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D-3' 삼성전자 노사, '마지막 담판' 테이블에 앉았다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서 2차 사후조정 회의 진행 최승호 위원장 "사측, 사전 미팅서 후퇴된 안 내놔"

기업 |황태규 기자 | 입력 2026. 05. 18. 11:02
[세줄요약]
  • 삼성전자는 21일 총파업 사흘 전인 18일 중노위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시작한다.
  •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민 경제 피해 우려 시 30일 강제 중단 긴급조정권을 강구한다.
  •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제시한 성과급 제도 유지안을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16일 열린 2차 사후조정 회의 참석하는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 연합뉴스
16일 열린 2차 사후조정 회의 참석하는 최승호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 연합뉴스

|스마트투데이=황태규 기자| "우리는 한 몸 한 가족.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6일 귀국길에 던진 화합의 메시지가 채 가시기도 전에 노사 협상 테이블 분위기는 정반대로 흘렀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 위원장은 17일 "정부의 긴급조정 언급 이후 회사의 태도도 변화한 것 같다"며 "납득할 수 없다"고 심경을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오전 10시부터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시작했다.

오는 21일로 예고된 총파업을 사흘 앞두고 마련된 자리다.

노사는 지난 11일부터 13일 새벽까지 1차 사후조정을 진행했지만,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됐다. 중노위가 16일 회의 재개를 요청했으나 노조가 이를 거부하면서 한 차례 무산된 후, 노사가 동의하며 닷새 만에 협상이 재개됐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재원 기준과 상한 폐지의 제도화다. 노조 측은 반도체(DS) 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고정 지급하고 현행 '연봉 50%' 상한을 영구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경제적부가가치(EVA) 기준의 초과이익성과금(OPI) 제도를 유지하면서 DS 부문 특별 포상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협상 전날인 17일에는 노사 사전 미팅이 진행됐다. 최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사측이 1차 사후조정 당시 중노위가 제시한 기준보다 후퇴된 안을 내놨다고 밝혔다.

OPI 상한(연봉 50%)을 유지한 채 EVA 20% 또는 영업이익 10% 중 선택하도록 하고, DS 부문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초과할 경우에만 별도 재원을 추가 지급하는 내용이다.

최 위원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전달했고, 오늘 사후조정에서 동일한 자세라면 합의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부도 사태 해결에 적극적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5일 최 위원장을 만나 노조 측 요구 사항을 청취한 데 이어 16일에는 삼성전자 경영진과 면담해 이견 조율에 나섰다.

이어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긴급조정권은 파업을 최대 30일간 강제 중단할 수 있는 수단으로, 1963년 도입 이후 단 4차례만 발동됐다.

이에 최 위원장은 "(사측이) 긴급조정, 중재로 가면 노조가 힘들 것이라고 압박하지만 굴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이와 관련한 논평을 내고 "긴급조정권은 노동기본권을 제한하는 최후의 비상수단으로, 단지 경제적 파급력이 크다는 이유만으로 적용하려는 시도는 대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선례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비판했다.

삼성전자 노사 간 갈등에 주주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액트)
(사진=액트)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는 17일 긴급 성명을 통해 "현대차 노조가 순이익의 30%, LG유플러스 노조가 영업이익의 30%를 요구하는 등 이익 비율 명문화 요구가 업계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며 "이번 흐름이 굳어지면 한국 자본시장 전체에 새로운 구조적 저평가 요인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이사회 단독으로 수용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해 소액주주의 뜻을 직접 물어야 한다"고 삼성전자 이사회에 촉구했다.

삼성전자는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대화로 최악의 사태를 막겠다고 전했다.

李 대통령 “노동권 만큼 경영권도 존중해야”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와 자본주의적 시장 경제질서를 채택한 대한민국에서는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돼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5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5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현행 헌법상 모든 국민의 기본권은 보장되지만,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공복리 등을 위해 제한될 수 있다"라고 적으면서 김 총리가 밝힌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열어 두며 삼성전자 노사 타협을 압박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양지만큼 음지가 있고 산이 높으면 골짜기도 깊은 법이다. 과유불급 물극필반(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대로 돌아간다)"이라며 "힘 세다고 더 많이 가지고 더 행복한 것이 아니라, 연대하고 책임지며 모두 함께 잘 사는 세상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노사가 이번 협상에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파업이 현실화하는 동시에,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와 영업이익 고정 배분이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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