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투데이=박재형 기자| 이르면 내년부터 자율주행자동차 국내 상용화를 추진 중인 정부가 7일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태스크포스(TF)’를 출범했다.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포석이다.
그런데 이런 정부가 정작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사고 통계는 관리하지 않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TF’ 출범...사고 책임 가이드라인 마련 목표
이날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TF를 출범해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과 처리 절차의 체계화에 나선다고 밝혔다.
TF는 올해 연말까지 사고 유형 분류와 책임 판단 기준 정립, 보험 처리·보상 프로세스 표준화를 추진한다.
관련 법령 개정 지원과 실증도시 내 보험상품 관리·감독도 병행하며, 피해자 중심의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체계를 구축해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자율주행차 사고 정의와 책임 소재 등을 담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을 개정해 사고가 나면 먼저 보상하고 이후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사고 피해 보호 체계를 구성했다.
그러나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동차 제작사, 자율주행시스템, 운송플랫폼 등 관련자의 사고 책임 판단 기준과 절차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공학한림원 자율주행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은 황기연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무인 주행이 활성화할 때 발생하는 사고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가 중요하다. 기계를 만든 제조사인지, 소프트웨어 회사인지, 아니면 인프라 사업자가 문제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사고 책임을 묻는 당사자가 여러 개체로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율주행차의) 어떤 데이터를 생성해서 보유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데이터를 확실하게 요구하지 못하게 되면 사고 책임을 물을 수 없기에 책임을 판단할 수 있는 기관이나 조직이 필요하다. 아마 (TF가) 이런 사고 대책에 대해 논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로 정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자율주행 실증도시 추진 방안에 따라 광주광역시에서 200대 규모의 자율주행차 운행이 예정된 데다, 내년에는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 시대가 본격화될 전망이어서 자율주행차 사고 대비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TF를 통해 그간 예측하기 어려웠던 사고 책임 문제에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자율주행 시범운행 총 운행거리 3년새 5.7배↑…지난해부턴 사고 건수 취합 안해
이렇듯 자율주행 사고 책임 TF는 출범했지만,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내서 시범운행 중인 자율주행차의 사고 통계를 작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투데이가 정보공개청구로 국토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 내 총 운행거리는 △2022년 15만1000km △2023년 46만1000km △2024년 49만2000km △2025년 86만km다.
통계 작성 이래 매년 205.3%, 6.7%, 74.8%씩 증가한 것으로 계산된다. 또 3년 만에 총 운행거리가 5.7배 늘어난 셈이다.
2020년 5월부터 시행된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란 자율주행차의 연구·시범 운행을 촉진하기 위해 규제특례가 적용되는 구역을 말한다.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촉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에 따라 지정돼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세종을 비롯해 전국에 17곳이 지정돼 있다.
시범운행지구 내 사고건수는 ▲2022년 1건 ▲2023년 0건 ▲2024년 2건으로 나타났다.
이후 2025년부터는 사고 통계가 없다.
국토부는 지난해 성과 평가부터는 평가 시 자율주행업체의 도전적 실증을 장려하기 위해 사고건수를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건수를 고려하지 않는 국토부의 방침은 글로벌 표준 자율주행 안전 지표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 세계 규제 기관이 참고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차량국(DMV)은 자율주행차 안전 확보를 위해 사고 발생 시 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이를 공개하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는 사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장소와 시간에 맞춰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다 보니 유의미한 데이터를 많이 모으지 못하는 실정이다.
결국 사고건수와 관련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의 핵심 관건임에도 관련 통계를 고려하지 않는 건, 정책의 실효성을 스스로 갉아먹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고 유형, 안전요원 개입 횟수 등 비공개…근거는 ‘법인 등 영업상 비밀침해’
이외에 국토부는 정보공개청구 항목 중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의 사고 유형, 안전요원 개입 횟수 등을 비공개하며 근거로 ‘법인 등 영업상 비밀침해’를 들었다.
법인·단체 또는 개인의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자율주행차가 늘어날수록 안전 정보와 관련한 시민의 알 권리도 커지기 때문에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국내외로 자율주행차 신뢰도는 여전히 낮은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자동차협회(AAA)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율주행차에 탑승해도 안전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1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도 비슷한 분위기다. 트렌드모니터의 ‘2024 자율주행차 관련 인식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 중 74.6%가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해보인다’고 답했다.
따라서 자율주행차 안전 정보의 투명한 공개는 산업 육성과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소비자 신뢰를 높이고 관련 기술이 사회적으로 안착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자율주행차 사고 관련 데이터를) 공개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율주행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면이 있고 또 위험한 면이 있는데 그럼 점들을 운전자들이 잘 알게 되면 훨씬 더 기술 개발도 빨라지고 자율주행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회피 능력도 많아져서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이에 우선 (관련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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