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돈을 조금이라도 더 받았다가 문제가 생기면 바로 감옥에 갈 수도 있어 법규 위반에 극도로 민감합니다"라고 이윤석 몰리턴 대표는 단언했다.
이 짧고 강렬한 한마디는 대중의 머릿속에 깊게 뿌리박힌 '대부업=불법'이라는 오랜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다. 실제로 대부업체들은 수시로 제·개정되는 법규를 누구보다 예민하게 추적하며, 이를 놓치는 순간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불가능한 높은 규제 대응 부담 속에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대부업체들은 대형 금융기관이 외면한 금융소외자들을 품는 만큼, 저마다의 특수한 케이스가 많고 그에 따른 컴플라이언스 부담도 크다. 하지만 법률 전문 인력을 채용할 여력은 없고, 기존 전산 프로그램들은 일반적인 계산 방식만 지원하다 보니 현장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맞춤 개발을 요청하면 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뛰었다. 결국 이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엑셀뿐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부업 시장의 룰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기술 기업이 등장했다. 중소형 금융기관의 준법 감시와 맞춤형 채권 관리를 완벽하게 자동화하는 서비스 론프라(loanfra.com)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스타트업 '몰리턴'이다. 몰리턴은 대부업체들이 더 많은 금융소외자를 포용할 수 있도록 IT 기술로 뒷받침함으로써, 불법 사금융 피해를 구조적으로 줄여가고 있다.
몰리턴은 HD현대그룹이 운영중인 아산나눔재단(정몽준 이사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사업의 첫발을 뗐고, 현재 사업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가는 중이다. 정주영창업경진대회 출신으로 임상욱 제논파트너스 파트너, 배기홍 스트롱벤처스 대표, 위벤처스 김소희 상무 등 창업경진대회를 통해 알게된 인맥과 커뮤니티가 사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어깨 형님' 프레임이 깨진 순간
몰리턴이 이토록 낯선 시장에 뛰어들게 된 출발점은 이윤석 대표가 증권사를 갓 퇴사한 직후 겪은 하나의 일화에서 비롯됐다. 당시 이윤석 대표는 지인인 토스(Toss) 초기 멤버로부터 본인이 보유한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싶다는 의뢰를 받았다. 지인은 이윤석 대표가 증권업계를 막 빠져나왔으니 관련 대출 분야에 인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연락을 취한 것이다. 당시 토스는 기업 가치가 무려 8조원으로 평가받던 우량 기업이었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이윤석 대표는 지인의 부탁으로 한국증권금융을 비롯해 대형 증권사들을 샅샅이 돌아다니며 수소문했다. 하지만 8조원이라는 몸값이 무색하게도,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선뜻 자금을 내어주겠다고 나서는 제도권 기관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결국 꽉 막힌 기성 금융의 벽에 부딪혀 대안을 찾던 중, 그가 난생 처음 연락을 취한 곳은 비상장 주식 담보 대출을 취급하는 어느 대부업체였다.
대부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 탓에 이윤석 대표는 험악한 '어깨 형님'들을 만날까 봐 바짝 긴장한 채 사무실을 찾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대부업체 대표임직원들은 위화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평범하고 순박한 인상의 소유자들이었다. 미디어가 주입한 프레임이 현장에서 일차적으로 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진정한 반전은 대화를 나누며 드러난 이들의 정체였다. 그들은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것처럼 험한 방식으로 폭리를 취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20~30년간 제도권 금융기관에 몸담으며 내공을 쌓은 뒤 퇴직금을 들고 창업에 나선 은퇴한 베테랑 금융인들이었다. 이윤석 대표는 "저보다 훨씬 전문가분들이었고, 짧은 만남이었지만 많이 배웠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엄격한 규제에 묶여 정형화된 상품 위주로 취급할 수밖에 없는 은행과 달리, 본인들의 탄탄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약간의 위험을 기꺼이 수용하며 복잡한 담보 대출을 능수능란하게 취급하고 있었다. 대중의 편견 속에 흉측하게 가려져 있던 대부업 시장의 실체는, 기성 금융이 품지 못하는 비정형 자산의 가치를 정확히 꿰뚫어 보는 전문가들의 무대였던 것이다.
기성 금융이 놓친 사각지대, ‘도메인 지식’ 기반의 생활밀착 금융
현재 1금융권 대출 상품은 선순위 주택 담보 대출이나 고신용자 대상의 획일화된 신용대출에 편중되어 있다. 은행은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등 엄격한 위험 관리 규제에 묶여 있어, 특수 실물 자산 등 정형화되지 않은 신용을 평가할 구조적 여력이 없다. 반면 대부업 현장에서는 규제로 인해 금융 공백 지역으로 밀려난 사람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각자의 특수 도메인 지식을 무기로 삼은 기상천외한 맞춤형 대출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생활밀착 금융'의 진수를 보여준다.
