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현지화 늪 탈출한 젭… 전 세계 교실로 K-에듀 나른다 [스타트업 인터뷰]

산업 | 김나연  기자 |입력

[Startup Interview] 젭 김상엽 대표 7개 국어 다국어 번역본 배포로 글로벌 진입 장벽 뛰어넘어 동남아선 현지 교사 자발적 확산으로 진입 성공 젭 퀴즈 성장세로 창업 후 첫 손익분기점 넘어선 자생력 확보

젭 김상엽 대표 / 사진 = 젭 제공
젭 김상엽 대표 / 사진 = 젭 제공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에듀테크(EduTech) 산업의 고질적인 맹점은 철저한 '노동 집약적' 구조에 있다. 매출 규모가 커지면 강사의 인건비와 콘텐츠 제작 비용도 비례해서 늘어난다. 한국의 우수한 사교육 시스템조차 좁은 내수 시장에 갇혀 있고, 해외로 나가자니 막대한 현지화 비용과 언어 장벽이 발목을 잡는다. 결국 외형이 성장해도 이익이 남지 않는 저마진의 늪에 빠지기 십상이다.

네이버제트와 슈퍼캣의 합작법인 젭(ZEP)을 이끄는 김상엽 대표는 인공지능(AI)이 이 견고한 구조를 완전히 뒤집는다고 본다. AI로 언어 장벽을 낮춰 글로벌로 시장을 넓히고, 교육 현장의 문항 출제와 운영 노동을 획기적으로 줄여 이익률을 창출하는 것이다. 김상엽 대표는 AI가 교육 기업의 마진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폭발력을 지녔다고 판단했다. 그는 “AI 덕분에 비용이 절감되다 보니 마진율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교육 업계가 AI로 엄청나게 혁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비용 효율화의 정수는 젭의 핵심 기능인 '젭 퀴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1시간 걸리던 퀴즈 출제, 단 3분으로 줄이다

젭 퀴즈가 현장에서 발휘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물리적 시간의 단축이다. 과거 교사들이 수업용 퀴즈 하나를 고안하고 시스템에 입력하는 데는 최소 30분에서 1시간의 고된 노동이 필요했다. 하지만 젭 퀴즈에서는 유튜브 영상 링크나 PDF 파일 하나만 업로드하면 AI가 핵심 내용을 분석해 단 3분 만에 퀴즈 세트를 만들어낸다. 김상엽 대표는 “원래 선생님이 퀴즈를 만들면 30분에서 1시간씩 걸리던 작업이 이제 3분이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젭 퀴즈 / 사진 = 젭 제공
젭 퀴즈 / 사진 = 젭 제공

교사의 1시간을 3분으로 줄인 이 혁신적인 결과물은 젭이 에듀테크 시장을 장악한 결정적 이유다. 젭은 단순히 거대언어모델(LLM) API를 연동하는 1차원적인 수준에 머물지 않았다. 방대한 데이터 중 신뢰할 수 있는 특정 정보만을 불러와 답변 정확도를 높이는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을 엮어냈다.

RAG 기술은 쉽게 말해 AI에게 '오픈북 테스트'를 보게 하는 방식이다. 방대한 도서관 전체를 무작위로 뒤져 그럴듯한 오답(할루시네이션)을 내놓을 위험이 있는 일반적인 AI와 달리, 교사가 지정한 교과서나 신뢰할 수 있는 특정 자료만 책상 위에 펼쳐두고 그 안에서만 정답을 찾도록 제한한다. 막대한 자본을 들여 독자적인 AI 모델을 거창하게 구축하기보다, 이 기술을 활용해 실질적인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효율적인 노선을 택한 것이다.

김상엽 대표는 “단순히 AI로 문항만 생성하는 게 아니라, 한국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에 기반해 난이도까지 적정하게 배분해 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교사들이 직접 수정한 피드백 데이터가 컨텍스트로 계속 쌓이며, AI가 출제하는 문제의 질이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는 선순환 구조를 그린다.

● 젭 퀴즈의 반전… 'SaaS형 흑자'를 완성한 파이프라인

강력한 기술력은 확고한 비즈니스 모델(BM)로 직결됐다. 겉으로 드러난 젭 플랫폼 전체의 매출 포트폴리오는 민간 기업 대상의 B2B가 60%, 공공 및 학교 대상의 B2G가 30%, B2C가 10% 미만을 차지한다. 하지만 성장을 견인 중인 '젭 퀴즈' 단일 서비스만 떼어놓고 보면 반전이 숨어 있다. 젭 퀴즈 매출의 무려 90%가 학교 현장(B2G)에서 쏟아져 나온다.

수익화의 핵심 과제였던 공교육 시장 특유의 파편화 문제는 지역 토착형 '리셀러(총판)' 네트워크로 매끄럽게 돌파했다. 전국으로 쪼개진 영업망을 현지 파트너들에게 맡기면서, 젭 본사는 막대한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도 학교와 교육청 단위의 계약을 빠르게 넓혀나갔다.

