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인터뷰

10만 개 변수 잡은 엔진, '이탈률 2%'로 증명하다… 30조 대부 시장 평정 나선 몰리턴

[Startup Interview] 몰리턴 이윤석 대표 고객사 600곳과 이탈률 2%… 1년 반의 R&D가 만든 기술적 해자 3조 규모 채권 데이터 기반의 도매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

산업 | 김나연  기자 |입력
몰리턴 이윤석 대표와 론프라 팀원들 / 사진=김나연 기자
몰리턴 이윤석 대표와 론프라 팀원들 / 사진=김나연 기자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스타트업에게 창업 초기 1년 반은 기업의 생존을 가르는 중요한 시기다. 대다수 소프트웨어 기업이 이 시기에 고객의 눈을 사로잡을 가시적인 기능 개발에 집중한다. 하지만 몰리턴은 이 시간을 오직 보이지 않는 뒷단의 '계산 엔진'을 부수고 다시 짓는 데 온전히 쏟아부었다. 대부 시장을 장악하는 전산이 되기 위한 본질은, 업체마다 제각각인 이자 계산 방식을 하나의 엔진으로 모두 소화해내는 데 있다는 사실을 간파했기 때문이다.

당장의 가시적 성과를 포기하고 코어 엔진에 매달려야 했던 이 역설적인 선택은 결과적으로 몰리턴만의 단단한 진입장벽(해자)이 되었다. 규제와 표준의 부재라는 대부 시장의 구조적 비정형성을 전산 엔진으로 흡수해 내며, 정식 출시 1년 만에 고객 600개사와 이탈률 2%라는 성적표를 만들어 증명해 낸 몰리턴의 비즈니스 성장 공식을 들여다본다.

10만 가지 변수와 1년 반의 R&D

몰리턴의 론프라 솔루션이 지닌 핵심 경쟁력은 대부업 현장 특유의 '비정형적 융통성'을 전산 엔진 내부로 완벽히 구현해 냈다는 데 있다. 이자를 일할로 계산할지 월할로 계산할지, 혹은 휴일 납입분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법적 강제 표준이 없는 상태에서 업체별 조건부 혜택까지 복잡하게 얽히다 보니 실무에서는 무려 10만 가지 이상의 파생 로직이 발생한다.

이처럼 방대한 변수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범용 코어 엔진을 구축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초기에는 몇 개 업체의 니즈에 맞춰 구조를 짰으나, 새로운 업체의 로직이 하나만 추가되어도 전체 계산식이 어긋나 계산 엔진을 전면 재설계해야 했다. 확장을 시도할 때마다 시스템의 한계가 드러나며 코어를 뜯어고치는 작업이 반복됐다.

겉으로 드러나는 기능 개선이나 편의성 업데이트가 멈추다 보니 신규 고객 유치는 정체됐고, 기존 고객들의 의구심을 사기도 했다. 이윤석 대표는 "기능 개발이나 편리함을 챙기기 전에 기본적인 계산부터 돼야 하니까 이걸 몇 번이나 갈아엎었다"라며 "제대로 팔지도 못하고 1년 반 정도를 R&D만 계속 한 것"이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고 기반을 다져야 했던 이 1년 반의 시간은 타사가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강력한 기술적 해자가 되었다. 당장의 매출보다 업체마다 상이한 계산 정책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엔진을 먼저 완성해야만 하는 산업적 특성을 묵묵히 감내한 결과다. 현재 몰리턴은 새로운 고객사가 유입되어도 맞춤형 추가 개발 없이 해당 업체의 정책에 맞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압도적인 범용 엔진을 완성했다.

