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DIP 딜레마

①결국 보증한 MBK 회장, 결단 늦어진 이유는?

김병주, DIP 2000억 전액 보증 메리츠가 대출하고 위험은 MBK로 손실보다 무거운 개인책임의 선례

증권 |김나연 기자 | 입력 2026. 07. 16. 15:30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홈플러스가 파산을 피할 마지막 자금줄을 확보하게 됐다. 메리츠금융그룹이 2000억원을 빌려주고 MKB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이 대출금 전액을 보증하는 방식이다.

이번 거래는 홈플러스와 메리츠, 김 회장으로 이어지는 삼각 구조다. 홈플러스가 긴급운영자금의 차주가 되고 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금융 계열사가 대주 역할을 맡는다. 김 회장은 홈플러스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미상환액을 대신 갚는 보증인으로 들어간다. 메리츠가 자금을 공급하되 신규 대출의 신용위험은 김 회장이 부담하는 구조다.

이번 자금은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되돌리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지만, 즉시항고 기한인 20일 전까지 2000억원의 확실한 운영자금 조달 방안을 제시하면 회생절차를 다시 검토할 여지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는 메리츠의 대출 약정과 김 회장의 보증을 토대로 즉시항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2000억원은 장기 정상화 자금이라기보다 회생절차를 다시 열기 위한 최소한의 입장권에 가깝다.

1000억에서 2000억으로 바뀐 보증

쟁점은 김 회장이 처음부터 2000억원 전액을 보증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달까지 메리츠는 1000억원을 지원하되 김 회장이나 MBK파트너스의 보증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MBK파트너스는 김 회장이 1000억원을 보증할 테니 메리츠가 나머지 1000억원의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는 태도를 취했다. 홈플러스가 요구한 2000억원을 놓고 대주주와 최대 채권자가 절반씩 책임을 나누자는 구도였다.

메리츠는 이 같은 구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홈플러스에 대한 기존 익스포저가 큰 상황에서 추가 대출까지 자체 신용으로 집행하면 주주충실의무와 선관주의의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논리였다. 메리츠는 1000억원의 자금을 준비하고도 MBK파트너스의 구체적인 보증과 추가 자금 마련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집행하지 않았다. 대주주가 책임을 부담하지 않은 채 기존 채권자에게 회생 비용을 더 떠넘길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평행선을 달리던 협상은 홈플러스가 실제 영업 중단과 파산 위험에 직면하면서 바뀌었다. 홈플러스는 운영자금 고갈로 대형마트 영업을 임시 중단했고, 회생절차 폐지에 대한 즉시항고 시한도 다가왔다. 김 회장은 결국 1000억원이던 보증 범위를 2000억원 전액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수용했다. 메리츠 역시 대출 한도를 10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렸다.

손실보다 무거운 책임의 선례

단순히 보면 김 회장이 진작 전액 보증을 섰어도 되는 거래처럼 보인다. 법원의 허가를 받은 DIP가 공익채권으로 인정되면 기존 회생채권보다 우선 변제될 가능성이 크고, 홈플러스가 보유한 자산에서도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회장 입장에서 보증의 부담은 예상손실액만으로 계산하기 어렵다. 홈플러스에 투자한 주체는 김 회장 개인이 아니라 MBK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펀드다. 통상 사모펀드의 포트폴리오 기업이 부실화하더라도 운용사 대표가 회사 채무를 개인 재산으로 갚지는 않는다. 김 회장이 개인보증을 제공하면 펀드 투자 실패의 책임이 운용사 창업자 개인에게 연결되는 선례가 만들어진다.

개인보증은 MBK파트너스를 포함한 PEF가 유지해 온 책임의 경계를 바꾸는 조치다. 이번에는 홈플러스의 고용과 협력업체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개인보증을 제공했지만, 앞으로 다른 투자기업에서 유사한 문제가 생길 경우에도 같은 책임을 요구받을 수 있다. "홈플러스에는 개인 재산을 걸었는데 다른 투자기업에는 왜 하지 않느냐"는 비교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보증금액의 손실 가능성이 낮더라도 사모펀드 운용 원칙과 향후 투자 전략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0억원이 홈플러스 지원의 마지막 금액인지 불분명하다는 점도 김 회장을 망설이게 한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번 자금은 밀린 비용을 정리하고 상품 공급과 점포 운영을 재개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2000억원을 투입해도 매출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거나 인수자 확보가 늦어지면 2차 DIP나 추가 출자가 필요할 수 있다. 첫 번째 자금을 전액 보증한 순간부터 추가 지원 역시 대주주가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리츠는 DIP 금융이 이번으로 안 끝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2000억원이 문제가 아니라 이게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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