이러한 효율적인 유통망을 타고 '젭 퀴즈'는 폭발적인 캐시카우로 돌변했다. 애초에 교육 현장에 무료로 배포됐던 젭 퀴즈는 작년부터 본격적인 수익화에 돌입했는데, 김상엽 대표는 “수익화를 시작한 지 불과 1년 만에 원래 하던 사업(기존 젭 플랫폼) 정도만큼 매출이 따라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젭 퀴즈의 무서운 성장세에 힘입어 젭은 작년 기준 30억~40억 원 규모의 연 매출을 올리며 창업 후 첫 연간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 이는 단순히 비용을 줄여서 만든 흑자가 아니다. 고정비인 개발비는 그대로 유지되는 반면, 플랫폼 사용자 수와 매출이 급증하며 이익이 고스란히 남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특유의 건강한 '매출 주도형 흑자' 구조를 증명해 낸 것이다.

● '불씨와 기름'… 무지성 번역이 쏘아 올린 글로벌 바이럴

국내에서 탄탄한 수익 구조를 증명한 젭의 올해 최우선 과제는 해외 매출을 통한 글로벌 비즈니스로의 도약이다. 이들의 해외 진출 방정식은 완벽한 준비보다는 '빠른 실행'에 맞춰져 있다. 작년 1월, 젭은 내부의 우려를 무릅쓰고 AI를 활용해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등 7개 국어 번역본을 원어민 검수 없이 플랫폼에 전격 배포했다. 완벽주의에 갇혀 시간을 끄느니, 비용 없이 초기 진입 장벽부터 과감히 허물어버린 것이다. 김상엽 대표는 “당시 무지성으로 번역부터 하자고 밀어붙였다”고 회고했다. 번역 오류는 현지 사용자들이 직접 피드백을 주며 자연스럽게 수정됐다.

마케팅은 철저하게 '불씨'를 확인하고 '기름'을 붓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일단 번역본을 여러 국가에 흩뿌린 뒤 소액 광고를 집행해, 어느 시장에서 먼저 반응이 오는지 살피는 것이다. 김상엽 대표는 “소액으로 광고를 집행하면 불씨 같은 느낌이 있는데, 불이 잘 탄다 싶으면 마케팅 예산이라는 기름을 붓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현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틱톡에 올린 젭 활용 영상이 단숨에 200만~300만 회의 조회수를 터뜨린 것이다. 피라미드형 인구 구조를 지닌 동남아는 기존 교육 인프라가 선진국 대비 빈약한 탓에 오히려 젭의 최신 기술을 저항 없이 흡수하며 비약적인 도약을 이뤄냈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SNS를 통해 확산이 이뤄졌다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출할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은 전혀 다른 문법으로 접근할 예정이다. 이들은 현지 법인 유무나 강력한 데이터 프라이버시 규정을 깐깐하게 따지며, 미국은 각 주마다 교육법마저 다르다. 일본은 외국 소프트웨어 도입에 대한 근본적인 저항감이 존재하기도 한다. 

젭은 높은 진입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다. 자사 브랜드 젭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현지 리셀러의 자체 솔루션 형태로 서비스를 공급하는 '화이트 라벨링(White-labeling)' 우회 전략을 활용한 것이다.

김상엽 대표는 “미국과 일본은 외국 제품이라고 하면 일단 불신하며 현지 법인과 직원의 유무를 굉장히 많이 따진다”며 “직접 진출이 어려워 현지 리셀러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일부 파트너에게는 ‘그냥 자사 제품이라고 하고 파시라’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 K-Edu 수출선 띄운 '진짜 AI 네이티브'의 미래

젭이 이처럼 방대한 글로벌 비즈니스와 기술 고도화를 소수 정예 인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비결은 내부의 짙은 'AI 네이티브(Native)' 문화에 있다. 가장 돋보이는 혁신은 다국적 인력 간의 협업 방식과 번역 업무 프로세스에서 확인된다.

김상엽 대표는 사내에 미국, 말레이시아, 일본 등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지만, 각자 자기 언어로 소통해도 회의록과 메시지가 실시간으로 자동 번역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일상적인 언어 장벽을 허물었다고 설명했다. 

무거운 실무 프로세스 역시 AI로 덜어냈다. 과거 엑셀 시트에 문서를 일일이 옮겨 적고 초벌 번역과 검수를 거쳐야 했던 복잡한 공식 서비스 번역 업무를 AI에 맡겨 단숨에 끝나는 수준으로 압축한 것이다.

이러한 생산성의 도약은 개발과 실무 전반으로도 매끄럽게 이어진다. 젭은 전 직원에게 유료 AI 툴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설계와 리뷰, 테스트 자동화를 일상화했다. 김상엽 대표는 “에듀테크 기업이지만 내부적으로는 AI를 진짜 잘 쓰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올해 중요한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국의 좁은 내수 시장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가는 젭에게 AI는 에듀테크의 해묵은 저마진 구조를 부수고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강력한 무기로 자리잡았다. 철저한 데이터 기반의 AI SaaS 기업으로 진화한 젭의 시선은 이제 K-에듀의 세계화를 향해 있다. 우수한 한국의 교육 콘텐츠를 젭 플랫폼에 싣고 전 세계 교실로 나르겠다는 포부다. 김상엽 대표는 “K-뷰티처럼 K-에듀라는 산업 자체가 한국의 훌륭한 수출 주력 종목이 되는 것이 목표이자 바람”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거품이 꺼진 시장에서 살아남은 젭은 이제 300만 명의 교실을 넘어, 글로벌 수출선이라는 더 큰 미래를 향해 닻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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