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김나연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기록적인 거래량을 기록했지만, 이 흥행으로 돈을 번 곳은 운용사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을 내놓은 자산운용사의 운용보수 수입보다 거래를 중개한 증권사의 위탁매매 수수료가 훨씬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금융당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5월 27일부터 7월 31일까지 증권사 36곳이 거둔 위탁매매 수수료는 총 930억9866만원이다. 반면 5월 27일부터 7월 28일까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에서 자산운용사들이 거둔 운용보수는 약 36억6500만원에 그쳤다.
집계 기간에 3일 정도 차이가 있지만 단순 비교해도 약 25배 차이가 난다. 같은 ETF 열풍 속에서도 증권사와 운용사가 가져간 수입 규모는 크게 달랐던 셈이다.
이 차이는 증권사와 운용사가 ETF에서 수익을 내는 구조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증권사는 투자자가 ETF를 사고팔 때마다 위탁매매 수수료를 받는다. 투자금이 동일하더라도, 투자자가 사고팔기를 반복하면 증권사가 수수료를 뗄 수 있는 거래대금이 계속 늘어나게 된다.
운용사는 다르다. 운용사가 받는 보수는 ETF가 얼마나 자주 거래됐는지가 아니라 펀드의 순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계산된다. 투자자가 ETF를 하루에 열 번 사고팔았다고 해서 운용사가 운용보수를 열 번 받는 구조가 아니다.
한 투자자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억원어치를 하루에 세 번 사고팔았다고 가정하자. 매수 3억원과 매도 3억원이 더해져 총 6억원의 거래대금이 발생한다. 증권사는 매매가 발생할 때마다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 1억원이 시장에서 세 번 회전하면서 거래대금은 6억원으로 늘어나기 때문.
반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투자자 A가 보유하던 기존 ETF 1억원어치를 B에게 팔고, B가 다시 C에게 팔았다고 해서 펀드 내부로 새로운 1억원이 유입되는 것은 아니다. 장내에서 기존 ETF의 소유자만 바뀌었기 때문이다.
ETF의 발행좌수와 편입 자산의 가치가 변하지 않았다면 펀드 전체 순자산도 그대로 유지된다. 시장에서 하루에 한 번 거래되든 열 번 거래되든, 거래량이 늘어나도 운용사가 보수를 받는 금액이 늘어나지 않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처럼 단기 매매가 잦은 상품일수록, 높은 거래 회전율에 따른 수수료 수입은 운용사가 아닌 증권사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한 곳이 운용업계 전체보다 6배 벌어
증권사와 운용사 간 수입을 비교하면 격차는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를 통해 가장 많은 위탁매매 수수료를 거둔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5월 27일부터 7월 31일까지 거둔 수수료 수입은 219억9319만원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 한 곳의 수수료 수입이 자산운용업계 전체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16종에서 거둔 운용보수 36억6500만원의 약 6배에 이른다.
운용사 중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가장 많은 수익을 거둔 삼성자산운용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삼성자산운용의 운용보수 추정치는 약 30억2900만원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이 삼성자산운용보다 약 7.3배 많은 수수료를 벌어들인 것이다.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운용보수는 약 4억8500만원으로, 한국투자증권과의 격차는 약 45.3배까지 벌어진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운용사들이 거둔 보수를 모두 합쳐도 약 1억5100만원에 그친다. 한국투자증권 한 곳의 위탁매매 수수료가 이들 운용사의 보수 합계보다 약 146배 많다.
상위 5개 증권사로 범위를 넓혀도 흐름은 비슷합니다. 한국투자증권에 이어 NH투자증권이 124억2539만원, 키움증권이 123억3506만원의 수수료를 거뒀다. 미래에셋증권은 80억661만원, 삼성증권은 74억4915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상품이 시장에서 흥행했음에도, 상품을 운용한 회사와 거래를 중개한 회사가 거둔 실질적인 수익 규모는 크게 달랐다.
ETF 거래가 늘어도 운용사 수입이 함께 늘지 않는 이유
이유는 증권사와 운용사가 수익을 매기는 기준이 '거래대금'과 '순자산총액'으로 서로 다르기 때문.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은 기본적으로 거래대금이 늘어날수록 커진다. 투자자가 사고팔 때마다 새로운 거래대금이 형성된다.
