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하 LG엔솔) 중복상장에 후유증이 여전하다. LG화학 주주들이 모회사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더 적극적인 정보 제공과 소통,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LG그룹은 당장 주주 소통 강화보다는 사업 개선 전략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중복상장 LG화학 '디스카운트 고착' 후유증
2021년 전후 LG화학은 핵심 사업부를 LG엔솔로 분할해 코스피 상장시켰다. 성장 기대감이 LG엔솔로 쏠리면서 LG화학 주가는 100만원대에서 60만원대까지 추락했다.
시장에서는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한 쪼개기 상장이 소액주주 손실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거셌다. 정치권에서도 "물적분할 후 재상장 금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당국은 물적분할과 인적분할, 인수·합병을 가리지 않고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주가순자산비율(PBR) 할인율이 높은 지주사 등 종목에 저 PBR 태그를 붙여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2년 연속 PBR이 1배를 밑도는 기업에 대한 밸류업 공시 의무화도 추진 중이다.
중복상장과 저 PBR에 대한 자본시장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LG화학 주주들도 행동에 나섰다. 영국계 행동주의 펀드 팰리서캐피탈(이하 팰리서)은 지난달 31일 주총에서 LG화학 디스카운트 해소를 정식으로 요구했다.
LG화학 주가가 LG엔솔 지분가치보다도 한참 낮다는 게 팰리서와 소액주주들 불만이다. LG화학은 LG엔솔 지분 79.38%를 보유한다. 7일 기준 95조원에 달하는 LG엔솔 시총으로 계산하면 75조원 이상이다. LG화학 시총은 그 3분의 1에 못 미치는 24조원 수준이다.
팰리서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LG화학에 주주 소통 창구와 적극적인 정보 제공, 환원 규모 확대를 요구했다. 그 근간이 되는 안건이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이다. 권고적 주주제안은 일정 이상 자격을 갖춘 주주가 주총에서 의견을 상정할 수 있게 한 제도다.
팰리서는 의결권 없는 주식 제외 발행주식 0.5% 이상을 6개월 이상 지속 보유한 주주에 한해 지배구조, 자본 배분, 임원 보상 등에 관한 의견을 낼 수 있게 구조를 설계했다. 경영 간섭이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상법상 법정 주주제안과 동일한 지분 요건을 적용한 조치다. 회사가 해당 의견을 거부할 수 있도록 법적 구속력이 없다.
팰리서는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을 전제로 세부 권고 제안 3건을 상정했다. △순자산(NAV) 할인율 정기 공시 △경영진 보상 체계에 주식연계보상 도입 및 NAV 할인율·자기자본이익률(ROE) 연계 검토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유동화 규모 확대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이다.
"못 이길 표 대결" 나섰던 팰리서, 주주 지지 확인으로 압박
LG화학 이사회와 최대주주인 ㈜LG 측은 팰리서 제안에 전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사측은 권고적 주주제안에 대해 국내 선례가 부족하고, 경영상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으며 법규 및 시장 관행이 발전할 때까지 시행을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팰리서는 LG그룹 반대 입장과 승리할 수 없는 지분 구조를 알면서도 표 대결을 강행했다.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은 정관을 변경해야 하는 특별결의 사안이다.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LG는 LG화학 지분 34.95%를 보유해 LG 단독으로 안건 통과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거부권이 있다. 실질적인 주총 출석률을 고려하면 일반 보통결의 역시 좌우할 수 있는 절대적인 지배력이다. 일각에서는 팰리서가 실제 안건 통과보다는 극심한 저평가에 지친 다수 일반 주주 지지 확인을 노린 전략이었다고 평한다. 실제 일반 주주 70% 이상이 팰리서 안건을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결에서 LG 측 손을 들어준 국민연금에도 불똥이 튀었다. 경제개혁연대 등은 과거 HDC현대산업개발과 DB하이텍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권고적 주주제안 신설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실을 꼬집었다. 유독 LG화학에만 이사회 권한 제한을 명분으로 두둔하는 것은 의결권 행사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관계자는 "의결권 행사 이유와 관련해서는 앞서 공지한 바 있다"며 "이외 따로 설명할 내용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번 사태로 LG그룹은 정부가 주도하는 중복상장 해소와 PBR 개선 기조에 정면으로 반하며 소수 주주와의 소통마저 원천 차단한 모양새가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적절한 주주환원에 대해서는 LG뿐만 아니라 주주들 사이에서도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면서 "문제는 LG가 수용 의무가 없는 주주들 의견 개진 자체를 못 하게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LG 관계자는 "권고적 주주제안에 대한 선진 시장 활용 사례와 긍정적인 취지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법령 및 관행 정비 상황에 맞추어 충분히 검토를 거친 후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권고적 주주제안을 대체할 소통 강화 방안에는 "구체적인 소통 방안을 연내 마련해 소통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LG화학 이사회는 주주 의견을 더욱 경청하고 기대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주 반발을 낳은 핵심 원인인 PBR 등에는 "어려운 업황 속에서도 차별화된 경영 성과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음에도 현재 저평가된 주가 상황에 대해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고 반성했다.
핵심은 구광모 지배력, 주주환원보다 기업가치 제고에 무게
더 듣고 더 받고 싶은 주주들과 덜 말하고 덜 주려는 기업 간 줄다리기 배경에는 대주주 지배력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주주환원으로 자금을 외부로 돌리고 주가가 뛰면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적은 지분으로 지배할 수 있는 자본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LG그룹 계열사는 구 회장 실질 지분율이 높을수록 저평가받는다. 구 회장은 ㈜LG 지분 16.27%, 특수관계인 포함 42.54%로 LG화학과 LG엔솔에 절대적 의사 결정권을 갖는다. 본인 실질 지분율이 LG화학 5.7%, LG엔솔 4.4% 수준이다. 구 회장은 이 지분율로 세 회사 특별결의·보통결의를 좌우한다. LG그룹 PBR은 이와 반대다. LG엔솔 4.7배, LG화학 0.8배, ㈜LG 0.5배 등이다. 지배구조 상단으로 갈수록 상대 가치가 낮다.
LG화학 역시 당장 주주 환원보다는 사업 성장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NAV 공시 대신 주주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지표에 대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기업 내재가치를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기존과 같이 핵심 재무지표로 선정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를 경영진 KPI에도 반영하고 주주·자본수익률과 연계된 경영진 보상 체계를 연내 도입함으로써 책임 경영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속도감 있는 포트폴리오 조정 및 사업재편, 고부가화 등을 통해 본질적인 기업가치 상승에 주력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LG화학이 LG엔솔 일부 지분을 유동화해 확보하는 자금에서도 주주 배당 비중은 10% 정도다. 나머지 자금은 부채 상환과 양극재·신약 등 성장 동력 설비 투자에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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