불확실성을 기술로 소거하다

1년 반 동안 갈아엎으며 완성한 코어 엔진의 진가는 대부업계에 거대한 규제 변화가 닥쳤을 때 본격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2024년 하반기, 금융기관들의 이자 산정 및 추심 방식에 큰 변화를 요구하는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제정되면서 시장은 큰 혼란을 겪었다. 법 조문 자체가 많고 복잡한데다, 특히 채권 유형과 조건에 따라 연체 이자 부과 방식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실무적 과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상 금융기관은 법령 개정 내용을 파악한 뒤 전산 프로그램 공급사에 개발을 요청하고, 공급사는 개발비를 청구한 후 작업에 착수하는 구조다. 문제는 개발 인력이 희소한 시장이거나 또는 옛날 기술 스택을 유지하는 전산 프로그램 공급사는 우수한 내부 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작업 착수 후 외부 개발자를 구하다 보니, 개발은 지연되고 비용은 높아지는 상황이 펼쳐진다.

반면 기술 스택을 활용하여 대부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는 몰리턴의 접근 방식은 달랐다. 팀 내부에 규제 트래킹 역량을 갖추고 2년 이상 매주 대부업 뉴스레터를 발행해 온 이들은, 법 시행 유예 기간 동안 관련 조문을 치밀하게 분석해 새로운 규제 로직을 시스템에 선제적으로 반영했다.

몰리턴은 고객사가 묻기 전에 "이번에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이렇게 바뀌며, 우리 시스템은 이미 모든 대응 업데이트를 마쳤다"고 안내했다.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 리스크에 극도로 민감한 대부업체 대표들에게, 불확실성을 회사가 먼저 제거해 준다는 사실은 그 어떤 화려한 기능보다 강력한 셀링 포인트(Selling Point)로 작용했다.

이러한 선제적 준법 인프라라는 확고한 포지셔닝을 구축한 몰리턴은, 2024년 말부터 제품 판매량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결정적 모멘텀을 맞이했다.

영업 없이 입소문으로만… ‘고객사 600곳·이탈률 2%’ 숫자로 증명한 성장

규제 대응 역량이 입증되고,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즉각 반영하여 서비스가 빠르게 개선되면서 몰리턴의 영업 채널에도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사업 초기에는 일일이 전화기를 붙들고 영업을 뛰는 아웃바운드 방식의 콜드콜(Cold Call)에 의존해야 했지만, 제품과 팀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쌓이면서 기존 고객의 입소문과 자발적인 인바운드 문의가 성장을 견인하기 시작했다. 론프라 솔루션을 1년 넘게 사용하며 안정성을 체감한 기존 고객들이 본인의 평판을 걸고 동종 업계 대표들에게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추천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러한 자연 유입을 바탕으로 몰리턴은 빠르게 유료 고객사 600개를 돌파했다. B2B SaaS 비즈니스의 핵심 건전성 지표인 리텐션(고객 유지율) 역시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제품을 정식 출시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현 시점에 전체 유료 고객의 이탈률은 단 2%에 머물렀다. 이윤석 대표는 "이탈률 2%도 대부분은 폐업하시는 경우"라며 씁쓸하게 웃었다.

신규 고객 유입 비용은 최소화되는 반면 기존 고객의 유지율이 극대화되면서, 몰리턴은 초기 스타트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빠르게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했다. 자체적인 현금 창출 능력을 증명함에 따라 외부 자금 조달에 얽매이지 않고 제품 고도화에 집중할 수 있는 재무적 기반을 완성한 것이다.

SaaS를 넘어 ‘도매 금융 플랫폼’을 겨냥하다

몰리턴은 2025년 말 가결산 기준으로 전년 대비 8배라는 높은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이들이 바라보는 진짜 핵심 성과 지표(KPI)는 따로 있다. 바로 론프라 시스템 내에서 안정적으로 구동되고 있는 '관리 채권의 총규모'다.

이윤석 대표는 "지금 시스템 내에서 3조 원 정도의 채권을 관리하고 있는데, 매출 규모보다 이 채권 규모가 향후 채권 양수도 거래를 중개 비즈니스로 확장할 기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시스템에 적재된 3조 원 규모의 정제된 채권 데이터는 몰리턴이 단순한 SaaS 제공업체를 넘어, 도매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한다.

