칠 국화당초문 팔각합’. 최아랑 기자
‘2026년 신격호 롯데 나전칠기 공예품대전’ 전통 나전칠기 부문 대상을 받은 배광우 작가의 ‘나전칠 국화당초문 팔각합’. 최아랑 기자

윤 작가의 대상작은 독수리가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합이다. 3D 프린터로 기본 형태를 만든 뒤 삼베와 옻칠, 자개 등 전통 제작 기법을 적용했다.

작품 제작에는 약 1년이 걸렸다. 원하는 붉은색을 구현하기 위해 옻칠을 여러 차례 쌓아 올리며 발색을 조정했다고 전했다.

윤 작가는 “형태는 테크놀로지를 통해 만들었지만 이후 제작 과정에는 전통 기법을 그대로 접목했다”며 “원하는 색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수차례 칠을 올리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2026년 신격호 롯데 나전칠기 공예품대전’ 현대 나전칠기 부문 대상을 받은 윤상희 작가의 ‘수리수리 신(神)수리(Red eagle)’.최아랑기자
‘2026년 신격호 롯데 나전칠기 공예품대전’ 현대 나전칠기 부문 대상을 받은 윤상희 작가의 ‘수리수리 신(神)수리(Red eagle)’.최아랑기자

최우수상은 전통 부문 한미경 작가의 ‘석류당초문나전옻칠호족반’과 현대 부문 이용선 작가의 ‘결(結): 연결된 내면들’에 돌아갔다.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각각 500만원이 지급됐다. 우수상은 200만원, 장려상은 100만원이다.

작가(수상자)와의 대화 현장에서는 나전칠기 제작 기반이 과거보다 약해졌다는 작가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배 작가는 과거 자개장과 화장대 등 생활가구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나전칠기 수요가 주거문화 변화와 함께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처럼 장롱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좌식에서 입식 생활로 바뀌면서 쓰임새가 줄었고 지금은 인사동에서 볼 수 있는 소품이나 선물용 제품 중심으로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 기반도 줄었다. 현장에 참석한 작가들은 현재 대학에서 나전칠기나 옻칠을 독립적으로 전문 교육하는 과정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재단 역시 당초 신진 작가를 대상으로 교육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전문 교육기관이 줄면서 공모전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바꿨다고 전했다.

사업 설명 간담회에서 재단 관계자는 “나전칠기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었던 교육 과정이 없어지면서 당초 검토했던 교육 지원이 어려워졌다”며 “범위를 넓혀 공모전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가운데)이 13일 ‘2026년 신격호 롯데 나전칠기 공예품대전’ 행사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최아랑 기자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가운데)이 13일 ‘2026년 신격호 롯데 나전칠기 공예품대전’ 행사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최아랑 기자

장 이사장은 작가들의 경제적 기반을 지원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작품에만 집중하고 생활하는 데 불편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작가들에게 돈을 지원할지, 판매처를 연결할지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판매처를 연결한다고 해도 실제 작가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크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며 “어떤 방법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 더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이번 공모전을 시작으로 사업 효과를 살핀 뒤 지원 범위와 방식을 검토할 방침이다. 전통 매듭이나 옻칠 등 다른 전통 공예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장 이사장은 “작품 하나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힘든 과정이 필요한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나전칠기 공예품과 소비자 사이에서 매개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작가들의 기술은 우리 문화의 소중한 자산이고 우리나라의 얼을 잇는 한 부분”이라며 “재단도 이 공예 기술이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작은 불씨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전 수상작은 오는 17일 오후 5시까지 종로구 마루아트센터 그랜드관에서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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