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디코드

②대통령이 멈춘 LS, 시장은 '환호'

중복상장 거부감 확인하고도 강행했던 LS 대통령이 멈춘 뒤 성장 과실 기대감, 시장 환호

증권 | 안효건  기자 |입력
이번 시리즈는 한국 증시에서 반복돼 온 중복상장 문제를 개별 기업의 일회성 논란이 아니라 자본시장 구조의 문제로 짚어보기 위해 기획했다.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핵심 사업이나 자회사를 상장하는 과정은 기업에겐 자금조달과 가치 부각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기존 주주에게는 권리 약화와 가치 훼손의 경험으로 남아왔다. 카카오, LG, SK, HD현대, NHN, 에코프로, LS 등 주요 사례를 따라가며, 기업은 왜 이 방식을 반복해 왔는지, 시장은 왜 이를 더 이상 예전처럼 받아들이지 않는지, 그리고 중복상장 논란이 왜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주주 보호 문제로 이어지는지를 차례로 살펴본다. 더 나아가 현재와 미래의 상장 기업들의 중복상장 이슈를 점검해본다.

|스마트투데이=안효건 기자| 이재명 대통령 일침이 LS 중복상장 계획을 방어한 뒤 LS의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그룹 성장 기대감이 지주사에 곧장 반영된 결과라는 반응이다. 되갚아야 하는 자회사 상장 조건 투자금 관련 비용은 LS 오판에 따른 매몰 비용으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중복상장 대신 주주환원, 시장 '환호'

LS는 대통령 중복상장 직격을 가장 정면에서 맞고 태세를 180도 전환했다.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좌초 이후 재무적 투자자(FI)에게 팔았던 자회사 지분을 사들이면서 주주 환원을 강화 중이다.

LS 핵심 자회사인 LS전선은 1월 30일 701억원을 투입해 LS에코첨단소재 지분을 매입했다. 그 다음달에는 LS가 1093억원 규모 자사주 50만주를 소각했다. 지난해 8월 1차 50만주 소각에 이은 조치다. 총 100만주, 2000억원가량이 주주 품으로 돌아갔다. 주당 배당금은 전년(1650원) 대비 51.5% 인상한 2500원으로 확정했다. 결산 배당 규모는 684억원에 달한다. LS는 주주 환원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시장은 즉각 환호했다. LS 주가는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철회 이후 2개월여 간 30%이상 폭등했다. 1월27일 22만4000원이었던 주가는 30만원대를 넘겼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5200선에서 5800선 안팎으로 10%대 상승했다.

이는 상장을 강행하려던 철회 전 2개월 주가 흐름과 정반대다. 이때 LS주가는 17만~19만원대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했다. 코스피 대비 상대 손실률은 17~22%에 달했다. 당초 "자회사 상장으로 재무부담 없이 자금을 유치하면 기업가치를 키울 수 있다“며 LS가 내세웠던 논리에 시장이 동의하지 않은 셈이다.

이런 반응에도 LS는 상장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오히려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재무적 투자자(FI)를 더 끌어 모았다. "L자 들어간 주식은 안 산다더라"라는 이 대통령 직격까지 이어진 배경이다.

일부 소액주주는 FI 유치와 상장에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LS는 "이제 와 상장을 되돌리면 손해가 막심하다"고 반론했다. 자회사 상장 없이 모회사 차입으로 투자금을 조달하면 부채 부담이 급증한다는 논리였다. 여기에 FI에게 준 경영 사전동의권이나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방패로 "국내가 아니면 해외라도 상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LS "상장 철회하면 손해"…중권가는 목표가 줄상향

