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황태규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네이버 등 주요 오픈마켓 7개사의 이용약관을 심사해 이용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 조항 11개 유형을 적발하고 시정 조치에 나섰다.
지난해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해킹 피해 발생 시 사업자 책임을 면제하는 ‘해킹 면책’ 약관의 정당성은 논란이 됐다. 더불어 판매대금 정산을 자의적으로 보류하는 등 소비자와 입점업체 모두를 옥죄어온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공정위는 27일 쿠팡·네이버·컬리·SSG닷컴·지마켓·11번가·놀유니버스 등 7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개인정보 보호 책임, 플랫폼 면책, 정산 및 환불, 약관 변경 절차 등 4개 분야에서 문제 조항을 확인하고 시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국내 전자상거래 거래 규모가 2023년 242조원, 2024년 262조원, 2025년 275조원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오픈마켓이 필수 유통 채널로 자리 잡은 데 따른 것으로, 서비스 규모에 걸맞은 사업자의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개인정보 유출 면책 조항 삭제
이번 시정의 핵심은 개인정보 관련 면책 조항이다. SSG닷컴을 제외한 6개 사업자는 해킹, 서버 불법 접속 등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해도 사업자의 귀책 여부와 관계없이 책임을 면제하고 이용자에게 모든 손해를 부담시키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지난해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일으키자 "제3자의 서버 불법 접속으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회사가 책임지지 않는다"는 약관 조항이 논란이 된 바 있다.
공정위는 이 같은 조항이 개인정보처리자가 고의·과실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개인정보보호법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관련 면책 조항은 삭제되거나, 사업자에게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수정된다.
단순 중개자라는 이유로 모든 책임을 면제하는 조항도 시정된다. 7개 플랫폼 모두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역할만 한다는 사유로 플랫폼의 책임을 일률적으로 면제해왔다. 이용자에게 일부 귀책사유가 있더라도 플랫폼의 과실까지 전부 면책하는 조항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공정위는 플랫폼의 고의·과실이 있는 경우 그 부분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면책 범위를 합리적으로 제한했다.
입점업체의 자금흐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산 보류 조항도 대거 개선된다. 쿠팡은 신용카드 부당 사용 확인, 컬리는 소비자 클레임 발생 등 광범위한 사유를 내세워 대금 정산을 자의적으로 미룰 수 있도록 규정해왔으며, 계약 종료 후 발생 가능한 클레임을 사유로 드는 경우도 있었다. 공정위는 정산 보류 사유를 법령 위반 등 객관적이고 불가피한 경우로 한정하고, 요건을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규정하도록 했다.
컬리는 플랫폼 운영 정책이 이용약관보다 우선한다고 규정한 조항을 고친다. 해당 조항은 사실상 회사가 내부 정책만으로 약관 내용을 일방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아왔다. 이 밖에도 약관 개정 시 이용자가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 손해배상 범위를 일정 금액으로 제한하는 조항 등도 여러 플랫폼에서 함께 시정된다.
쿠팡 겨냥한 추가 시정
쿠팡에 대해서는 별도의 추가 시정도 이뤄진다. 멤버십 이용료 결제 실패 시 등록된 다른 카드나 보유 캐시로 임의 결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공정위는 결제 수단과 우선순위 결정권은 소비자에게 있다고 판단하고, 앞으로는 회원이 지정한 순서대로 결제가 이뤄지도록 명확히 했다. 회원 탈퇴 시 유상으로 충전한 페이머니까지 전액 소멸시키던 조항도 수정 대상에 올랐다. 유상으로 취득한 캐시는 이용자의 재산인 만큼 반드시 환불하도록 하고, 소멸 가능한 범위를 무상으로 지급된 전자지급수단으로 한정한다.
한편, 이번 조치는 7개 사업자가 자진 시정안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별도의 과징금은 부과되지 않는다.
곽고은 공정위 약관특수거래과장은 "전자상거래 시장 내 입점업체와 소비자의 권익을 한층 강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르면 내달 초쯤 개정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만약 자진 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정위는 시정권고, 시정명령에 이어 검찰 고발까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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