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레버리지 예탁금 높이고, 리밸런싱 시간 분산..'제2의 ELW 안되게'

증권업계, 레버리지 ETF 자율 규제방안 도출

증권 |김세형 기자 | 입력 2026. 07. 15. 08:07
AI 이미지
AI 이미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는 가운데 우선 증권업계가 자율 규제안으로 열기 식히기에 나섰다. 업계는 한 때 홍콩에 이어 세계 2위 규모로 급성장했다가 시장이 사라지다피시한 주식워런트증권(ELW)의 전철을 밟도록 두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금융당국은 업계 자율 대응방안의 효과를 지켜본 뒤 필요 시 추가 제도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4일 오후 증권회사 대표들과 함께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시장상황을 점검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업계의 자율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회의를 개최했다.

협회는 "업계는 해당 상품이 투자자의 다양한 투자전략과 위험선호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서 국내 자본시장의 상품 다양성 확대와 시장 선진화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는 데 공감했다"며 또 "투자수요를 해외로 이전시키기보다 국내 제도권 내에서 투자자 보호장치 아래 거래가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에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즉,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거래가 집중되면서 코스닥은 물론이고 코스피 종목들마저 수급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지만 그렇다고 없애야할 상품은 아니라는데 의견을 모은 셈이다.

협회는 "다만 해당 상품은 지렛대효과로 단기간에 손실이 확대될 수 있고 횡보장에서도 손실이 발생(음의 복리효과)할 수 있어 투자시 유의가 필요한 상품이나, 출시 이후 초기 예상보다 높은 투자수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높은 수준의 투자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며 상품 운영의 보완 필요성은 인정했다.

이에 투자자의 연령, 투자포트폴리오 상황 등을 감안한 투자자 맞춤형 위험 경고 및 안내조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 투자자가 충분한 지식과 신중한 판단을 바탕으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도록 투자자 교육을 보다 내실화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투자자의 능력을 초과하는 레버리지 투자를 방지하기 위해 기본예탁금 상향 등 투자자 보호 체계를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현재 해당 레버리지 ETF 상품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4시간 짜리 금융투자협회 교육을 이수하고, 1000만원의 기본 예탁금을 예치해야 한다. 교육 강화와 함께 예탁금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협회는 당일 시세에 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보유 물량을 조절하는 리밸런싱 시기도 분산키로 했다.

협회는 "참석자들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구조적 특성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며 "해당 상품은 리밸런싱 등을 통해 기초자산 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으나,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체 거래대금이 아니라 일일 리밸런싱에 필요한 거래 규모라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소개했다.

상품 출시 이후 일일 리밸런싱을 위해 필요한 주식 거래규모는 7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협회는 "참석자들은 리밸런싱 거래가 종가에 집중되는 특성을 고려하여, 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고 기초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보완방안도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이를 위해 유동성공급자(LP)로서 시장안정 기능을 강화하고, 리밸런싱·헤지거래 등 운용과정에서 기초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래시기 분산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협회는 아울러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거래 동향과 투자행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정부의 추가적 조치 등이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협회의 자율 대응방안은 지난 2011년 주식워런트증권(ELW)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ELW는 특정 주식이나 지수를 미래에 정해진 가격으로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증권화한 상품이다. 적은 돈으로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는 대신 원금 전부를 잃을 수도 있는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2005년 국내 증시 도입 이후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 2010년에는 한국이 홍콩에 이어 세계 2위 ELW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루 거래대금은 2조원에 달했다.

그런 가운데 일부 초단타매매자들이 증권사로부터 전용회선 등 거래 편의를 제공받아 일반 투자자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거래했다는 불공정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2011년 3월 증권사 여러 곳을 압수수색하면서 이슈화됐고, 금융위원회는 그해 5월 기본예탁금 1500만원 도입과 옵션매수 전용계좌 폐지, LP호가제도 개선 등을 담은 ELW 시장 건전화 방안을 내놓고, 방안이 시행되면서 ELW 시장은 사실상 죽은 시장이 됐다.

당시 증권사들은 검찰의 수사와 금융당국의 건전화 방안에 강하게 반발했으나 ELW 시장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어야 했다. 이번 레버리지 ETF에 대한 자율 규제 방안 도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잃고 싶지 않다는 업계의 이해와 섣불리 나섰다가는 시장 비친화적인 정부라는 인상까지 심어줄 수 있는 금융당국의 입장이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댓글 (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

언어 선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