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제도개선 세미나

쪼개기 상장 막으려다 M&A·IPO 얼어붙을라…중복상장 규제 '딜레마'

거래소 중복상장 원칙 금지 기조에 시장 반응 '양극화'…주주가치 훼손 vs 모험자본 위축 충돌 "기존 중복상장 18% 해소 없이 신규 진입만 막아선 반쪽짜리…일본식 자발적 구조개편 참고해야"

증권 | 김나연  기자 |입력
한국거래소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 세미나 | 사진 = 김나연 기자
한국거래소 중복상장 제도개선 공개 세미나 | 사진 = 김나연 기자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한국거래소의 중복상장 규제 강화안을 둘러싸고 시장의 시각은 크게 갈렸다. 한쪽에서는 중복상장이 지배주주의 지배력 레버리지를 키우고 모회사 일반주주의 권리를 훼손하는 만큼, 예외를 최소화한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다른 한쪽에서는 인수 자회사 상장까지 획일적으로 막으면 벤처투자 회수시장과 성장 자금 조달 경로가 위축될 수 있다며 산업별·기업별 예외와 유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양쪽 모두 거래소 심사 강화만으로는 부족하고, 세제와 공시, 인센티브를 아우르는 후속 제도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모였다.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은 중복상장으로 인한 지배력 레버리지와 모회사 할인

중복상장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쪽의 문제의식은 분명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중복상장을 지배력 레버리지 수단이라고 규정했다. 지배주주가 각 단계에서 30%씩만 보유해도 피라미드식 구조를 거치면 실질 지분율은 2.7%에 그치지만, 행사 가능한 지배력은 30%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사실상 차등의결권과 비슷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실질 출자 비율에 비해 과도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 이사회가 일반주주보다 지배주주 이익에 더 민감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고, 이것이 결국 시장 할인으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이 대표는 “(이런 구조에서) 이사회는 지배 주주의 이익만을 위해서 일하게 되며, 이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창환 대표는 모회사 가치가 할인되는 이유도 세 갈래로 정리했다. 자회사가 상장되면 모회사 일반주주는 자회사에 대한 직접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어 권리 구조가 약해진다. 자회사 지분을 100% 미만으로 보유하게 되면 연결 납세나 배당 측면에서도 비효율이 생겨 자회사 이익이 모회사 주주에게 온전히 귀속되기 어려워진다. 여기에 지배권 유지를 위한 다각화가 복합기업 할인까지 불러오면서 NAV 디스카운트가 심화된다는 것이다. 중복상장 이후 모회사 주주가 잃는 권리와 현금흐름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상훈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중복상장 문제의 본질을 모회사 일반주주의 가치 훼손에서 찾았다. 그는 주식의 가치를 현금흐름권과 지배권 가치로 나눠 설명했다. 원래 모회사로 들어와야 할 현금흐름이 자회사로 분리되고, 상장 차익도 별도 법인에 귀속되면서 모회사 주주의 현금흐름권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동시에 100% 자회사 상태에서 떼어내 상장하면 지배주주의 통제력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강화되고, 일반주주의 몫만 희석되기 쉬워진다고 봤다. 중복상장은 결국 일반주주에게는 현금흐름과 통제권 양쪽에서 모두 불리한 거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시각에서 보면 거래소의 원칙적 금지 기조는 출발점일 뿐이다. 이창환 대표는 예외를 인정하더라도 조건은 훨씬 엄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회사 상장이 다른 대안보다 왜 전체 주주의 비례적 이익에 부합하는지 이사회가 구체적으로 비교·설명해야 하고, 무엇보다 지배주주를 제외한 모회사 일반주주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배주주는 구조적으로 찬성 유인이 크기 때문에, 그 의사를 제외하고도 성립할 수 있는 안건인지 따져야 한다는 얘기다. 중복상장 허용 여부를 기업의 설명 책임과 일반주주 판단 위에 올려야 한다는 요구다.