반면 운용사가 가져가는 보수는 거래대금이 아니라 매일의 순자산총액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ETF의 기본 약속을 담은 신탁계약서를 보면, 보수율은 연 단위로 정해져 있지만 실제 계산은 매일 이뤄진다. 그날 장이 끝났을 때 펀드에 남아 있는 순자산총액을 바탕으로 하루치 보수를 매일매일 떼어가는 구조다.
예를 들어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의 경우 삼성자산운용이 가져가는 운용보수율은 연 0.269%이다. 계산식으로 보면 하루 운용보수는 '그날의 순자산총액 × 0.269% ÷ 365'가 된다. 특정 기간 동안 운용사가 거둔 총 보수는 이렇게 매일 계산한 하루치 보수를 모두 더해 산출한다.
실제로 순자산총액이 1000억원인 날 삼성자산운용이 가져가는 하루치 보수는 약 73만7000원이다. 다음 날 순자산이 1100억원으로 늘어나면 그날은 약 81만1000원을 받는 식이다.
운용사 수익 결정하는 건 결국 보수율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 순자산총액이 크다고 해서 반드시 운용사 수익이 커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운용사가 실제로 가져가는 수익을 파악하려면 순자산뿐 아니라 운용보수율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대표 상품을 비교했다. 각 사의 순자산총액 1위 상품과, 순자산총액 규모가 높은 상품 중 운용보수율이 가장 높은 상품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삼성자산운용에서는 KODEX200과 KODEX 레버리지,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TIGER 미국S&P500과 TIGER 반도체TOP10이다.
먼저 삼성자산운용을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하게 나타난다.
5월 27일부터 7월 31일까지 KODEX 200의 평균 순자산은 약 27조4029억원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KODEX 레버리지의 평균 순자산은 약 8조2851억원이었다. KODEX 200의 순자산총액이 KODEX 레버리지보다 약 3.3배 크다.
하지만 운용사가 가져가는 보수는 반대였다.
같은 기간 일별 순자산총액에 운용보수율을 적용해 추산한 결과, KODEX 200에서 발생한 삼성자산운용의 보수는 약 61억4400만원이었다. 반면 KODEX 레버리지에서는 약 89억7400만원의 보수가 발생했다. 순자산총액은 KODEX200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KODEX 레버리지가 약 28억원의 보수를 더 벌어들인 셈이다.
이 차이는 보수율에서 발생했다. KODEX200의 운용보수율은 연 0.124%인 반면, KODEX 레버리지는 연 0.599%로 약 4.8배 높다. 삼성자산운용이 출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2종(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발생한 운용보수 추정치 약 31억원과 비교해도 KODEX 레버리지 한 종목의 보수가 약 2.9배 많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격차가 더욱 뚜렷하다.
같은 기간 TIGER 미국S&P500의 평균 순자산총액은 약 19조6106억원이었고, TIGER 반도체TOP10의 평균 순자산총액은 약 11조6337억원으로 더 작았다. 하지만 운용보수 추정치는 크게 달랐다.
TIGER 미국S&P500에서 발생한 운용보수는 약 709만원으로 추산된 반면, TIGER 반도체TOP10에서는 약 86억400만원이 발생했다. 순자산총액은 TIGER 미국S&P500이 약 1.7배 크지만, 운용보수 수입은 TIGER 반도체TOP10이 1200배 이상 많았다.
역시 보수율 차이가 이 같은 격차로 이어졌다. TIGER 미국S&P500의 운용보수율은 연 0.0002%인 반면, TIGER 반도체TOP10은 연 0.409%다.
대표지수 ETF처럼 수십조원의 자금을 모아도 보수율이 매우 낮으면 운용사가 거두는 보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면 일정 수준 이상의 AUM을 유지하면서 높은 보수율을 적용하는 상품은 운용사의 핵심 수익원이 되는 구조다.
수수료 수입은 증권사로, 비판과 책임은 운용사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흥행은 운용사 입장에서는 다소 아이러니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큰 주목을 받으며 거래가 급증했지만, 실제 수수료 수익을 가져간 쪽은 운용사가 아닌 증권사였다. 상품을 직접 만들어 공급한 회사보다 거래를 중개한 회사가 훨씬 더 큰 실익을 챙긴 셈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급락장에서 큰 손실을 내면서 상품을 출시한 운용사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지만, 수익 구조만 놓고 보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상품을 만들고 논란의 중심에 선 건 운용사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잦은 매매로 쌓인 수수료 수익의 상당 부분은 증권사로 돌아갔기 때문. 운용사로서는 실질적인 과실은 증권사가 챙겨갔는데, 상품 실패에 따른 비판과 상처만 고스란히 떠안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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