이는 현실과 거리가 있는 주장이었다. 증권가에서는 자회사 상장 무산이 LS 주가에 미칠 구체적 긍정 효과를 잇따라 제시했다. KB증권은 LS 목표주가를 지난달 초 대비 39.4%나 올렸다. 기업가치 평가 방식을 기존 수익성(P/B-ROE) 모델에서 순자산가치(NAV) 모델로 변경한 영향이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정부 일반주주 보호 강화 정책 및 지배구조 개선 기대에 따라 그동안 할인 반영했던 AI 전력 인프라 자회사 자산가치를 지주사 기업가치에 온전히 반영할 수 있는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AI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성장과 지주사 할인율 축소에 따른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동시에 진행된다”며 “숨겨진 AI 전력 인프라 관련 자회사 가치 반영이 본격 기대되는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LS 목표가를 25% 올린 BNK투자증권 판단도 유사했다. 김장원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장 자회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장점이면서도 혹시 있을 IPO에 따른 중복상장 불확실성이었다”며 “IPO 철회는 자금 조달 방법상 차질일 뿐 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봤다. 실제 LS는 투자금 반환과 배당 확대 부담에도 대규모 자회사 투자를 단행했다. 오는 26일 LS MNM 유상증자에 참여해 2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FI 탓에 해외상장이라도 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LS가 보인 행보와 거리가 멀다. LS는 수차례 옵션을 활용해 FI 지분을 회수했다. LS EV 코리아 때는 사모펀드(PEF) 케이스톤파트너스와 법정 다툼을 치러 투자금 반환 손실까지 최소화했다.

상장 역시 해외 가치를 국내로 모으는 방향으로 총력을 기울였다. 에식스솔루션즈부터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해 국내 역수입하는 형태였다. LS EV 코리아에는 폴란드 법인 가치를 수입해 붙이는 구조를 취했다.

재무부담으로 돌아온 상장 철회…LS "모든 주주 위한 결정, 실적 전망 밝다"

결과적으로 LS는 FI로부터 받은 투자금에 이자를 붙여 갚아야 하는 재무 부담을 지게 됐다. 구 회장과 경영진이 부정적 시장 반응을 확인하고도 중복상장을 강행해 붙은 연체료 성격이다.

LS 오너 일가는 절세와 지배력 유지 등 중복상장으로 여러 이점을 얻을 수 있는 입장이다. LS 최대주주(32.2%)에는 구자열 의장을 비롯한 친인척 45명이 속한다.

단일 지배주주 체제보다는 세대교체에 따른 상속·증여가 잦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복상장으로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발생하면 상속·증여 절세에 유리하다. 그 이점을 볼 수 있는 오너 친인척들은 구자은 회장 입지를 결정할 수 있는 거대 집단이다. 시장에서는 LS NAV 대비 시총 할인율, 이른바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40% 안팎으로 꼽는다.

구 회장 개인 지분율은 3.6% 수준에 불과하다. 유상증자로 지분율 희석이 뒤따르면 경영권이 위태로운 수준이다. LS는 호반그룹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겪은 바 있다. 아래에는 IPO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비상장사가 많다. LS그룹은 현재 상장사 10개, 비상장사 139개를 거느린다.

당국은 재벌 집단 기업 지배권 남용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8일 자본시장 간담회에서도 지배권 남용이 "재벌 구조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알토란 같은 주식을 샀는데 어느 날 보니 알맹이는 쏙 빠지고 껍데기만 남더라"라고 직격했다. 

LS는 기업가치 상승 측면에서 상장이 최선의 수단 중 하나였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상장 추진은 오너를 위한 것이 아니라 증손회사는 물론 모기업 주주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손자회사 상장과 대주주 절세, 증여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복상장 포기는 소액주주 목소리와 시장 여론 등을 반영한 것으로 앞으로도 주주 목소리를 경청할 것"이라며 "에식스솔루션즈는 자체 이익과 필요 시 미국 현지 자금조달 등으로 상장 철회 파고를 헤쳐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주가 상승에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고 앞으로도 미국과 유럽 중심으로 전력시장이 좋아 내년과 내후년도 실적이 밝을 전망"이라며 상장 철회보다 본업 경쟁력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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