중복상장 회수 기업에는 당근을…책임 강화와 퇴로 설계

다만 강화론 내부에서도 방법론은 갈렸다. 이 교수는 일반주주 과반 동의 의무화를 주주 보호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만능 해법은 아니라고 봤다. 일반주주는 정보와 전문성, 응집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어, 일반주주의 과반 동의라는 절차만 앞세우면 오히려 이사회가 책임을 주주에게 떠넘기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 금융자문사의 공정성 평가와 독립이사회 의결서 등을 의무화해 이사회 책임을 더 무겁게 묻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일반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되 실제 책임 주체가 흐려지는 설계는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신규 중복상장 규제와 함께 기존 중복상장 구조 자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의 모자상장 구조가 2000년대 초반 정부의 지주회사 전환 장려 과정에서 대거 형성됐다는 점을 짚었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신규 상장만 막는 것은 반쪽짜리 대응이라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분기마다 NAV 할인율을 표준화해 공시 △자회사를 흡수합병하거나 상장폐지하는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 △합병과 상장폐지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제배당 과세나 주식매수청구권 관련 세금 완화 △자회사가 배당하면 모회사가 이를 다시 주주에게 재배당하도록 하는 패스스루(Pass-through) 장치 마련을 제안했다.

그는 일본은 신규 중복상장을 일괄 금지하는 대신, 스퀴즈아웃과 스핀오프가 작동할 수 있도록 회사법과 세제를 정비하고, 거래소의 밸류업 압박과 행동주의 주주의 개입을 통해 기존 구조를 단계적으로 해소해 왔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상장 자회사 수가 2006년 417개에서 2020년 179개로 줄어든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강한 원칙과 함께, 기존 구조를 걷어낼 수 있는 제도적 퇴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험자본 엑시트 막힐라…M&A·IPO 시장 위축도 고려해야

반면 예외가 필요하다고 보는 쪽은 중복상장 규제의 차등 적용과 경과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국가 전략산업, 외부 기술기업의 정상적 인수 사례, 상장 준비가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기업 등을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시장을 경직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기술기업 인수 후 자회사 상장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이 독자적으로 IPO 단계까지 가는 데 평균 14년 이상 걸리는 현실에서, 자본력을 가진 선배 기업이 유망 기술기업을 인수해 키우고 다시 상장시키는 경로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까지 원칙적으로 차단하면 M&A 시장이 먼저 얼어붙고, 그 충격이 IPO 시장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안 부회장의 문제의식은 벤처투자 회수 구조에 닿아 있다.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는 벤처투자 회수의 상당 부분이 M&A를 통해 이뤄지지만, 한국은 여전히 IPO 의존도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 상장 모회사가 인수한 자회사의 IPO까지 막아버리면 회수 기간은 더 길어지고, 펀드 수익성과 재투자 여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정부 자금이 들어간 모펀드와 자펀드, 민간 벤처캐피탈이 함께 만들어온 투자-회수-재투자의 선순환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안 부회장은 특히 반도체, 바이오, AI 같은 전략산업과 중견·중소기업 계열 기술 M&A에는 별도 예외나 완화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부회장은 규제의 현실성 문제도 제기했다. 거래소가 제시한 영업 독립성과 경영 독립성 기준은 대기업 물적분할 사례를 겨냥할 때는 설득력이 있지만, 인수 후 육성 중인 벤처·기술기업에 그대로 적용하면 지나치게 경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사와 조직, 영업망, 자금조달이 모회사와 일정 부분 연결된 상태에서 성장하는 기업은 많은데, 이런 관계를 곧바로 상장 부적격 사유로 보면 스케일업 경로 자체가 봉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춘 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도 규제 강화의 방향 자체보다, 그 역효과를 더 우려했다. 그는 일반주주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반주주 과반 동의 의무화에는 반대했다. 상장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주주가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도 아니고, 상장에 동의했다고 해서 보호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형식적 동의 절차보다 자회사에서 발생한 배당과 현금흐름이 모회사 주주에게 실제로 돌아가게 만드는 세제와 배당 구조를 먼저 설계하는 것이 더 실질적이라는 주장이다.

김 본부장은 법적 정합성 문제도 제기했다. 자회사 상장은 자회사 이사회의 결의 사항인데, 모회사 이사회에 충실의무와 규제 책임을 집중시키는 것은 회사법 체계와 부딪힐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가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장려해놓고, 이제 와서 지주회사의 주요 자금조달 통로를 제약하는 것은 역차별 성격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인위적 금지보다 일본식 설명 책임 모델이 더 현실적이라고 봤다. 사업영역 중복 방지와 의사결정 독립성, 주주보호 방안을 공시로 충분히 설명하게 하고 시장이 평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한편 상장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주에게 100% 배분하는 스핀오프는 적극적으로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는 “미국에서는 주주들이 기업분할을 환영한다”며 “모회사 주주들도 자회사 주식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국 세법이다.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하면 배당소득세 부담이 커 스핀오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처럼 이런 현물배당에 세제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순 금지와 무조건 허용의 이분법이 아니라, 주주권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의 예외는 제도적으로 열어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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