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적용 여부가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한 방위사업청의 보안감점 적용을 멈춰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하면서다.
지난 2011년 첫발을 뗀 KDDX 사업이 군사기밀 유출 탓에 장기간 지연되다 올해 겨우 재개된 터라 법원 판결에 따라 사업이 또 다시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업계 일각에서는 보안 위반에 대한 처벌이 없다면 실효적 제도 운영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특정업체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서 불거진 공정성∙투명성 논란이 KDDX 사업의 발목을 잡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방사청 “별개사건…보안감점 해당” vs HD현대重 “보안감점 적용 부당”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1일 HD현대중공업이 정부를 상대로 낸 감점 적용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열었다.
쟁점은 HD현대중공업의 보안감점 적용 여부다.
HD현대중공업 임직원 9명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진행한 KDDX 개념설계도 등 군사기밀을 몰래 촬영해 공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2022년 11월 8명, 2023년 12월 나머지 1명까지 모두 유죄 선고를 받았다.
방사청은 2022년 확정 사건과 2023년 확정 사건을 분리해 감점을 적용하기로 했다. 최종 유죄 선고 시점을 기준으로 하면 HD현대중공업은 오는 12월 6일까지 벌점 1.2점의 보안 감점을 받게 되는 것.
HD현대중공업 측은 방사청이 지난해 9월까지 최초 형 확정일로부터 3년만 감점한다고 설명했지만, 이후 각 보안 사고의 형 확정일을 기준으로 감점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입장을 바꿔 감점 기간을 연장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정부 측은 “별개의 사건에 대해 계약 체결 기준이 마련한 대로 감점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보고, 나중에 판결된 1명에 대한 확정일 기준으로 3년간 감점을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7조8000억 규모 KDDX 사업…개념설계 유출 사건 후 표류
KDDX 사업은 7조8000억원을 투입해 6000t급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국가 중요 사업이다.
함정 건조 사업은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KDDX의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각각 수행한 바 있다.
통상 함정의 기본설계를 수행한 업체가 방산업체로 지정돼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진행한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과거 KDDX 개념설계 유출 사건 이후, 양사 간 대립으로 인해 사업자 방식을 두고 오랜 기간 혼란을 겪다가 지난해 말 지명 경쟁입찰로 최종 매듭 지어졌다.
한화오션(당시 대우조선해양)은 2012~2013년 HD현대중공업과 경쟁에서 개념설계를 21.264점 차이로 수주했지만, 2020년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0.056점 차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HD현대중공업이 탈취한 KDDX 군사기밀이 당시 제안서에 담기면서 수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HD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지난 2020년에 KDDX 군사기밀 탐지·수집, 누설로 인한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까지 받았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2012~2015년까지 불법으로 취득한 군사기밀은 △KDDX 개념 설계 1차 검토 자료 △장보고-Ⅲ 개념설계 중간 추진 현황 △장보고-Ⅲ 사업 추진 기본 전략 수정안 △장보고-Ⅰ 성능개량 선행연구 최종보고서 등 국가기밀 3급 자료들로 전해졌다.
군사기밀 유출, 해외에서는 어떻게... "계약 자체 不可"
이에 대해 방산업계에서는 수년 동안 조직적으로 군사기밀을 불법 취득해 보관하면서 공유한 것은 유례없이 심각하고 중대한 불법행위라고 지적한다. 특히 이러한 행위는 해외 방산 조달에서도 계약 적격성을 따질 때 핵심 쟁점이 된다고 한다.
가령 미국의 경우에는 입찰 참여가 불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임직원 등에 의한 부정행위가 해당 업체의 인지·승인 또는 묵인하에 이뤄지면 해당 업체를 강력하게 제재할 수 있다.
특히 형사 범죄행위에 연루되면 사업에 관한 청렴성을 만족하지 못한 ‘책임성 결여’를 이유로 계약 자체가 체결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방산기술 보호는 수출을 포함한 지속가능한 방위산업 발전에 핵심 요소이므로 보안절차 및 법령의 준수 및 이에 대한 강조와 점검은 꼭 필요하다며, 위반에 대한 적절한 책임이 없다면 실효적인 제도 운영도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 방산전문 법조 관계자는 스마트투데이에 “미국은 연방 규정 NISPOM(국가산업보안프로그램 운영지침)을 통해서 엄격한 보안조건을 준수하도록 하고, 비밀계약은 보안계약(SA)를 체결하여 규정상 내용을 모두 계약조건으로 반영하여 해당 조건 위반 시 허위청구법(FCA)에 의한 민·형사상 불이익, 비밀계약 참여를 위한 시설보안인가(FCL) 취소 등 입찰참가제한 등이 가능하고, 형사처벌 전력은 부정당업자로 등록되어 추후 입찰참가가 제한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보안 위반시 엄격한 제재와 더불어 군사기밀을 과도하지 않은 적정한 범위에서 지정 및 기업들의 사업참여 여건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작전요구성능(ROC) 등의 적시 공개 등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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