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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봉’ 취급하는 한국형 레몬법…자동차 교환·환불 고작 1.73%

중재 판정 541건 중 실제 교환 및 환불 건수는 66건 교환·환불 제조사·차종은 공개 안돼 ‘문제’ 소비자 중심으로 법 설계된 美와 달리 ‘제작사 중심’ 지적

산업 | 박재형  기자 |입력
세 줄 요약
  • 한국형 레몬법 시행 후 중재 신청 3819건 중 실제 교환 환불은 66건으로 1.73%에 불과하다.
  • 자동차 교환 환불 중재 취하 건수는 2051건으로 53.7%에 달하며 제조사 합의 비중이 높다.
  •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현행법이 제작사 중심으로 설계돼 소비자 보호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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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새로 구입한 자동차에 하자가 있을 시 교환·환불해 주는 제도인 한국형 ‘레몬법’(자동차 교환·환불 제도)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19년 시행 이후 7년간 중재 신청 건수가 3819건에 달했지만 실제 교환·환불 건수는 66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 레몬법, 중재 신청 3819건 中 교환·환불은 66건

22일 스마트투데이가 정보공개청구로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가 시행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중재 신청 건수는 3819건에 이른다.

또한 같은 기간 중재 판정 건수는 541건이었으며, 중재 판정 중 교환 건수는 28건, 환불 건수는 38건으로 나타났다. 중재 신청 건수 중 소비자가 실제로 교환 및 환불받은 비율은 1.73%에 불과한 것.

눈에 띄는 점은 중재 취하 건수다. 중재 취하 건수는 2051건으로 비율은 53.7%에 달했다.

자동차 교환·환불 제도(한국형 레몬법) 운영 현황 (단위: 건) 연도 중재신청 중재판정 판정 중 교환 판정 중 환불 중재취하 2019 79 5 - - 16 2020 668 47 1 - 148 2021 707 118 - 4 447 2022 444 78 5 1 318 2023 533 54 7 3 275 2024 848 135 9 9 424 2025 540 104 6 21 423 3,819 541 28 38 2,051 자료: 한국교통안전공단

이러한 취하 수치가 나오는 이유는 최종 교환·환불 판정이 나기 이전에 제조사와 소비자가 합의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제조사는 판정 결과가 남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소비자에게 합의를 제안하고, 소비자는 하자 여부를 직접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과 중재 절차의 복잡성이 더해져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중재를 취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스마트투데이는 제조사 및 차종별 중재 판정 건수 등도 한국교통안전공단에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공개 불가’ 답변을 받았다.

공단 측은 “아직까지 중재 판정 대상 제조사·차 종류 등을 공개한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었지만, 이는 소비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한다며 제정한 레몬법 취지에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교환 및 환불 차량 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공개가 소비자 권익과 정보 접근성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시작한 레몬법…소비자 보호 위한 개선 필요

레몬법은 신차를 구입한 후 1년 또는 주행 거리 2만km 이내에 중대한 하자로 2회 이상 수리하고도 증상이 재발하면 제조사에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하는 제도다.

1975년, 미국에서 겉은 멀쩡하지만 결함이 많은 차가 많이 나온 것을 계기로 시행된 소비자보호법이다. 당시 미국인들이 문제가 많은 차량을 ‘레몬’이라는 은어로 사용한 데서 법 이름이 유래됐다.

한국형 레몬법은 자동차 관리법 제47조의 2(자동차의 교환 또는 환불 요건)를 따른다.

해당 법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신차 구매 계약서에 교환 및 환불 보장 조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또 하자 발생 기간은 차량 인도 후 1년 이내, 주행거리 2만km 이하 조건 충족이 필요하다.

하자 별 수리 기준도 다르다. 중대 하자는 2회 수리 후 재발했을 시, 일반 하자는 3회 수리 후 재발하는 경우에 해당하며 누적 수리 기간이 30일을 초과할 때 인정된다.

여기에 개인 구매 차량만 해당해, 리스나 사업용 차량은 혜택받을 수 없다.

문제는 실제 교환이나 환불 과정에서 차량의 하자 여부를 소비자가 알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소비자 중심으로 설계된 미국의 레몬법과 달리 한국형 레몬법은 차량 제작사나 판매사 기반으로 법이 설계돼 소비자가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국형 레몬법은 (미국 레몬법을) 흉내 내고 있지만 실제 내용을 보게 되면 (교환·환불은) 이행이 쉽지 않은 구조다. 소비자가 10만 개 부품으로 이뤄진 자동차에서 결함을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경우 차에 제작사에서 차에 결함이 있으면 교환이나 환불을 우선적으로 해주지만 한국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제작사나 판매자 중심으로 (법이) 돼 있어서 소비자가 ‘봉’ 취급받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Q&A
1. 한국형 레몬법의 적용 요건은 무엇인가요?
한국형 레몬법은 신차 구매 계약서에 교환·환불 규정이 포함될 시 적용되며, 차량 인도 후 보증기간 이내에 하자가 발생해야 한다. 동일한 중대한 하자는 2회, 일반 하자는 3회 수리 후에도 재발하거나, 누적 수리 기간이 30일을 초과하면 교환 또는 환불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원칙적으로 소비자가 구매한 차량에 한해 적용된다.
2. 한국형 레몬법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형 레몬법은 적용 요건이 엄격하고 동일 하자의 반복 여부 등을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또한 교환·환불 규정이 계약서에 포함된 경우에만 적용되고 소비자가 직접 중재를 신청해야 하는 절차적 부담이 있다. 제조사의 자발적인 교환·환불 사례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실제 보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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