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시리즈는 한국 증시에서 반복돼 온 중복상장 문제를 개별 기업의 일회성 논란이 아니라 자본시장 구조의 문제로 짚어보기 위해 기획했다.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핵심 사업이나 자회사를 상장하는 과정은 기업에겐 자금조달과 가치 부각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기존 주주에게는 권리 약화와 가치 훼손의 경험으로 남아왔다. 카카오, LG, SK, HD현대, NHN, 에코프로, LS 등 주요 사례를 따라가며, 기업은 왜 이 방식을 반복해 왔는지, 시장은 왜 이를 더 이상 예전처럼 받아들이지 않는지, 그리고 중복상장 논란이 왜 결국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주주 보호 문제로 이어지는지를 차례로 살펴본다. 더 나아가 현재와 미래의 상장 기업들의 중복상장 이슈를 점검해본다.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카카오는 최근 강도 높은 계열사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핵심 계열사인 카카오모빌리티는 매각과 상장, 경영권 유지 사이에서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모회사 입장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과 견조한 현금 흐름을 담당하는 핵심 자산으로 진화한 반면, 그 중요성으로 인해 외부에 떼어 팔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그룹 생태계와 촘촘히 얽힌 내부거래 구조가 분리 매각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유리한 출구 전략이었던 기업공개(IPO)마저 '중복상장'을 옥죄는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에 막혔다. 이런 가운데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한이 다가온 재무적투자자(FI)들의 사정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영권을 놓지 않으려는 카카오 본사와 자본을 회수하려는 FI, '쪼개기 상장'을 엄단하려는 정책 환경이 충돌하는 뇌관으로 부상했다.
자금 조달 명분 상실과 '더블 카운팅'의 딜레마
최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의 중복상장 심사 기조는 자회사 IPO의 '자금 조달 타당성'을 매우 엄격하게 따지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런 관점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견조한 재무 상태는 오히려 외부 자금 조달의 명분을 앗아가는 치명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모빌리티는 2021년 이후 연간 4000억~6000억원대의 현금성 자산을 꾸준히 유지하며 안정적인 자금력을 입증하고 있다.
여기에 기업의 실제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과 잉여현금흐름(FCF)의 가파른 성장세는 상장의 필요성을 더욱 약화시킨다. 2021년 각각 379억원, 155억원에 불과했던 EBITDA와 FCF는 2024년 1876억원과 1611억원으로 급증했고, 2025년에도 EBITDA 2033억원, FCF 1300억원 안팎을 기록했다.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순수 현금을 거뜬히 쌓을 수 있는 탄탄한 '플랫폼 캐시카우'로 자리 잡은 마당에, 모회사 주주가치 희석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자본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할 명분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자본조달의 명분 부족 이외에도 '더블 카운팅' 문제도 카카오모빌리티의 발목을 잡는다. 모자회사의 중복상장으로 인해 기업가치가 중복 계산되는 현상을 뜻하는 더블 카운팅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정상적인 지배구조라면 자회사가 창출한 풍부한 FCF는 배당을 통해 모회사로 유입되고, 모회사는 이를 재원 삼아 자기 주주들에게 배당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해 주가를 부양해야 한다. 외형 성장과 적자 구간에서 벗어나 알짜 수익원 단계에 안착한 카카오모빌리티를 별도로 상장시킬 경우, 카카오 본사의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더블 카운팅'의 딜레마는 험난한 모회사 일반주주 설득 과정으로 이어진다. 금융당국은 중복상장 심사 과정에서 모회사 일반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지난 15일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 세미나에서는 단순히 모회사 주주의 동의를 받는 것을 넘어,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지배주주가 아닌 모회사 일반주주 과반결의(Majority of Minority)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이 주요 발제로 다뤄지기도 했다.
이미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연이은 '쪼개기 상장'으로 시장의 거센 비판을 받았던 카카오로서는 카카오모빌리티 상장에 대해 우호적인 일반주주 여론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싸늘한 시장의 시선 속에서 카카오가 일반주주들에게 또다시 알짜 IPO의 정당성을 설득해 일반주주 동의를 받아내려면 난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시적 내부거래와 영업 독립성 결여라는 '결격 사유'
한국거래소가 예고한 중복상장 심사기준의 또 다른 핵심은 모자회사 간의 철저한 독립성이다. 그러나 카카오모빌리티는 거버넌스 측면에서도, 영업 활동 전반에 걸쳐서도 카카오 그룹 생태계에 깊이 통합되어 있다. 2025년 말 기준 모회사인 카카오의 지분율은 57.20%에 달하며, 카카오모빌리티의 운영 구조 역시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페이 등 계열사들과 연결되어 있다. 매년 수백억 원 규모의 시스템 및 서비스 사용료, 임대료가 카카오 본사로 지급될 만큼 인프라가 강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수익 구조가 모회사 생태계와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다는 점은 특수관계자 지급 총액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지배기업 및 기타 특수관계기업(모회사 카카오의 연결 대상 기업)에 지급한 총액은 2022년 330억원, 2023년 375억원, 2024년 379억원으로 늘어났고, 2025년에는 524억8766만원 규모까지 불어났다. 2025년 기준 최대 지급처는 카카오 본사(258억9957만원)였으며, 카카오페이(119억586만원)가 그 뒤를 이었다.