회사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해 2분기 중 시스템 내에서 업체들끼리 채권을 사고팔 수 있는 '채권 양수도 마켓(플랫폼)'을 오픈할 계획이다. 대부 시장 내에서만 하더라도 연간 2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부실채권(NPL) 및 정상 채권 유통 시장의 거래 인프라를 직접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소프트웨어 구독료(SaaS)를 넘어선 새로운 거래 수수료 창출 모델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타깃 시장의 확장 여력도 충분하다. 전국에 등록된 8000여 개의 대부업체 중 전산화를 완료한 곳은 1000개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확장 가능성은 대부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몰리턴의 솔루션은 부동산 임대업종이나 일반 기업체의 사내 복지 대출 관리 등 타 산업으로까지 자연스럽게 이식되고 있으며,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에 따라 중대형 금융기관으로의 확장 기회도 머지않아 열릴 전망이다. 채권 회수가 가장 어려운 대부 시장을 학습한 코어 엔진이 국내 금전 수취 및 채권 관리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범용 금융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옴니채널’로 이뤄내는 대부업 양지화

1·2금융권 이용자에게 모바일 앱은 너무나 당연한 금융 경험이다. 하지만 대부 시장에는 그 당연함이 없었다. 몰리턴은 곧 정식 출시될 채무자 전용 앱을 통해 전화와 문자에 머물던 고객 소통 방식을 문자·앱·푸시알림 등 모든 채널로 확장하는 이른바 '옴니채널'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대부업 현장의 1순위 우량 고객은 연체 없이 꾸준히 이자를 납입하는 차주이며, 2순위는 대출을 깔끔히 상환한 뒤 자금이 필요할 때 다시 찾아오는 차주다. 즉, 비즈니스의 진짜 핵심은 단기적 회수가 아닌 채무자와의 건강한 '관계 관리(CRM)'에 있다. 현재 일부 대부업체들에게 베타 테스트로 제공 중인 전용 앱은 채무자가 스마트폰으로 대출 현황과 중도상환 시 상환액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채무자가 원하는 때에 푸시 알림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하여, 불필요한 연체를 예방하고 상환율을 높이는 상호 이익 구조를 만들어낸다.

모바일 앱은 1·2금융권에서는 이미 당연한 서비스다. 대부 시장에서도 이 수준을 갖추는 것이 채무자의 신뢰를 얻는 출발점이다. 투명한 대출 정보 제공과 편리한 고객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시장에 씌워진 음성적인 꼬리표를 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윤석 대표는 “2금융권보다 대부업체의 조건이 더 좋은 경우도 많다”며, “일반 차입자가 2금융권 조건을 알아볼 때 대부 쪽도 동시에 알아보고, 두 가지를 동등하게 비교하여 결정하는 '행동 양식'을 보일 때가 진짜 시장이 양지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리와 한도만 놓고 보면 대부업이 2금융권보다 유리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상품 경쟁력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려면 먼저 신뢰가 쌓여야 한다. 즉, 모바일 앱이라는 고객 접점의 혁신이 대부업에 대한 금융 소비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고, 대부업을 2금융권과 같은 테이블에 올려놓기 위한 마중물이 된다는 것이다.

단순한 전산 공급을 넘어 차주와 금융기관을 투명하게 연결하는 인프라의 완성. 이윤석 대표는 "저희 솔루션을 도입한 금융기관이 ‘법적 의무를 다하고 금융 소비자를 배려하는 업체’라는 인식을 주고 싶다"라며 "제 3자로서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일종의 공식 인증 마크로 부상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뚜렷한 사명감으로 이 시장에 뛰어든 몰리턴과 함께, 30조 원 규모의 대부 시장은 이제 실질적인 양지화의 단계를 밟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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