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이재수 기자| 국내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외국어 소통 강화가 건설업계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단순히 인력난을 보완하는 역할을 넘어 형틀목공, 철근공 등 주요 공정의 핵심 인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현장 안전교육과 작업지시 방식을 외국인 근로자가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최근 발간한 ‘건설현장 리포트’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건설현장에서 하루라도 일한 외국인 건설근로자는 22만954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건설근로자의 14.7%에 해당하는 규모다. 건설현장 근로자 7명 중 1명 이상이 외국인인 셈이다.
외국인 건설근로자 수는 2020년 16만9340명에서 2024년 22만9541명으로 5년 사이 약 6만 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건설근로자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11.8%에서 14.7%로 상승했다. 내국인 건설인력의 고령화와 현장 기피 현상, 숙련공 부족 등이 맞물리면서 외국인 인력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든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커질수록 언어 장벽은 현장 안전관리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주요 건설사들은 AI 번역기, 다국어 안전교육, 외국인 근로자 대상 상생 프로그램 등을 통해 현장 소통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 현장 맞춤형 실시간 AI 번역기 개발

대우건설은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DX)을 활용한 현장 중심 스마트 건설 기술 확대에 나서며 외국인 근로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지원하는 ‘실시간 AI 번역기’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AI 번역기는 국내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발생하는 의사소통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단순히 기존 번역 솔루션을 구매해 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우건설이 개발을 주관하고 기술 파트너인 롯데이노베이트와 협력해 건설현장에 맞춘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대우건설은 롯데이노베이트의 AI 실시간 번역 기술을 기반으로 현장 음성을 안정적으로 인식하고 번역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현장에서 자주 사용하는 은어와 전문용어를 반영한 ‘건설 특화 용어사전’을 적용해 번역 정확도를 높였다. 현장에서 새롭게 사용하는 표현이나 자주 쓰는 단어도 즉시 등록·수정할 수 있어 현장 상황에 맞는 용어 관리가 가능하다.
이 번역기는 최대 180여 개 언어를 지원하며, 실시간 음성 처리 기술을 적용해 번역 지연 시간을 최소화했다. 이를 통해 부정확한 통역이나 내용 누락 가능성을 줄이고, 일부 작업반장에게 의존하던 기존 통역 방식에서 벗어나 관리자와 근로자 간 의사소통 효율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현재 대우건설은 스마트안전기술 시범현장인 ‘세운 633 오피스 현장’과 ‘G-TOWN 개발사업 신축공사 현장’에서 AI 번역기의 적용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아침 조회·TBM서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
운영 방식도 현장 중심으로 설계됐다. 현장 담당자가 번역 채널을 개설하면 근로자들은 아침 조회와 TBM(Tool Box Meeting) 등 현장 안전회의에서 개인 스마트폰으로 번역 내용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작업지시와 안전교육 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주요 현장 소통 과정에서 사고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관리자 역시 전용 관리 화면을 통해 사용 현황과 건설 용어집을 관리할 수 있다.
대우건설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스마트건설 얼라이언스’ 의장사로서 AI와 데이터 중심의 스마트건설 기술 확대를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AI 기반 계약문서 분석 시스템 ‘바로답 AI’,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바로레터 AI’, AI 지능형 조경 설계 등 건설 산업의 디지털 전환도 추진 중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실시간 AI 번역기 개발은 단순한 언어 번역을 넘어 현장 근로자의 안전 확보와 시공 품질 향상을 위한 소통 인프라”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스마트 안전 기술을 현장에 적극 확대 적용해 디지털 기반의 안전한 건설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 외국인 근로자 대상 ‘찾아가는 미용실’ 운영

외국인 근로자와의 정서적 소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27일 세종시에 위치한 ‘들목교 외곽순환도로’ 건설현장에서 세계인의 날을 기념해 ‘찾아가는 미용실(LOTTE E&C Build-Cut)’ 행사를 진행했다.
이 현장은 전체 근로자의 약 3분의 1을 다국적 근로자가 차지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이들을 격려하고 상생의 가치를 다지기 위해 현장에 임시 미용실을 마련했다. 전문 미용사들이 근로자들의 머리를 직접 다듬었고, 현장 임직원들은 미용을 마친 근로자들에게 음료와 간식, 각 모국어로 적힌 응원 카드를 전달했다.
이번 행사는 롯데건설 임원진의 현장 경영과 맞물려 진행됐다. 오일근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은 오전 안전보건경영회의와 안전점검에 이어 오후에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이미용 봉사에 참여했다. 오 대표는 작업복 차림으로 근로자의 목에 직접 미용 가운을 둘러주고 미용실 내부를 청소하는 보조 역할도 맡았다.
미얀마 출신 근로자 표이 씨는 “더워진 날씨에 머리가 길어 답답했는데 회사에서 직접 미용실을 열어주고 간식까지 챙겨줘 감동받았다”며 “임원들이 직접 음료수를 건네며 격려해 준 순간은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꼭 자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AI 번역 모델 40개 현장 적용
롯데건설은 이번 행사를 안전 및 상생 경영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안전은 근로자의 마음을 살피고 신뢰를 쌓는 소통에서 시작된다는 경영 철학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롯데건설은 외국인 근로자들과의 언어장벽을 해소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을 도모하기 위한 기술적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이노베이트와 협업해 한국어를 20여 개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건설업 특화 ‘AI 근로자 다국어 번역 모델’을 자체 개발했으며, 현재 약 40개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장의 땀방울에는 국경이 없으며, 현장 한 곳 한 곳을 함께 지어 올리는 다국적 근로자들은 가장 소중한 파트너”라며 “앞으로도 근로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소통과 상생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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