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불안에 응답한 정부...포장재 수급 대책 마련한다

농식품부, 원산지 표시 단속 최대 6개월 조건부 유예 기후에너지환경부,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중장기 로드맵 제시 CJ제일제당, PHA 생분해 종량제봉투로 석유계 플라스틱 대체 선도

산업 | 황태규 기자 |입력
세 줄 요약
  • 농림축산식품부는 포장재 원료 수급난 해소를 위해 원산지 표시 단속을 최장 6개월 유예한다.
  •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은 2030년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1000만 톤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 CJ제일제당은 생분해 소재 PHA를 활용한 친환경 종량제봉투 35만 장을 제작해 배포했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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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황태규 기자| "다수 식품 기업들이 보유한 포장재 등 여유 분량이 5월이 지나면 동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전에 정부 차원의 대책이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하루빨리 내려오길 바랍니다."

중동발 전쟁으로 촉발된 나프타 쇼크가 식품 포장재 수급 전반을 강타하는 가운데, 한 식품기업 관계자가 던진 이 말은 업계의 절박한 현실을 압축하고 있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가 전달된 듯, 정부가 27~28일 잇따라 플라스틱 포장재 단기 수급 안정과 중장기 구조 전환을 동시에 겨냥한 대책을 내놓았다. 민간에서도 대안 소재 상용화에 속도를 올리며 자구책 마련에 나서는 모양새다.

원산지 표시 단속 유예…"맞춤형 조건부"로 악용 차단 

정부가 내놓은 첫 번째 카드는 식품업계를 겨냥한 즉각적 부담 완화 조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글로벌 나프타 공급 부족으로 포장재 원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원산지 표시 단속 유예'를 시행하고 다음 달 15일까지 신청을 받는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원산지가 변경됐음에도 기존 포장재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일괄 유예가 아닌 업체별 재고 상황과 사용량을 반영한 '맞춤형 조건부 유예' 방식으로 운영되며, 유예 기간은 포장재 재고 증빙과 월평균 소요량 등을 심사해 최대 6개월 이내에서 개별 확정된다.

신청 창구는 업체 유형별로 나뉜다. 한국식품산업협회 회원사는 협회를 통해, 비회원사는 농식품부에 직접, 국산 비축 콩 공급업체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각각 접수할 수 있다.

소비자 알권리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 장치도 마련됐다. 유예 승인 업체는 자사 홈페이지 팝업, 온라인 쇼핑몰 공지, 앱 알림, 매장 내 디지털 안내판 등을 통해 원산지 변경 사실을 반드시 고지해야 한다. 다만 종이 스티커 추가 부착은 자원 낭비 우려를 이유로 지양하도록 했다. 신규 포장재가 확보되면 유예 기간이 남아 있더라도 즉시 정상 표시 제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다.

제도 악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엄격히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원산지 조사원을 투입해 유예 승인 업체를 중심으로 현장 점검을 병행할 계획이다.

서준한 농림부 유통소비정책관은 "포장재 수급 불안에 따른 업계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제도 악용을 차단하기 위해 철저한 관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중장기 해법으로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가속

단기 대응과 함께 정부는 나프타 의존 구조 자체를 바꾸는 중장기 청사진도 내놨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8일 국무회의에서 '탈(脫)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핵심은 2030년 기준 약 1000만 톤으로 예상되는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체계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 중 100만 톤은 원천 감량으로, 200만 톤은 재생원료 사용 확대로 감축하고, 나프타 기반 신재로 생산되는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700만 톤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식품·유통업계와 직결되는 포장재 규제도 손질된다. 배달용기는 구조적 경량화를 유도하고, 택배 포장재는 제품 공간비율을 50% 이하로 제한해 과대포장을 줄인다. 포장 횟수도 1회로 제한한다.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으로 만든 식품 용기와 비닐류에는 EU 기준에 맞춰 재생원료 사용 목표율을 별도 설정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10% 사용이 의무화된 페트병 재생원료 목표율은 2030년까지 30%로 끌어올린다.

식음료업계를 겨냥한 조치도 포함됐다. 일회용컵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편입해 재활용 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일부 커피전문점에서 시행 중인 개인 컵 할인제를 확대하는 한편 식·음료업계와 플라스틱 감축 협약도 추진한다. 재생원료 사용 촉진을 위한 경제적 유인도 강화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폐기물 부담금 요율을 제품 수명에 따라 차등화하고, 일정 비율 이상 재생원료를 사용하는 업체에는 감면 혜택을 높이기로 했다. 이번 나프타 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종량제봉투의 경우, 설비 교체 비용 지원을 위해 추경을 통해 국고 138억원이 편성된 상태다.

김성환 장관은 "이번 중동전쟁은 위기이지만, 수입자원에 의존하면서 대량생산·폐기를 반복하는 선형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할 기회이기도 하다"며 "원천감량과 순환이용이라는 핵심 과제를 신속히 추진해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탈플라스틱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CJ제일제당, PHA 종량제봉투로 민관 협업 돌파구 열어 

식품기업들이 포장재 수급난 해소를 정부 대책에만 기대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체 기술력과 자금을 투입해 탈나프타·플라스틱 시대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CJ제일제당이 선보인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HA·식물 유래 당을 먹고 자란 미생물이 발효 공정을 통해 만들어내는 소재) 종량제봉투는 식품 포장재와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없지만, 나프타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기업 차원의 노력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회사는 독자 발효 기술로 개발한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활용해 석유계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사례를 만들어냈다. PHA 종량제봉투는 기존 제품과 동일한 수준의 내구성을 갖추면서도, 신축성은 1.8배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은 최근 서울 중구청과 협약을 맺고 PHA 종량제봉투 35만 장을 기부했다. 도로 청소용과 가정용 2종으로 제작됐으며, 가정용은 주민들이 캔·유리병 등 재활용품을 동주민센터에 가져오면 교환해주는 방식으로 배포된다. 필요한 봉투를 지원하는 동시에 자원순환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로, PHA 상용화 저변을 넓히는 포석이기도 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석유계 플라스틱 비닐을 친환경 소재로 대체하게 돼 뜻깊다"며 "앞으로도 소비자 친화적이면서도 환경보호까지 고려한 생분해 용품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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