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반도체 호황에 건설업계도 ‘함박웃음’

건설·부동산 | 김종현  기자 |입력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요 증가에 반도체 공장 투자 늘려 “현장 일감 늘었다” “야간 근무 인력 증대” 근로자들 증언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청주 M15X 조기 준공에 ‘총력’

|스마트투데이 평택=김종현 기자| “회사(삼성전자) 불황기였던 재작년과는 완전히 다르죠. 일감도 많아져서 현장 근로자 수도 엄청 늘었어요. 연장 근무 횟수도 배로 늘었고요.”

여명이 밝아오는 10일 새벽 경기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건설 현장으로 출근하는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 협력사 직원 A씨는 현장 분위기가 작년, 재작년과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며 가방에서 안전모를 꺼낸 A씨는 기자와 대화할 시간도 아깝다는 듯 바삐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반도체 공장으로 향하는 A씨 옆으로 수백명의 근로자들이 쌀쌀한 날씨에 입김을 내뿜으며 현장으로 향했다.

반도체 산업 호황이 건설경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듯 보였다.

이날 오전 6시 도착한 평택지제역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건설 현장 인력들로 가득했다. 일용직 근로자를 픽업 해 현장으로 가려는 협력사 관리자들이 수첩과 스마트폰에 인력 도착 현황을 체크하고 있었다. 출근시간이 가까워지자 전화로 근로자 위치를 확인하는 관리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 대합실로 향하는 근로자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고 손짓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10일 새벽 6시 경 평택지제역 1번출구 전경. 출처=김종현 기자
10일 새벽 6시 경 평택지제역 1번출구 전경. 출처=김종현 기자

밤낮없이 돌아가는 반도체 공장 건설 현장

평택지제역 2번 출구에선 현장 근로자들이 나란히 줄을 서며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직원 카드를 찍고 신분을 확인한 뒤 버스에 탑승한 근로자들은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잠을 청하는 이도 있었다.

지역 버스를 타고 30분을 달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건설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이 입혀진 평택캠퍼스 건물 주변으로 안전모를 쓴 근로자들이 바삐 움직였다. 주간근무를 위해 출근하는 근로자와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근로자가 섞여 일대 횡단보도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조금이라도 대열에서 이탈하면 수십명을 치고 가야 하는 만큼 분주했다.

근로자 연령대는 다양했다. 20~30대로 보이는 청년부터 50~60대 중장년층까지 고루 섞여 저마다 얘기를 나누며 일터로 향했다.

건설현장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20대 여성 근로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삼성물산 협력사 여성 근로자 B씨는 “반도체 호황기라 현장 일감이 늘어 돈을 벌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주·야간 일감 모두 늘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공장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출근하고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공장 건설현장 근로자들이 출근하고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B씨와 일을 하러 왔다는 C씨는 “작년부터 평택캠퍼스 현장에서 근무했는데, 올해 들어 야간 연장 근로 인원도 부쩍 늘었다”며 “동년배(20대) 근로자도 작년보다 늘었다”고 밝혔다.

인근 편의점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평택캠퍼스 현장 맞은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 D씨는 “새벽 출근하는 근로자들의 수가 작년보다 월등히 늘었다”며 “근로자뿐 아니라 인근 삼성교육원 임직원들 방문 횟수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반도체 수요 늘자 공급량 맞추기 위해 ‘투자 증액·공사기간 단축’

건설업계가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반도체 업계 호황 특수를 함께 누리고 있다.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일감 증가가 경기 불황·부동산 시장 침체로 실적에 비상등이 켜진 건설업계에 때아닌 호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삼성 평택캠퍼스는 신규 반도체 생산라인 P4·P5 건설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두 공정에 종사하는 건설근로자 수가 2만명에 달한다. 다음달부턴 3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역 조선소에서 용접과 납땜을 하던 전문 인력들도 더 나은 근로조건과 급여에 평택을 비롯한 반도체 공정으로 이직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근로자들이 출입로를 지나고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근로자들이 출입로를 지나고 있다. 출처=김종현 기자

메모리 반도체 강자 SK하이닉스 현장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SK에코플랜트가 경기 용인 처인구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현장은 밤낮없이 근무조가 가동되고 있다. 최근 사내 이사회에서 21조 6000억원의 신규 투자금 집행이 결정되며 공장 조성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반도체 클러스터 클린룸 개관일시도 2027년 5월에서 2월로 3개월 앞당겼다.

용인에선 SK하이닉스가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에 600조원, 삼성전자가 처인구 이동·남사읍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에 360조원, 기흥캠퍼스 미래연구단지에 20조원 등 1000조원에 육박하는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용인시는 앞으로 단일 도시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가 조성될 예정이다.

이밖에도 용인은 반도체클러스터 가동을 위한 도로와 전력망 등 기반시설 공사와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입주 지역 조성 등의 후속 작업도 예고된 상태다.

역시 SK에코플랜트가 시공을 맡은 충북 청주 M15X 현장에선 수천명의 근로자들이 24시간 교대근무를 서고 있다. 준공 시기는 올해 12월에서 11월로 당겨졌다.

초대형 공사가 진행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 낙수효과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조성 공사 현장 관계자는 “인근 지역 원룸 등이 폭증한 근로자 수요로 다 동났고, 임대료도 많이 올랐다. 주변 식당가 등에서도 요즘 불경기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들뜬 분위기가 물씬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은 생산과 고용, 소득 창출 효과로 내수 경기·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다”며 “공사 물량 회복으로 기성·고용·소득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댓글 (0)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댓글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