이윤석 대표가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생생한 사례들은 이러한 대부업의 틈새 비즈니스 로직을 완벽하게 증명한다.
일례로 프로 골퍼 출신의 한 대표는 은퇴 후 지자체에 정식으로 전당포를 등록하고 골프채 전문 담보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그는 은행에서는 절대 담보로 잡아주지 않는 중고 골프채를 보자마자 즉시 정확한 시세를 파악할 수 있고, 판로 네트워크를 꿰고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시작된 골프 붐이 꺼진 뒤, 이 탄탄한 도메인 지식을 바탕으로 그는 골프채를 담보로 적시에 자금을 내어주며 금융소비자의 급한 문제 해결을 도왔다.
바다에서 20~30년 배를 탄 선장 출신 대부업체 대표의 고등어 담보 대출 사례는 현금 흐름의 맹점을 더욱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선장들은 당장 내일 바다에 배를 띄우기 위해 막대한 기름값을 지불해야 하고, 고등어가 팔리기 전에 선원들의 인건비를 정산해 줘야 하는 피 말리는 자금 압박에 시달린다. 이 절박한 상황에서 대형 은행을 찾아가 "고등어 1만 박스가 있으니 대출해 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장 출신 대표는 오랜 바다 생활로 다져진 수산물 유통 네트워크와 가격 평가 능력을 바탕으로 이들의 막힌 현금 흐름을 뚫어주었다.
이제 대부업은 기성 금융이 취급하지 못하는 틈새 수요를 흡수하는 특화 금융의 실험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윤석 대표는 "옥수수가 농장에서 소비자에게 산지직송되는 것이 공급자와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구조인 것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라며 "도메인 지식을 가진 전문가가 본인이 가장 잘 아는 영역에서 직접 신용평가하고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 금융시장의 다음 성장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엑셀'과 '문자'에 갇힌 30조 시장
이처럼 전문적으로 금융기관을 운영하는 베테랑들이지만, 정작 대부업체 사무실의 풍경은 현재의 디지털 금융 환경과 다소 거리가 있다. 시장의 고객 소통 소통 창구와 내부 운영 프로세스는 디지털 전환이 더디게 진행되어, 여전히 대다수는 엑셀(Excel)을 활용한 수동 계산과 문자 메시지에 의존하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채무자가 당장 내일 갚아야 할 정확한 상환액을 묻기 위해 전화를 걸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담당 직원이 엑셀 창을 띄워 복잡한 조건부 이자를 직접 계산해하고 법정 최고금리 초과 여부를 확인한 뒤 문자 메시지로 통보하는 것이 지금까지 대부업계의 보편적인 업무 방식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이 방식을 유지해 온 이유는 단순히 기술적 변화에 뒤처진 낙후성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기성 금융이 품지 못하는 채무자들의 팍팍한 사정에 맞추기 위한 현장 특유의 '융통성'이 그 진짜 이유다.
대부업을 찾는 채무자 대다수는 1금융권에서 밀려난 저신용자들로 각자의 재무적 사정이 매우 복잡하다. 업체들은 이들을 배려해 연체를 하더라도 일정 기간 동안 연체 이자는 감면해주고, 이자 납입일에 이자를 잘 내면 금리를 깎아주는 식의 수많은 조건부 혜택을 제공해 왔다. 정해진 규칙 내에서 칼같이 업무를 수행하는 일반적인 금융 관행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윤석 대표는 "채무자마다 사정이 달라 그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고려하여 개발된 솔루션이 없다보니 여전히 자유도가 높은 엑셀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라고 현장의 선택을 설명했다.
문제는 이 아슬아슬한 엑셀 기반 운영 환경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금융 당국의 규제 변화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제도가 바뀔 때마다 엑셀 로직과 업무 프로세스를 수작업으로 뜯어고치는 비용이 불어나고, 그 부담은 다시 원가로 쌓인다. 결국 '전산 부재→운영비 증가→금리 전가'라는 구조가 무한히 반복되는 셈이다. 이윤석 대표는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결국에는 금리로 전가되는데, 이를 낮추면 업체는 상품 경쟁력을 확보하고, 채무자는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이용할 여지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몰리턴은 대부업체에 집중한 전산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냈다. 대부업체의 준법 감시와 채권 관리를 자동화해 운영비와 컴플라이언스 비용을 제거하고, 결과적으로 취약 차주에게 전가되던 금리 부담을 구조적으로 낮춘 것이다. 단순한 소프트웨어 공급을 넘어 서민 금융의 고질적인 비용 구조 자체를 혁신한 몰리턴은, 그 사회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소셜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대부시장이 튼튼해질수록 불법 사금융이 파고들 틈은 줄어든다. 몰리턴은 바로 그 구조를 IT 기술로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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