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종현 기자| “집을 파는데 양도소득세(이하 양도세)가 80% 넘게 붙으면 뭐하러 파나요? 차라리 안 팔고 말지. 제 주변에도 전·월세 받아서 사는 친구들(건물주들) 있는데 다 내놓겠데요. 똥(양도세 중과) 묻기 싫으니까 다들 파는 거죠.”
서울 강남 압구정의 A 공인중개사에서 만난 다주택자 B씨는 이재명 정부의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정책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서울에 집 4채를 보유하며 전·월세를 받고 있다는 그는 양도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세입자에 계약 종료를 통보하고 매물로 내놨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B씨 옆에 있던 다주택자 C씨는 “양도세도 문제지만 갖고만 있어도 붙는 ‘보유세’도 올린다고 하니 견딜 수가 없다”며 “어떤 다주택자는 ‘이재명 정부 남은 4년 끝나면 규제 풀릴 것’이라며 내놓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 4년간 감내할 손실을 생각하니 아찔하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는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었지만, 성수 재개발로 몸값을 높여가는 성동구에서도 ‘세금 폭탄 피하려고 판다’, ‘재개발 특수 기대하며 버티고 싶은데, 세율이 워낙 높다 보니 팔아야 되나 고민이다’와 같은 반응을 들을 수 있었다.
재개발 특수 등 장기적 관점에서 이익이 크다고 판단하지 않으면 매물로 내놓는 실정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서울 금호동 D 공인중개사에서 만난 다주택자 E씨는 “건물을 10년 이상 갖고 있을 계획이 없는 이들은 매물을 내놓으려 한다”며 “재개발이나 재건축 특수로 집값이 수 십억 이상 뛸 것이라 기대하는 이들은 보유세를 각오하며 버티겠단 입장이지만, 그만큼 확신이 서지 않는 애들(다주택자들)은 다 팔겠다고 나오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5월 10일부턴 집을 3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가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매매하려면 최고 82.5%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기본 세율 6~45%에 30% 중과세, 지방세까지 포함한 세금을 내면 ‘남는 게 없다’는 말이 오고 갈 정도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가 건물을 팔지 않고 갖고만 있어도 내는 ‘보유세’ 인상 카드도 꺼내자 현장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시세보다 10억원 저렴한 가격으로 나온 급매를 매입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로 연락하는 ‘무주택 고소득 직장인들’의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대출규제 문턱만 넘으면 바로 매입하겠다는 분위기여서, 시장도 ‘원치 않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은 증언한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도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 오름세가 완화되는 곳도 있을 만큼 이 대통령의 ‘부동산 칼질’이 현장에서 조금씩 먹혀가는 모습이다. 그러나 너무 급한 정책 탓에 불가피한 피해자도 발생하고 있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증언한다. 집주인이 전·월세 계약을 종료해 당장 살 곳을 구하느라 막막하다는 세입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목돈을 구하지 못해 서울보다 집값이 싼 경기권으로 이사를 가려 해도, 자녀 교육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세입자들이 공인중개사에서 한탄을 쏟아내는 경우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서울 목동 F 공인중개사에서 만난 세입자 G씨는 “자녀 교육 때문에 살던 집을 팔고 목동아파트로 전세 이사를 왔는데, 임대차 계약갱신요구권을 발동해도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버티려면 2년을 목동에 더 머물러야 한다”며 “영등포 등 다른 지역의 집값도 비싸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부동산 칼’은 분명 그 목적대로 가고 있다. 그러나 세입자 등 경제적 약자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주고 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칼을 더 거세게 갈수록 경제적 약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너무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하기 보단, 불가피하게 피해를 보는 ‘경제적 약자’가 최소화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한 후에 칼자루를 휘두르는 게 낫지 않을까. 소년공 대통령에게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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