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홈플러스 관리인이 지난 12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계획안 2차 수정안'을 제출했다. 한 차례 회생절차 폐지 결정까지 받았던 홈플러스가 2000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DIP)을 실제로 확보한 이후 다시 내놓은 회생 설계도다. 오는 9월 4일 회생계획안 가결 시한을 앞두고 홈플러스의 승부처는 이제 '확보한 돈으로 회생계획을 수행할 수 있느냐'로 이동했다.
홈플러스의 회생 진행 상황에서는 이런 변화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홈플러스 관리인은 7월 31일 'DIP 금융 대출약정 체결 및 차입 등 허가 신청'을 냈고 같은 날 '점포 매각공고, 최고득점자 선정기준 및 입찰안내서 허가 신청'도 제출했다. 이어 DIP가 실제 집행된 뒤 8월 12일 2차 수정 회생계획안이 법원에 들어갔다. 자금조달과 자산매각이 단순 계획 단계에서 계약과 입찰 등 실행 단계로 넘어간 뒤 회생계획이 다시 작성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앞서 홈플러스가 6월 말 제출한 수정 회생계획의 큰 틀은 명확했다. 전국 126개 대형마트를 67개 핵심 점포 중심으로 재편하고 인력과 임대료 등 비용을 줄여 연간 비용을 약 1조2000억원 절감한다는 구상이었다. 상품 공급과 영업이 정상화되면 연간 8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고 3년 안에 이를 1500억원까지 확대해, 영업이익과 폐점 점포 부동산 매각대금으로 공익채권과 회생채권을 변제하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 2000억원의 신규 자금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7월 3일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2000억은 확보…이제 '돈 쓰는 순서'가 중요
2차 수정안은 출발점부터 이전 계획과 다르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제공하는 DIP 2000억원이 법원 허가를 거쳐 지난 5일 홈플러스에 실제 투입됐고, 홈플러스는 해당 자금을 상품 대금 지급에 우선 사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임시휴업했던 67개 핵심 점포도 13일 일제히 정식 영업을 재개한다. 이전 회생계획에서 가정으로 존재했던 '2000억원 자금조달'과 '67개 점포 영업 정상화'가 실제 실행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DIP는 출자금이 아니라 홈플러스가 앞으로 상환해야 하는 신규 차입금이다. 제한된 자금을 상품 매입과 임대료, 인건비 등 어디에 얼마나 투입하느냐에 따라 영업 정상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수정안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DIP의 존재 자체보다 이 자금을 투입한 뒤 67개 점포가 만들어낼 현금흐름과 향후 변제 재원을 어떻게 연결했는지다.
점포 매각 계획의 구체화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관리인은 DIP 대출약정 허가를 신청한 7월 31일 점포 매각공고와 최고득점자 선정기준, 입찰안내서에 대한 허가 신청도 법원에 냈다. 회생계획에서 변제 재원의 한 축으로 제시해 온 부동산 매각이 실제 매수자를 찾는 절차에 진입했다는 점에는 의미가 있다. 기존 수정안 역시 폐점 점포 부동산 매각대금을 채권 변제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였다.
또 다른 축은 67개 핵심 점포의 수익성 개선이다. 홈플러스는 복층 형태의 점포를 약 1000평 규모의 단층 매장으로 줄이고 식품과 자체브랜드(PB), 회전율이 높은 생필품에 판매를 집중하는 구조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트레이더 조(Trader Joe's)'식 모델로, 취급 상품을 압축해 재고에 묶이는 운전자본을 줄이고 PB 비중을 높여 마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결국 점포 수를 줄인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남은 67개 점포가 과거보다 적은 재고와 비용으로 현금을 빠르게 만들어내는지가 회생계획의 성패를 좌우하게 된다.
관계인집회가 보는 것은 '계획'보다 회수 가능성
회생계획안의 효력은 관계인집회와 법원의 문턱을 넘어야 발휘된다. 관계인집회에서 회생채권자와 회생담보권자가 각각 정해진 비율 이상 동의해야 하고, 이후 법원이 계획의 공정성과 형평성, 수행 가능성 등을 판단해 인가해야 한다.
채권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홈플러스가 다시 문을 열었다는 사실보다 앞으로 얼마를, 언제 회수할 수 있느냐다. 2000억원을 상품 공급에 투입해 매출을 회복하더라도 임금과 임대료, 납품대금 등 기존에 누적된 지급 부담이 동시에 남아 있다. 실제 홈플러스는 DIP 자금을 상품 대금에 중점적으로 사용하면서 미지급 임금 등은 단계적으로 정상화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상태다.
M&A는 회생계획에서 빼놓기 어려운 변수다. 홈플러스는 6월 수정안 제출 당시부터 회생계획과 M&A를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7월 회생절차가 다시 살아난 이후에도 37개 부실 점포 정리와 구조혁신을 마무리한 뒤 잔존 사업의 매각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독자생존을 위한 67개 점포의 현금창출력과 별개로, 새 투자자가 들어오면 채권 변제 재원을 조기에 확보하고 장기적인 운영자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반대로 가결 시한까지 뚜렷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2차 수정안은 M&A가 늦어지더라도 홈플러스가 자체 영업과 자산매각으로 버틸 수 있다는 대안까지 채권단에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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