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터뷰

AI로 빨라진 신약 개발…이노보테라퓨틱스 "5년을 1.5년으로 압축"

이노보테라퓨틱스 정종근 전무(CSO) 인터뷰 자체 개발 AI 플랫폼 '딥제마'로 혁신 신약 후보물질 발굴 기간 절반 이상 단축 대웅제약에 기술이전 완료하며 압도적 R&D 효율성 증명

산업 |김나연 기자,김한솔 기자 | 입력 2026. 06. 29. 07:00
이노보테라퓨틱스 전종근 전무(CSO)
이노보테라퓨틱스 전종근 전무(CSO)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김한솔 기자| 저분자화합물 기반 합성 신약(Small Molecule Drug) 시장은 100년 이상의 긴 연구 역사를 자랑하지만, 그만큼 치명적인 한계도 명확하다. 이른바 '따먹기 쉬운 열매(Low-hanging fruits)'로 불리는 개발 용이성 높은 타깃 물질들이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에 의해 이미 대부분 선점됐기 때문이다. 현재 초기 신약 개발사들은 난이도가 극도로 높은 미개척 타깃만을 마주하고 있다. 과거처럼 연구원이 직접 물리적 합성 실험을 반복하는 '벤치워크(Benchwork)' 방식만으로는 자본과 시간의 벽을 넘기 어려워진 배경이다.

신약 개발 바이오텍 이노보테라퓨틱스는 자체 AI 플랫폼 '딥제마(DeepZema®)'를 연구개발(R&D) 밸류체인 전반에 가동하며 이 한계를 돌파하고 있다. 수십만 개의 화합물 구조를 스크리닝하고 유효 물질을 예측하는 핵심 엔진으로 AI를 활용함으로써, 독자적인 합성 신약 파이프라인을 고속으로 구축하는 데 기업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24개 모듈 갖춘 '딥제마', 내재화로 확보한 기술적 해자

이노보테라퓨틱스의 핵심 경쟁력의 기반은 자체 개발한 AI 신약 연구개발 플랫폼 ‘딥제마’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이 플랫폼을 자사의 합성 신약 성공 확률을 높이고 연구 생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딥제마는 신약 개발 밸류체인 전반을 포괄하는 24개의 체계적인 모듈로 구성되어 있다. 특정 질환에 관여하는 분자 타깃 발굴부터 초기 유효 물질(Hit) 및 선도 물질(Lead) 도출, 선도물질 최적화, 독성 및 효능 예측까지 전 단계를 지원한다. 인체 질환을 겨냥하는 대부분의 합성 신약 과제에 범용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력한 무기다.

딥제마의 가장 큰 기술적 해자는 시스템의 설계부터 운용까지 100% 내부에서 통제된다는 점이다. 외부 IT 기업의 범용 시스템을 도입해 연구 흐름을 맞추는 방식과 출발선부터 다르다. 이 플랫폼은 LG생명과학에서 연구소장을 지낸 임동철 CTO의 주도 아래 개발됐다. 임동철 CTO는 미국에서 계산화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글로벌 AI 플랫폼 기업 슈뢰딩거(Schrödinger) 창업자의 지도를 받은 인물이다. 경영전략 정종근 전무(CSO)가 "IT와 BT를 모두 거머쥔 양수겸장(兩手兼將)"이라고 자신 있게 소개할 만큼, 양쪽 실무를 완벽히 이해하는 전문가가 내부 R&D 수요에 맞춰 최적화한 시스템을 구축한 셈이다.

이러한 내재화는 연구 환경에 최적화된 유연성으로 이어진다. 정종근 전무는 "외부 서비스를 하지 않기 때문에 내부 R&D 전략 변화나 경쟁 상황에 맞춰 모듈을 실시간으로 튜닝할 수 있다"라며 "연구원들이 벤치워크 이전에 플랫폼상에서 독성을 미리 예측하고 실패할 화합물은 아예 만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막대한 초기 발굴 시간과 실험 비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구조다.

1.5년 만의 발굴 성과, INV-008 대웅제약 기술이전

가장 상업화에 근접한 성과는 대웅제약에 기술이전된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INV-008이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후보물질 발굴에 통상 3~5년이 소요되는 기간을 딥제마를 가동해 1.5년으로 단축하며 R&D 효율성을 입증했다.

INV-008은 면역 체계에 개입하지 않아 부작용이 적다. 특히 타깃 물질인 15-PGDH를 조절해 손상된 장 점막의 재생을 직접 유도하는 계열 내 최초(First-in-class) 혁신 신약 후보물질이다. 기존 치료제들이 장 점막을 완치하지 못해 빈번한 재발을 야기했던 시장의 한계를 타개하기 위해 개발됐다. 정종근 전무는 "신약 타깃을 저해하여 장 점막을 재생해 주는 효과가 있다"라며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혁신적인 기전 때문에 대웅제약이 관심을 보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통찰력의 산물 INV-001, 임상 3상 IND 승인 완료

딥제마의 스크리닝 능력이 임상 단계의 획기적 단축으로 이어진 또 다른 대표적 사례는 흉터 치료제 INV-001이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당초 섬유화증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원인 타깃인 HSP47을 저해하는 물질을 탐색하고 있었다. 피부에 발생하는 흉터 역시 본질적으로는 섬유화증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통풍 치료제 성분(벤즈브로마론)이 해당 타깃에 강력하게 결합한다는 사실을 딥제마를 통해 포착했고, 이를 흉터 치료제로 전격 개발한 것이 바로 INV-001이다.

이노보테라퓨틱스는 이 발견을 토대로 안전성이 이미 검증된 시판 약물의 새로운 적응증을 규명하는 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 전략을 가동했다. 기존 약물의 안전성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초기 임상 개발 부담을 줄인 덕분에, 전체 개발 기간과 실패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그 결과 2024년 8월 임상 2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며, 지난 2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임상 3상 IND(임상시험계획)를 승인받은 상태다.

정종근 전무는 "수십만 개의 물질 중 기존 치료제가 흉터 타깃에 바인딩한다는 것을 사람이 시행착오를 통해 찾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딥제마가 있었기에 창업 7년만에 임상 3상 진입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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