이 같은 특수관계자 지급 총액은 2025년 카카오모빌리티의 영업이익 대비 45.4%, 영업활동현금흐름(OCF) 대비 34.3%, 잉여현금흐름(FCF) 대비 40.4%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반대로 이들로부터 발생한 매출 역시 175억1042만원에 달했다.
이러한 구조는 이사회 의사록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이사회 안건 중 특수관계자 거래 상정 건수가 2023년 총 13회 중 11회, 2025년에는 8회 이상에 달할 정도로 내부거래는 예외적 이벤트가 아닌 상시 운영 체제에 가깝다. 금융당국이 영업 및 경영의 독립성을 상장 심사의 핵심 기준으로 삼은 상황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이 같은 구조는 심사 통과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아킬레스 힐'이 된 셈이다.
퇴로 잃은 재무적투자자(FI), 무기는 이사회
상장 길이 막히고 매각도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TPG와 칼라일 등 주요 재무적투자자(FI)들의 조바심도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컨소시엄은 2017년부터 팔로우온까지 6307억원을 투자해 현재 지분을 약 19%(공동투자 합산분)를 보유 중이며, 2021년 합류한 칼라일그룹은 2292억원을 납입해 6.17%를 들고 있다. 투자 기간만 각각 9년 차, 5년 차에 접어들었다. 피투자사가 알짜 캐시카우로 성장했음에도 정작 투자자들의 출구가 막힌 것이다.
그러나 FI들에게도 카카오를 압박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한다. 이들에게는 동반매도요구권(드래그얼롱)이나 풋옵션 같은 직접적인 강제 엑시트 수단이 없는 대신, 현재 이사회 5석 중 2석을 확보하고 있다. 상법상 카카오 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 안건이 상정될 경우 카카오 측 이사들은 이해상충 문제로 의결권이 제한되며, 이에 따라 FI 측 이사 2명이 안건 통과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다.
즉, FI 입장에서 회사를 일방적으로 매각할 권한은 없지만, 구조적으로 모회사 카카오를 향하는 자금줄에 언제든 합법적인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업계 안팎에서 회자된 카카오모빌리티의 'CA협의체 분담금 미납 논란' 역시, 이사회 내 주도권을 쥔 FI가 엑시트 지연에 대한 불만을 무언의 압박으로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FI의 내부거래 승인 거부권 행사가 모회사 카카오에 대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복상장 불가면 매각? 카카오가 모빌리티를 쥐고 있는 이유
중복상장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니, 일각에서는 모회사인 카카오가 매각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카카오 내부 기류와 비즈니스 전략을 살펴보면 이는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는 매각 대상이 아닌 그룹의 명운을 쥘 '4대 미래 성장 동력' 중 핵심축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카카오 그룹은 미래 비전을 위해 네 가지 핵심 영역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연계해 시너지를 창출할 'AI 인프라 및 서비스', 그리고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주축으로 단순 뱅킹을 넘어 스테이블 코인 등 넥스트 금융을 선점할 '차세대 핀테크', 또 언어의 장벽을 넘어 그룹 해외 매출의 절대다수를 책임지는 '글로벌 웹툰 및 엔터테인먼트'가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역이 바로 '모빌리티'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에게 모빌리티는 단순한 택시 호출 플랫폼 사업이 아니"라며 "향후 도래할 자율주행, 피지컬 AI, 로보틱스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거대한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설명했다.
특히 커머스와 물류 생태계의 혁신을 도모해야 하는 카카오로서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잇는 '피지컬 AI 및 로봇 산업'의 중심인 모빌리티 인프라를 현시점부터 선제적으로 쥐고 있어야만 한다. 캐시카우로 거듭난 모빌리티의 수익성은 물론, 그룹의 미래 생태계 완성을 위해서도 카카오가 모빌리티 경영권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카카오 관계자 또한 "지분 및 경영권 매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부메랑이 된 중복상장, 1조 4200억 '시한폭탄'
매각도 마땅치 않고, 상장이라는 외부 자금 조달 창구가 막힌 카카오가 FI들의 보유 지분을 직접 되사주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카카오 모빌리티의 기업가치를 최근 시장에서 논의되는 수준인 5조5000억원 수준으로 산정할 경우, TPG와 칼라일의 내부수익률(IRR)은 각각 7% 안팎으로 역산된다. 이를 기준으로 두 핵심 FI가 기대할 수 있는 회수 금액은 합산 약 1조42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경우 사모펀드 운용사가 출자자(LP)에게 배분할 몫을 채우고 자신들의 성과보수(Carried Interest)를 챙길 수 있는 마지노선인 '허들 레이트(hurdle rate)'을 넘기지 못할 수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허들 레이트가 통상 8%로 책정된다는 점을 고려해 회수금을 계산하면, 카카오가 보장해 주어야 할 실제 상환 목표액은 두 FI 합산 약 1조 5000억 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
이는 확정된 부채가 아니지만, 카카오가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매각에 나서지 않고 직접 FI들에게 엑시트 활로를 열어주는 방향으로 선회할 경우 그룹 차원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재무적 부담이 된다. 과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투자를 유치하고 '쪼개기' 상장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카카오가, 한층 깐깐해진 규제 기조 속에서 결국 막대한 자금 부담이라는 부메랑을 떠안게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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